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다양성

②일반 벤처 생태계와 차별화된 임팩트 생태계 구성의 중요성

③임팩트 측정에 대한 방법론 차원을 넘어선 실질적 논의

④촉매자본(catalytic capital)과 규모화(scale-up)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올해 SOCAP19에서 얻은 주요 메시지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SOCAP(Social Capital Markets)'은 2008년을 시작으로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임팩트 투자 컨퍼런스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사회적 선(善)을 위한 자금 흐름을 확대하자는 움직임에 100명 남짓으로 시작해, 올해 행사에서는 3500명의 참가자 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성장했다.

임팩트금융계에서 SOCAP이 갖는 의미에 공감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 연수단을 꾸렸다. 연수단은 소셜벤처·중간지원조직 16곳 소속 20명으로 구성돼 사전교육을 받고, 지난달 21~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며 SOCAP19에 참여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임팩트스퀘어·기술보증기금·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관했다. 연수단 외에도 28명의 프로그램 게스트가 참여해 약 60명의 한국인들이 SOCAP 행사장을 누볐다.

지난 11월 27일 서울 성동구 공간성수에서 진행된 ‘소셜벤처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 성과공유회’에는 국내 사회적경제 주체 100여명이 방문해 소셜벤처와 중간지원조직의 SOCAP 참여기를 들었다.

현지 투자자 앞 IR피칭부터 해외 파트너 구축까지...“임팩트 종합선물세트”

노유진 위커넥트 디렉터는 젠더 이슈에 초점을 맞춘 세션을 주로 듣고 글로벌 동향을 파악했다.

연수단은 SOCAP19 후원단체(Pitch Partner)로 참여해 행사장 한편에 부스를 설치했다. 부스에서는 5개 소셜벤처의 홍보영상을 틀고 제품을 전시했으며, 연수단 소개 책자를 마련해 다른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임팩트 투자사 ‘Just Business’ 창업자 데이비드 배트스톤 교수, 로버트 김 캡락 투자위원회 이사, 브라이스 버틀러 액서스 벤처스 창업자 등 현지 투자자들과 협력 세미나를 열고 IR피칭(투자 제안) 실습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해외 사회적경제 주체들과의 교류,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발표 세션 참여를 통한 지식 축적 등을 주요 성과로 뽑았다. 주영광 라이브스톡 이사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나올 법한 사람들이 격 없이 대화에 응해줬다”며 “다양한 국제기구 관계자를 만났고, 그중에서도 전 몽골 정부 관계자를 만났을 때는 라이브스톡 사업 모델에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실질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팩트와 관련된 해외 중요 관계자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여 있어 사전에 파악해두고 연락하면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브스톡(LIVES'TALK)은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가축을 잘 찾을 수 있도록 GPS 송신기와 중계기를 개발한다.

경력보유여성과 소셜벤처 일자리를 잇는 노유진 위커넥트 디렉터는 “IR피칭 세미나 시간에 위커넥트가 가진 문제의식을 국내뿐 아니라 미국도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경력보유 여성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안해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는지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경희 신나는 조합 과장은 “중간지원조직은 당사자조직이 아니라서 해외 연수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데,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선정돼 기뻤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회적경제 관련 개념 중 혼합금융이나 프로보노 같이 아직 한국 사회가 생소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도 논의할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스템을 흔드는 ‘규모화(Scale-up)’와 이를 촉진하는 ‘촉매자본’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공간성수에서 '소셜벤처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올해 SOCAP 최대 이슈 중 하나는 ‘Million Lives Club(MLC)’ 출범이었다. 미국의 대외원조 실시기관 USAID가 발표한 내용으로, 하루에 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저소득층 100만 명 이상의 인생을 바꾸는 사업모델을 가진 기관들을 모은다. MLC는 이미 100만 명 이상의 삶에 영향을 준 ‘MLC Vanguard,’ 18개월 안에 그 목표를 달성할 예정인 ‘MLC Voyagers,’ 그리고 목표치의 40% 이상을 달성한 ‘MLC Pioneers’로 구성돼있다. 도 대표는 “10명, 100명, 1000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웬만한 모델로도 가능하지만, 100만 명을 목표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그런 모델이 많아져야 우리가 기대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Social Impact Scale Up’ 세션에 참여한 박정호 MYSC CSO는 “초기 사업모델을 구상할 대부터 보편성을 염두에 두는 게 규모화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투자사 SOPOONG의 유보미 심사역은 “투자사 입장에서는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 시장을 공략한 이후에 어떻게 확장할 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사업 모델 구상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상현 사회적협동조합 살림 팀장은 지역에서의 규모화에 대해 고민을 털어놨다. 김 팀장은 “수도권 외 지역에는 인력이나 자금 자체가 부족하고, 지역 금융은 더 보수적이라서 성장이 미비한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우 그 문턱을 넘어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큰 규모의 투자를 유지하려면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역에서는 그 인력을 찾기 어렵다.

(왼쪽부터)도현명 대표, 남우진 부장, 류인선 팀장, 김빛고을 파트장

임팩트 투자를 촉진하는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의 중요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촉매자본은 민간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마중물로서의 자본이다. 낮은 수익률과 높은 위험성(risk)을 대신 감수해주는 방법으로 임팩트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다. 도 대표는 “이번 SOCAP에서 총 12개 세션이 촉매자본을 주제로 했고, 다른 세션들에서도 중요하게 다뤘다”고 강조했다.

남우진 신한대체투자운용 부장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봐도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원하려는 장기저리 자금지원이나 보증지원이 많다”며 “공공부문의 관점에서 사회적경제분야에서 촉매자본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본이 충분하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도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도 강조했다.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맡는 김빛고을 크레비스파트너스 파트장은 정부 외에도 다양한 주체가 국내 촉매자본 제공자로 나서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궁극적으로 소셜벤처는 지속가능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리스크를 지는 역할을 하는 자본이 필요하다”며 “자산운용사나 중간지원조직들도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혁신적인 금융 모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류인선 IFK한국임팩트금융 전략팀장은 “보스턴 유지마 프로젝트(Boston Ujima Project)*처럼 지역의 중간기관이나 다양한 주체들이 연계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촉매자본 구성 시 지속가능성을 위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보스턴 유지마 프로젝트: 미국 보스턴시의 풀뿌리 조직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운영하는 500만 달러 규모 지역 펀드.

사진. 임팩트스퀘어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