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무제표에 딱 2만 7천원 찍혔어요(웃음). 올해는 400만원, 내년에는 4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열린 54회 스파크포럼에서 매출에 대한 정량적 수치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는 웃으며 첫 결과물을 언급했다. 작년 12월 설립한 기업이니 이해는 가지만, 성장세와 내년 예상 성과는 여전히 놀라운 수준이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국내 시각장애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비즈니스와 지향하는 사회적 임팩트 간의 선후관계와 비중은 각 사회적기업 마다, 비즈니스 단계마다 상이하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시각장애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회사“라고 명확히 밝힌다.

지난 12일 열린 54회 스파크포럼에서 김현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의 90% 이상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그만큼 다양한 과거의 경험이 있을 테지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는 일률적이다. 75%는 안마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코리안앳유어도어(이하 KAYD)는 시각장애인의 섬세한 언어표현능력을 한국어 회화교육서비스에 접목시켜 시각장애인이 제공하는 1:1 전화 한국어 회화 교육서비스를 개발했다.

첫 행선지는 한국어교육 수요가 높은 베트남이었다. 직원에게 한국어 교육이 필수적인, 해외 지사를 둔 국내기업 등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렇게 설립 1년 만에 국내외 기업 4곳, 공공기관 2곳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10명의 시각장애인 선생님을 정규직원으로 고용했다. 직원도 12명으로 늘어 단기간에 많은 동료가 생기게 됐다.
 

아픔의 경험을 열정으로 승화, ”보이는 게 전부라는 인식 바꾸겠다“

장애인 고용의 꿈을 갖고 사회적 기업가로 시작한 데엔 개인적 아픔의 경험이 있었다. 김현진 대표는 어린 시절 아토피로 심한 고생을 했다. ”고개를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아토피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넌 아프니까 할 수 없어“라는 반응을 접하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김 대표는 마음 속으로 ”난 하고싶은 게 많은 사람이야“라고 되뇌었다. 그를 향한 편견은 좌절을 낳는 대신, 보이는 게 전부라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열망을 키웠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었다는 그는 넓은 세상을 보러 10대 때 홀로 미국 유학을 갔다. 한국으로 귀국해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월드비전 등 국제구호기구에서도 활동했다. 사회적기업가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건 한 사회적기업에서의 인턴 경험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일자리 하나로 누군가의 삶이 변하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았다. 기업의 모습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력을 느낀 그는 자기의 일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2019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 대상을 수상했다. 왼쪽에서 4번째가 김현진 대표.

구체적인 활동은 카이스트의 사회적기업가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동력을 얻었다. 카이스트 SEMBA(Social Enterprise MBA) 과정은 SK그룹과 KAIST 경영대학이 협력해 2013년 설립한 과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발굴해 역량있는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학교 차원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재학생에 교내 인큐베이팅 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하는데 KAYD가 그곳에 입주해있다.

1대 1 한국어회화교육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도 공부를 하면서 떠올렸다. 장애인에 대한 공부를 하다 시각장애인의 90%이상이 중도실명자라는 것을 알았고,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이 안마업에 종사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 지점을 해결하는 사업을 구상하고자 김 대표는 ”커피 사들고 무작정 복지관에 찾아갔다“고 한다.

그렇게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김 대표는 그들의 필요를 세가지로 정리했다. △이동거리의 피로도가 적고 △장애 정도에 따라 가능한 업무 정도가 다르고 △단순 육체노동보다는 다른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재택근무가 가능하며, 자율 출퇴근이 가능한 지적 노동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고민에 이르러 시각장애인이 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가 제공하는 1:1 온라인 회화 서비스 자료 사진./사진=코리안앳유어도어 홈페이지. 

교육과정은 정규과정, 단기과정, 취업에 필요한 비즈니스 과정 3가지를 만들었다. 선생님 용은 시력 정도에 따라 전맹용·약시용을 나누어 개발했다. 그리고 함께 일할 파트너도 모집했는데, 주로 처음 무작정 찾아간 복지관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연락해 인연을 이어갔다. 그중에는 박정심 선생님도 있었는데,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도중 시력을 잃은 경우였다. 2년 간 세상과 단절한 시간을 보낸 박정심 선생에게 KAYD는 ”나를 위한 회사가 아닐까 싶었다“고 한다. 김 대표와 KAYD 소속 선생님들과의 인연은 tvN 프로그램 ‘리틀빅히어로’에 소개되기도 했다.

시범사업에서 KAYD는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선생님의 장애 여부를 알리지 않았음에도 수업 만족도가 높았던 거다. ”장애가 걸림돌이 아니라는 증거였습니다“라는 김 대표는 KAYD에 시동을 걸었다. 베트남이 시작이었다. 베트남에는 ”한국어 배우면 고소득 보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을뿐더러 한류 등의 인기로 한국어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으나 현지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던 중 기업의 수요를 발견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현지 직원 교육을 위해 KAYD의 서비스를 필요로 했다. 기업과의 거래는 한 번에 수백명에 이르는 수강생을 확보하는 효과를 냈다. 초기 만족도 조사에서 9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후 베트남 현지 대학 및 교육원 등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은 개인 이용자뿐 아니라 베트남 사립·국립대 4곳, 한국어 학원 3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수 교육서비스로 베트남 현지에 녹아들 예정입니다“

현재는 시각장애인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미지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품의 기술적 측면을 보완하고 있고, 베트남 현지의 개별 소비자에게 직접 컨택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기업 간 거래로 확보한 수강생에 ”지인에게 쿠폰을 전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현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시도할 예정이다.

베트남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개별 소비자에게 ”시각장애인이 가르치는 회화서비스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라고 물었을 때 긍정적인 답변이 국내에선 93%, 베트남에선 45%에 그쳤다고 한다. 김현진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장애인이 제공하는 교육을 경험하면서 장애 인식 개선도 함께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게 2019년 한 해는 ”꿈같은 한 해“였다. 이번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유일한 국무총리상인 글로벌성장부문 대상을 수상했을뿐더러 6월까지만 해도 혼자였는데, 지금은 선생님 10명, 직원 12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게 될까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먼저 국가기관에서 연락오는 등 감사한 일이 많은 한 해였다“는 김 대표는 ”내년에는 실질적인 기업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다. 프로젝트 수준에서 기업의 형태로 이끌어준 경연대회 주최측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앞으로 사회적가치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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