과학기술 신산업 주체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주로 조합원으로 참여해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만 35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에 과학기술의 효율성·경제성을 더해 더 큰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우수사례집>을 통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주목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10곳을 연속 소개한다. 

새로운 경제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이 대학가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협동조합 모델 발굴사업이 학교 차원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출발한 KPU 온새미로 창업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업자협동조합의 새로운 전형으로 주목 받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창업기업이 모여 ‘4차 산업혁명 교육’이라는 공통테마로 지역사회 인재를 키우고 창업 생태계를 다지는 데 일조해 온 조합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사업 창출을 위해 집단지성을 모으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출발한 KPU 온새미로 창업협동조합

창업동아리에서 출발한 대학發 사업자협동조합

KPU 온새미로 창업협동조합(이사장 김준형)은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출신 청년창업가들로 구성된 사업자협동조합이다. 2016년 12월에 설립됐지만, 조합원사들의 인연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후배 창업자들이 우리가 겪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자’는 취지로 선후배 창업자들의 모임이 이어지다가, 2013년 ‘징검다리교류회’라는 정식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학내 동아리가 형성됐다. 선후배 창업자들이 모여 몇 년 간 고민과 정보를 나누던 동아리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링크사업단 산하 창업지원단의 지원으로 협동조합으로 정식 조직을 갖추게 됐다. 예비 청년창업가들에게 창업 멘토링을 해줄 조직이 필요했던 학교의 니즈와 집단지성의 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해보자는 청년창업가들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KPU 온새미로 창업협동조합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창업가들로 구성됐다. 3D 모델링, 빅데이터, 영상제작, IT 개발, 디자인, 가공 등 전문 분야가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조합 설립 초기에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로서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조합원들은 개개인이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교육 콘텐츠’ 개발로 비즈니스의 방향을 잡았다. 조합원사들은 개별적으로 각자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해 협업하는 일종의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자 전문 분야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함께 지자체나 교육기관에 제안을 하는 구조다. 조합원사들의 다양한 기술과 경력은 교육 콘텐츠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다양한 기업과 개인이 뭉쳐 있다 보니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훨씬 넓고, 다른 곳보다 교육 커리큘럼이 다양하다”는 것이 김준형 이사장의 설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이끌 지역인재 양성교육에 박차

조합은 시흥시와 함께 굵직굵직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발대식에서 공개한 조합 소개 영상을 본 시흥시 관계자가 홍보영상 제작을 의뢰한 것이 인연이 되어 2017년 상반기부터 시흥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와 함께 시흥시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사양성 과정을 운영해 왔다. 조합은 시흥시와 함께 강사 인력풀을 만들어 교육기관에 매칭시켜주는 사업으로까지 확장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시흥시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3D프린터 조립 및 모델링 과정을 시작으로 지브러시 3D 모델링 과정,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과정, 아트토이 제작 과정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분야 콘텐츠로 교육 영역을 계속 확대하며 지역사회 인재 배출에 공헌해 왔다. 단발성 교육 과정에 그치지 않고 수강생들의 요구로 후속 심화과정을 7개나 진행했다. 3D프린팅 초급 과정을 마친 경력단절 여성 수강생들의 요구로 개설한 3D프린팅 심화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 과정을 마친 수료생 중 몇 명은 이미 방과후 활동 교사로 활약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교육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문 강사를 키워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흥의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에만 6만 개의 기업이 있습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배운 직원들이 혼자만 지식을 아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교육을 받은 직원이 사내에 지식을 전파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교육 과정을 통해 배출한 강사가 준조합원으로 합류하거나 창업을 해서 조합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조합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이를 위해 1년간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지난해 말부터 조합 운영 체제 정비에 나섰다.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조합원사에 일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7년 말 과감하게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교육 및 홍보, 기획 및 영업, 콘텐츠 개발,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등 업무를 세밀하게 나눠 각 조합원사에 배분함으로써 조합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신사업 창출 속도 낸다

조직 체계가 정비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시흥시의 주민참여예산 홈페이지 제작 프로젝트다. 올해 조합은 시흥시에서 진행하는 주민참여예산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홍보영상 제작, 마케팅까지 모두 조합 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잡을 수 있었던 기회다.

이어서 공동 프로젝트로 크라우드 모의펀딩을 위한 웹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많은 기업과 창업가들이 크라우드펀딩 운영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 웹에 아이템을 올리고 펀딩 과정을 진행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70% 정도 개발이 진행된 가운데 2019년 3월 론칭을 위해 막바지 개발에 한창이다. 서비스가 개발되면 외부 기업에 시스템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원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자체로부터 수주 받은 사업만으로는 조합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조합은 앞으로 신사업 창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이사장은 조합원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꾸준한 수익원을 낼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면 많은 조합원사들이 함께 일을 나눠서 해야 합니다. 준조합원들이 지금까지 터를 닦아놓은 교육사업을 수행해 주면, 조합원사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테니까요. 연명을 넘어 지속으로 가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실제로 매달 모여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쌓아놓은 아이디어가 있어 언제든 신사업을 위해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크라우드 모의펀딩 웹서비스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어서 조합은 시흥시에서 지난 9월 선보인 가상화폐 ‘시루’로만 이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물론 교육 사업의 기조는 계속해서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올해 교육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교육장비와 기자재를 갖춤으로써 교육 콘텐츠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장비를 대여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해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교육기관에 계속해서 제안해 나갈 계획이다.

2년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KPU 온새미로 협동조합은 지금까지의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조합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협동조합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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