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치 측정 방법에 대한 국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작년에는 공공·민간 부문에서 경영 원칙에 사회적 가치 제고를 포함하거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겠다는 선언들이 이어졌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하고, 결과를 직접 내놓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하겠다는 방향 설정을 넘어, 실제로 측정 기준을 만들어 점수를 매겨보는 곳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로운넷이 2019년 사회적 가치 관련 주요 사안들을 정리했다.

◇ 정부, 부처별로 가치 평가 방법 마련 앞장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사회적가치지표(SVI)가 개발됐다. /사진=고용노동부

올해 초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2019년 사회적 가치지표(SVI) 활용 매뉴얼’을 내놓았다. 사회적기업 등록제가 실시된다면 중앙·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 대상으로 지원 심사를 할 때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을기업의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도 ‘공공성·공동체성 평가지표‘ 개발을 위해 첫 발을 뗐다. 마을기업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넘어 해당 지역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측정하는 평가 지표를 개발하겠다는 목적이다. 공공성과 공동체성은 마을기업의 4대 요건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말 용역 업체를 선정해 연구에 들어갔다. 정태욱 행안부 지역공동체과 사무관은 “아직 결과를 정책적인 지표로 뽑아낼 수준은 아니지만, 방향성은 정해졌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올해 초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소셜벤처기업 판별기준'과 더불어 ‘소셜벤처 가치평가모형’을 내놨다. 가치평가모형은 소셜벤처의 사회성과 혁신성장성을 12가지 평가 항목으로 구분했으며, 중요도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했다.

금융위원회는 우수한 사회적경제기업 발굴 및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지난 10월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을 마련하고 웹 기반 오픈 플랫폼을 구축했다. 평가 영역은 사회적 가치와 금융지원 타당성으로 나눴다.

◇ 가치 측정 연구 위해 민간에서도 노력

CSES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하는 장용석 교수, 이숙종 교수, 이재열 교수(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SK

민간 대기업에서는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실현에 가장 적극적이다. 올해 7월의 규모와 인원을 확장하고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문을 열었다. CSES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 등 다양한 조직이 창출하는 무형적 가치를 정의하고, 유형의 화폐 단위로 측정한다. SK에서 2015년부터 시행 중인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제도 운영을 위한 성과 측정 및 설계, 관리 등도 담당한다.

한국비영리학회(비영리학회)와 NPO 한국가이드스타(가이드스타)는 사회적기업이 직접 사회적 가치성과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이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가이드스타는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결산 서류를 기부활성화 목적으로 제공받도록 지정된 공익법인이다.

7월에는 비영리 사단법인 'NAB(임팩트금융국가자문위원회)'의 주관으로 '임팩트가치경영연구회(IMK, Impact Management & Measurement Korea)'가 출범했다. 글로벌 표준 가치 측정 방식 'IMP(Impact Management Project)‘를 중심으로 사회 가치 평가 관련 국내 유관기관 공동 연구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내년에는 사회가치 측정 및 평가 지식, 사례 등을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하고, 내후년에는 사회 가치 평가 데이터와 측정방법론에 대한 공통분모를 도출할 계획이다.

◇ 지표개발 넘어 실제 측정까지

한국예탁결제원은 진흥원에 SVI 결과 산출을 의뢰해 사회적기업 친환경식품·신부넷·동네정미소·사람과선행에 포상했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진흥원은 지난 10월 SVI 개발 이후 처음으로 이를 활용해 직접 ‘사회적 가치 우수기업 7곳’을 선정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진흥원의 SVI를 활용해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을 벌였다.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 예탁결제원을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5개 사회적기업의 SVI 점수 산출을 진흥원에 의뢰해, 점수 결과에 따라 4개 사회적경제기업에 포상했다.

LH 사회성과 Value Chain./ 이미지제공=LH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 4월, 경영활동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사회성과)를 공기업 최초로 직접 계량화해 측정하고 그 결과를 산출했다. 측정 결과 2018년 기준 LH는 취약계층 주거비 절감, 중소기업 성장효과 및 임대주택 주거안전강화 등의 분야에서 5.3조원의 OUTCOME 사회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분야에서도 SK그룹이 올해 5월 처음으로 사회적가치 측정 시스템을 통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가 2018년 창출한 가치를 환산했다. 총 12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