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만 전 바둑기사 이세돌이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빠른 은퇴에 대해 나는 깊은 공감과 비애가 일었다. 마치 기계와의 싸움에서 진 인류의 미래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사실 나는 2016년 인간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을 놓고 대결을 한다고 할 때 인간 이세돌의 편이었다. 바둑을 한판이라도 두어 본 사람은 가로 세로 각 19줄에 착점이 169개인 바둑을 기계가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제 인간 이세돌은 기계를 이겨 본 유일한 인류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나의 이런 감정에 대해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수많은 증거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충격은 인간보다 빠른 자동차, 인간보다 더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기계가 아니다. 최소한 직관이라고 믿었던 영역을 기계가 어떻게 대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믿는 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 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일을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인간과 기계가 벌이는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일자리 변화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717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단순 계산으로 507만여 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된다는 얘기다. 한편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PWC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2037년까지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720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 일자리가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 문제는 경제학자 사이에도 논쟁적인 것 이다. 나는 인간과 기계가 벌이는 싸움에서 불행하게도 인간이 이길 확률이 작다고 생각한다.

질량이 커질수록 중력도 커진다. 일의 미래를 둘러싸고 벌이지는 대립은 인간과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보다 정확하게는 인간과 자본의 대결로 보는 것이 옳다. 질량이 커질수록 잡아당기는 힘은 더 커진다. 마치 자본이 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돈이 되는 곳으로 고이는 것처럼 그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이윤이 목적이 아닌 기업이 가능할까? 이제 인간에게 남은 선택은 기업을 하는 목적이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될 수 도 있다고 생각하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유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러한 질문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만이 가능하다. 

내가 기업을 하는 이유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있다. 영업활동을 통한 매출의 목적이 손익계산서 상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손익계산서 상 중간에 비용이라고 말하는 나 자신을 포함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급여를 극대화는 데 내가 기업을 하는 목적이 있다. 누구의 말처럼 인간과 기계가 벌이는 이 싸움에서 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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