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 부산 주요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잡지 ‘빅이슈.’ 1991년 영국에서 시작했으며, 한국에서는 ‘빅이슈코리아’가 2010년 창간됐다. 빅이슈코리아에 의하면 2019년 11월 기준, 빅이슈 판매원을 포함한 홈리스 101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35명이 재취업 등의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정착했다. 

우리에겐 빨간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빅이슈 판매원도 익숙하다. 다만, 자연스레 남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현재 활동 중인 빅이슈 판매원 50명 중 여성은 1명뿐이기 때문이다. 10년간 빅이슈를 거친 여성 판매원은 10명 남짓이다.

빅이슈코리아는 지난 216호에서 여성 판매원이 별로 없는 이유에 대해 “여성 홈리스가 남성 홈리스에 비해 길에서 더 취약성을 가지며, 오랜 홈리스 생활로 체력이나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열린여성센터와 열린복지디딤센터에서 온 여성 작업자들은 신간 출간 당일과 전날 포장 작업에 참여한다.

이런 이유로 빅이슈는 여성 홈리스들에게 다른 일거리를 제공한다. 현재 빅이슈는 여성 및 모자가정 쉼터인 ‘열린여성센터’와 여성을 위한 일시보호시설 ‘열린복지디딤센터(이하 디딤센터)’와 협력을 맺고, 각 센터 소속 여성 작업자들을 빅이슈 신간 발송 작업에 참여시킨다. 호주 빅이슈의 '여성 홈리스 정기구독 사업(The Women's Subscription Enterprise)' 사례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이선미 빅이슈코리아 판매국 국장은 “한 달에 2번 신간이 발행되면 정기구독자들에게 보내는데, 센터에서 온 여성 작업자들이 잡지를 포장하고 박스에 넣는 일을 맡아 시간 단위로 임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기구독자의 빅이슈 매거진은 여성 홈리스가 포장한다.

포장작업에는 한 달에 약 10명 정도가 참여한다. 작년 추석부터 열린여성센터에서 지낸 김영숙 씨는 지금까지 7회 포장 작업을 함께 했다. 다음 달부터는 LH 임대주택에 입주해 홀로서기에 나선다. 월세를 내기 위해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독립한다는 생각에 기쁘다는 김씨. 그는 “빅이슈코리아에서 했던 포장작업을 통해 용돈을 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빅이슈위드허(BIG ISSUE WITH HER)’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여성 홈리스 자립 지원 사업. 규모가 커진다면 협력 센터도 더 늘리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인터뷰] 국내 유일 여성 빅판(빅이슈 판매원) 최지우씨

신촌역 3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유일한 여성 판매원 최지우(가명)씨. 그는 지난 10월부터 빅이슈코리아와 함께 했다. 디딤센터에서 구직 관련 자료를 찾는 최씨의 모습을 빅이슈코리아 관계자들이 보고 판매원 자리를 제안한 것. 216호 발간 날짜에 맞춰 혁신파크를 찾은 최씨를 만났다.

5월 진행된 봄나들이 백일장 시간에 글을 쓰고 있는 최지우(가명)씨.

Q. 빅이슈 판매원이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디딤센터에서 지내던 중 빅이슈코리아 관계자 분들이 와서 잡지 판매에 도전해보겠냐고 제안했어요. 돈과 일자리가 필요했던 입장이라, 바로 하겠다고 했죠. 제안을 받은 다음날, 수첩에 혁신파크로 가는 길을 꼼꼼하게 적어서 따라갔어요. 연희동에서부터 1시간 반 거리를 걸어갔죠.

Q. 대학생들이 많이 오고가는 신촌역 앞에서 활동하시네요. 잡지를 팔면서 즐겁거나 아쉬웠던 일이 있나요?
A. 빅돔(빅이슈 판매 도우미)을 오래 했던 대학생들과 함께 맛있게 고기를 먹었던 일이 기억나요.(웃음) 그리고 더울 때면 구매자들이 차가운 생수와 음료수를, 추울 때면 따뜻한 음료수와 핫팩을 건네줬는데요, 따뜻한 마음에 여러 번 감동 받았어요. 얼마 전 어떤 외국인에게 한 번에 10권 넘게 팔았던 기억도 나요. 당시 잡지 표지 사진 속 연예인의 팬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짧지만 영어로 대화했어요.

저는 직접 빅이슈를 읽고 재미있는 내용을 지나가는 분들에게 소개하면서 구매를 유도해요. 어떤 분은 판매원이 불쌍하다고 돈만 쥐어주려 합니다. 하지만 판매원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잡지에 담긴 훈훈한 내용과 흥미로운 콘텐츠에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

Q. 판매 외에 포장 작업도 하실 정도로 빅이슈에 대한 애정이 크신데, 다른 빅이슈 활동에도 참여하시나요?
A. 저는 빅이슈가 진행하는 문화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요. 빅이슈 차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람에 참여할 인원을 뽑으면 가장 먼저 지원해요. 10월 마지막 주에는 빅이슈 판매원 동료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 화담 숲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삼겹살도 먹고, 고구마도 캤는데, 경치가 좋아서 즐거웠어요.

Q. 미래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일단 빚을 모두 갚고 작은 방을 하나 마련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상상력도 풍부해 글 쓰는 걸 즐겼는데, 언젠가 꼭 작가로 데뷔하고 싶네요.

최씨는 지난 5월, 빅이슈 용인 민속촌 봄나들이에서 진행한 백일장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중학생 때부터 류시화 시인을 좋아해 혼자 편지를 쓴 적도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상상력이 풍부해서 글 쓰는 걸 즐겼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작가로 데뷔하고 싶어요. 제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한다니, 정말 꿈같은 일이겠죠?”

최지우(가명) 빅판은 대면 인터뷰 전 보낸 사전 질문에 직접 손으로 답변을 작성해왔다.

 

사진. 빅이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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