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가도에 오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스틸 이미지./사진제공=월드디즈니코리아

“아아아아~ 숨겨진 세상.”

최근 일상을 지배한 음악은 ‘겨울왕국2’ OST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어른이’로 극장을 찾았다가 귓가를 점령당했다. 개봉 2주만에 관객 수 900만에 육박해 무난히 1000만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 흥행의 비결은 다름 아닌 ‘어린이 관객’. 실제 영화관은 입구부터 매표소, 객석까지 가족 단위 관객들로 가득했다. 주인공 ‘엘사’처럼 푸른 드레스를 입고 온 수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했다. 

성인들까지 흥행 대열에 합류하면서 뜻밖의 논란이 시작됐다. “시끄러운 아이들 때문에 관람이 방해됐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 올라오면서다. 방해받지 않고 영화를 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키즈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찬반 논쟁이 불거졌다.

‘노키즈존’은 몇 년 전부터 논의돼온 이슈다. 영유아를 동반한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카페?식당이 생겨났는데, 아이의 소란스러운 행동과 부모의 방관, 안전사고의 책임을 업주에게 지우는 판결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차별이냐 권리냐’ 사이에서 양측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몇 보호자들의 잘못된 태도는 비판할 만하지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배척하는 건 부당하다. 한쪽의 권리를 위해 나머지를 배제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방식은 정의롭지도 않다.

아동 보호자들은 “백화점?쇼핑몰?마트 말고 도무지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날씨가 나쁘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밖에 나갈 수 없고, 비용 부담이 큰 키즈카페에 매번 갈 수도 없는 일이다. 노키즈존 확대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사회적 합의가 찬성 쪽으로 기운다 해도 아이들을 마음껏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함께 늘어나야 한다.

이런 때, 어린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나선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소식이 반갑게 느껴진다. 예비사회적기업 ‘빌드’는 육아 인구의 비율이 높은 경기도 시흥 월곶 지역에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당?카페?실내놀이터의 문을 열었다. 강원도 춘천의 협동조합 ‘마더센터’도 북카페?도서관 등을 운영하며 동네 엄마들과 아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9월 합계출산율은 0.88명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아이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수치일지도 모르겠다. ‘웰컴키즈존’을 늘리자는 주장이 출산율을 높이는 일만큼 어려워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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