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전문가의 눈] 미래교육학, 마을교육공동체에서 발견하다
[SE-전문가의 눈] 미래교육학, 마을교육공동체에서 발견하다
  • 이로운넷=주수원 마을교육공동체포럼 공동대표
  • 승인 2019.12.0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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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서도 시민참여 중요성↑...학교-마을 연계된 마을교육공동체 주목
스페인 협동조합학교에서 발견한 신뢰의 교육학, OECD 미래교육과도 연결

바야흐로 시민 참여의 시대다. 주민참여예산제, 주민자치회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사회혁신까지 모두 정부나 시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시민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2009년에 미국 보스턴 칼리지 린치스쿨 사범대학의 앤디 하그리브스와 데니스 셜리 교수는 <학교교육 제4의 길>을 통해 다양한 교육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4번째 교육의 길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교육, 사교육의 양자택일에서 제3의 선택지로서 시민참여 교육 모델이 얘기되고 있다. 바로 2014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실천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이다.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학생들의 배움이 삶과 연계되도록 하고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이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활발한 움직임과 과제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마다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력하여 혁신교육지구를 만들어 학교와 마을을 넘나드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체험활동과 자치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완주에서는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에 빗대어 아이들이 타지나 대도시로 나가지 않고 학교와 마을이 힘을 합쳐 키워나갈 수 있는 로컬에듀가 강조되었다. 특히 농산어촌 작은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줄어들고 학교가 사라지는 건 지방소멸과도 연결될 수 있어 마을교육공동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의정부의 몽실학교, 창원의 행복마을학교처럼 지역주민들과 청소년들이 서로를 가르치고 서로에게 배우는 평생학습의 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청소년들 역시 자신보다 어린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가르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단순히 다양한 주체를 결합하는 것만이 아닌 교육의 방향을 바꿔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조사하고 정책을 만들고 필요한 사업을 직접 만들어가기도 한다. 서울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는 2011년부터 매년 지역 청소년들의 사회참여활동을 펼쳐와 올해는 71개팀이 참여했다. 매년 이 활동을 하고 있기에 ‘신학기’ 같다고 표현한 친구도 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멘토로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에 100곳이 넘는 학교협동조합 역시 청소년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동으로 가치있는 사업을 펼쳐내는 활동이다. 

다른 민관 협력의 경우처럼 마을교육공동체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으며, 여러 사람들의 노력 속에 지역별로 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만 해도 전북, 인천, 광주, 강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전국적인 마을교육공동체포럼이 열려 여러 지역의 교사, 주민, 교육청 관계자 등이 모여 마을교육공동체를 토론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사례들을 공유하며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러 고민들도 나왔다. "마을교육공동체가 선생님들에게는 또 다른 업무로서 다가올 수 있는데 어떤 혜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 역시 저녁 없는 삶에 지역사회의 여러 활동에 치이는데 참여의 여력이 있을까요?" 등이다. 

김해의 행복마을학교는 초등학생부터 78세 할머니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학습마을이다. 출처: 주수원
창원의 행복마을학교는 초등학생부터 78세 할머니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학습마을이다./사진출처=주수원

스페인 협동조합 학교를 통해 살펴본 마을교육공동체의 교육학

이러한 고민에 대해 스페인의 마을교육공동체 사례이기도 한 <이카스톨라 이야기> 책은 조금은 다른 접근을 한다. 다들 어려운 가운데도 마을교육공동체를 하고 있다면 종전 교육과 달라야할텐데 그렇다면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교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카스톨라도 처음부터 이런 고민을 한 것은 아니였다. 1939년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서도 황폐화된 지역을 다시 살리고자 바스크 주민들은 힘을 합쳐 학교를 세우고, 지역에 필요한 물품들을 함께 생산해냈다. 이카스톨라도 바스크어로 학교를 뜻하는 말이다.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학교는 점차 많아졌고 공동으로 생산한 기업들도 많아졌다.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으로 꼽히는 몬드라곤의 시작이다. 현재 이카스톨라 연합회는 전체 110여 개의 학교와 5만 6천여 명의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교사 및 학부모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자체로도 이미 성공한 셈이지만 60년 역사 속에서 본인들이 행하고 있고 목표로 하고 있는 교육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내린 답은 ‘신뢰의 교육학’이였다. 신뢰의 교육학이란 아이들이 자기 자신과 그들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협동하며 역량을 키워 나가는 교육을 말한다. 신뢰의 교육학은 다양한 모둠 활동, 개별 학생을 위한 맞춤 교육, 상황과 맥락에 맞는 역량 교육,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학습, 문제 해결 능력 향상 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이 함께 노력해야 하기에 마을교육공동체가 필요하다.

얼핏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는 전통적인 교육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이다. 전통적인 교육은 기성세대의 지식과 경험을 그대로 전수하는 방식이였다. 하지만 이카스톨라는 이런 전통적인 방식은 개인의 성장 및 발달과 관련된 자연법칙을 존중하지도 않고, 미래 사회의 요구에도 대비하지 않다고 본다. 미래 사회는 과거 농경사회, 산업사회와는 또 다른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방적 전달인 티칭(teaching)이 아닌 함께 배워가는 러닝 커뮤니티(learning community)가 미래 학교의 모습이다. 

이카스톨라는 지역 공동체 주민들이 직접 설립한 형태조합 형태의 학교이다./이미지출처=착한책가게

미래교육의 지향점으로서 마을교육공동체

우리의 마을교육공동체가 전제하고 있는 교육, 지향하고 있는 교육도 이카스톨라가 발견한 새로운 교육의 가치와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마을교육공동체 교육학 정립이 현재의 과제를 다 해결해주는 않는다. 하지만 학교와 마을이 각각의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도 함께 해야 할 이유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가지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쩌다 맡게 된 업무로 인식하는 것과 미래교육을 위한 전환의 한 걸음이라 생각하는 것은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이해와 향보에 있어서도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혹 아직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OECD교육 2030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우리나라와 OECD 회원국을 비롯한 29개국이 참여해서  2030년 성인이 될 학생들을 위해 미래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함양시킬지를 고민하는 미래교육과 역량 프로젝트이다.

OECD는 2018년에 결과를 발표하며 ‘변혁적 역량’, ‘개인과 사회의 웰빙’, ‘학생 주체성(student agency)’을 강조했다. 기존에 개인적인 성공을 강조했다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행복을, 학생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지난 11월 11일 OECD의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의 수동적인 학습에 머무는 국내 교육문화와 정책의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11월 9일 연세대학교 경영관에서 열린 '제10회 청소년사회참여 발표대회'에서 삼양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생활 속 제품에 대해 안전마크의 도입의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상을 받았다. 출처: 삼양초 교사 배성호
지난 11월 9일 연세대학교 경영관에서 열린 '제10회 청소년사회참여 발표대회'에서 삼양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생활 속 제품에 대해 안전마크의 도입의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상을 받았다./사진출처=삼양초 교사 배성호

끝으로 시민참여의 원리는 공통점이 많으며 협동조합의 7원칙에는 이러한 공동체의 교육적 원리가 많이 담겨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이카스톨라 자체가 협동조합 학교이기도 하며, 우리나라의 많은 마을교육공동체도 형식적으로 협동조합을 하지 않더라도 실제 운영과정에서 다음처럼 협동조합의 원칙들이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 원리들이야말로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해 개인과 사회 모두 행복한 미래교육의 방향이 아닐까.  

1.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등 마을교육공동체를 자발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열려있는 모습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제도)
2.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1인 1표로 수평적으로 결정하기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3.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은 시간, 노력, 재능, 돈 등을 투입하여 함께 참여하기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4. 교육청, 지자체, 학교 등의 하부기관이 아닌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마을교육공동체 (자율과 독립)
5. 이러한 마을교육공동체의 상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교육하고 훈련하며 중간 중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 (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6. 마을교육공동체간, 마을 안의 다양한 공동체와의 연계해서 협동하기 (협동조합 간 협동)
7. 마을교육공동체가 마을의 여러 자원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주수원 마을교육공동체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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