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신산업 주체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주로 조합원으로 참여해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만 35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에 과학기술의 효율성·경제성을 더해 더 큰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우수사례집>을 통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주목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10곳을 연속 소개한다. 

일에 대한 갈증이 컸던 탓일까. 이공계 전공 경력단절 여성들의 강사동아리에서 시작된 융합메이커교육협동조합은 설립 후 채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굵직굵직한 성과를 냈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영역을 넓혀가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경험을 토대로 교육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경쟁력을 높였다. 단순한 기술교육을 넘어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엄마이자 강사로서 이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이공계 전공 경력단절 여성들의 강사동아리에서 시작된 융합메이커교육협동조합

교육현장으로 걸어 들어간 여성 공학도들

융합메이커교육협동조합(이사장 김명자)은 성남여성인력개발센터 ‘소프트웨어 교육전문가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이루어진 강사들의 협동조합이다. 3~40대 중반 여성으로 구성된 11명의 조합원들은 결혼과 육아 등으로 한동안 일에서 멀어졌던 이공계 전공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 여성들이다.

컴퓨터공학, 전자계산, 전자공학, 시각디자인 등을 전공한 이들은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에 걸친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해 오다가 성남여성인력개발센터의 디딤돌 취업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자연스럽게 2017년 12월 협동조합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조선해양공학과를 나와 기업에서 설계 업무를 담당했던 김명자 이사장조차도 처음부터 협동조합을 설립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자녀를 키우고 있던 터라 프리랜서로 간간이 들어오는 강의활동을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강사로 활동하다 보니 조직을 갖춰서 일을 하면 강의 영역이 넓어지고 콘텐츠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죠. 동아리 회원 18명 중 뜻이 맞는 11명이 함께하게 됐어요. 한동안 일을 쉬었기 때문에 혼자였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겠지만, 여럿이 함께 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란 기대가 있었어요.”

이들에겐 새로운 일을 한다는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더욱이 2018년 3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사무공간과 회의실을 지원 받음으로써 조합으로서 외형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차별화된 교재와 콘텐츠로 승부

기대와 두려움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이었지만, 지난 1년간 이들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동아리 활동을 할 때만 해도 이따금씩 들어오는 개인적인 강의 활동이 대부분이었지만, 협동조합 설립 후에는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교육사업을 수주한 기업으로부터 외부강사 위촉 형태로 강의 의뢰가 들어온다. 조합의 이름으로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직접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도 있게 됐다.

지난 한 해,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꿈의학교’ 운영을 시작으로 성남시 청소년재단의 고등맞춤형 ‘영시티 프로젝트’, 진로직업 체험수업인 ‘청바지 프로젝트’, 강동여성인력개발센터의 ‘소프트웨어·IoT 강사양성 과정’, 위례 푸른초등학교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운영 등 경기도와 성남시의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적을 쌓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교구와 콘텐츠 개발에도 나섰다. 강의 실적이 쌓여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콘텐츠 개발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양질의 강의를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결국 콘텐츠 개발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기성 교재나 교구가 가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리 입맛에 맞는 교구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것이 우리가 뭉친 이유이기도 하고요. 개발한 교구를 수업에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구를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비즈니스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교구가 그 시작이다. IoT 교육용 스마트시티 교구 2종과 자율주행로봇 교구 등 총 3종을 자체 개발했다. 코딩 기초 단계에서 발전해 직접 스마트시티 모형을 제작해봄으로써 IoT 프로젝트를 완성해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교구다.

융합메이커교육협동조합이 개발한 교구

개발 과정이 쉬웠을 리야 없다. 스마트 홈키트와 스마트 주차장, 자율주행로봇 3개의 프로젝트 각각에 3명의 담당을 붙여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형태로 개발을 진행했다. 실물로 제품을 제작해야 하는 과정인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재질을 목재판(MDF)에서 종이로 바꾸는 과정에만 두 달이 걸렸다. 설계 내용을 위탁 제조사에서 실현하지 못해 원점으로 돌아가 설계를 수정하기도 여러 차례.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을 시작한 지 3개월만인 지난 8월에 교구 개발을 완료했다.

개발된 교구는 오픈소스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아두이노 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교구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더욱이 당초부터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 교구를 지향하고 개발했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접목해 원하는 대로 개성 있는 자신만의 교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소프트웨어 평등 교육을 꿈꾸다

독자적인 교구를 갖게 됨에 따라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 제공’이라는 조합의 설립 목적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지난 9월에는 ‘성남시청소년창의과학축제’ 행사에 부스를 마련해 개발한 교구를 홍보했다. 여기서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12월 정자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할 아두이노 강의 과정에 자율주행로봇 교구를 사용하기로 한 것. 이외에도 개발한 교구와 콘텐츠를 결합한 차별화된 수업과정을 담은 제안서를 학교나 각종 센터에 보내는 등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사회적인 미션도 놓치지 않고 있다. 코딩교육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 김 이사장과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

“코딩 교육이 학교에서 의무화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과외 교육이 필요한데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접근이 어려운 아이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받은 지원을 그런 방식으로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올해 7월 강동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한 ‘소프트웨어·IoT 강사 양성 과정’도 같은 맥락이다. 강동여성인력개발센터와 MOU를 맺고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료생들의 향후 강의활동 기회까지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에는 작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자체 교육장도 오픈했다. 김 이사장은 “동병상련의 아픔과 고민을 가진 경력단절 여성들이 자신의 꿈을 다시 펼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학기 강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가운데 김 이사장은 향후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업무를 분장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1년간 운영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으로서 탄탄히 서기 위한 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내년 봄에는 더 활기찬 날갯짓으로 돌아오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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