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시즌 아웃에 먹는 바지락냉이국>

1.
3월초 농막의 문을 열고 한 해의 텃밭 농사를 시작한다. 
중순경 씨감자를 심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4월 후반경 고추, 옥수수, 가지, 토마토, 호박, 오이, 참외 등 본격적으로 모종을 심고 파종을 하기 시작한다. 
기껏 1주일에 한 번 가는 농막이라 손길도 모자라고 잡초와 병충해는 늘 내 능력을 넘어서고 만다. 
자연이 주는 만큼만 받아가자고 시작한 농사이니 아쉬움은 없다. 

호박, 오이, 참외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실패이고, 감자. 고추, 옥수수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고구마는 지난해와 달리 수확이 신통찮았다. 배추는 벌레와 싸우느라 제대로 결구를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걱정했던 무가 수확이 좋았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농사보다는 휴식이었다. 

2.
휴식을 통한 휴식, 노동을 통한 휴식. 한 주간 속세에서 묻은 심신의 때를 거친 노동으로 씻어내는 것이다. 
아내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농막의 하루를 보냈다. 

함께 산책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 일과 중 하나였다. 
배추, 무, 대파, 쪽파 등 김장용 작물을 수확하고 마늘, 양파, 겨울 시금치 등 겨울농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제 올해의 노동도 마무리했다. 
이렇게 문을 걸어잠그면 이듬해 2월 말이나 되어야 다시 돌아오리라. 
이제 마지막으로 마늘, 양파에 부직포와 비닐을 덮어 보온을 해주고, 시금치, 상추, 봄동을 심은 곳에 비닐터널을 만들어주었다. 

그냥 두면 겨울 혹한에 터지게 되니 지하수 모터도 떼어다가 농막에 넣고 덮개를 해주었다. 
사과나무, 배나무 과실수는 내년을 위해 전지를 했다. 
다 끝난 걸까? 정말로? 돌아보니 어딘가 자꾸 허전하다. 뭐든 할 일이 남았을 것 같은데……
텃밭을 빠져나오며 돌아보니 자그마한 농막이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3.
<바지락냉이국>
겨울 초입에 먹는 냉이국은 별미다. 속이 거북하다는 아내를 위해 노지 가을냉이를 다듬어 시원하고 편안한 국을 만들어주었다. 

4.
<재료> 2인분
봉지바지락 2개, 냉이 1줌, 청양고추 2개, 다진마늘, 다진파 약간씩

5.
<조리법>
1) 바지락은 소금물에 넣어 30분 정도 해감해준다. 
2) 냉이는 깨끗하게 세척하고 정리한다. 노지냉이는 물에서 3차례 정도 세게 흔들어 흙을 털어내고 하나씩 손을 봐야 한다. 수퍼에서 살 경우 일은 훨씬 수월하다. 
3) 물 1리터에 멸치를 넣고 30분 정도 끓여 육수를 낸다. (이 과정은 생략해도 좋다. 바지락을 깨끗이 씻어 끓여 멸치 육수 대신 사용한다.)
4) 바지락은 자박한 물에서 반 정도 입을 벌릴 때까지만 끓인 다음 조개와 육수를 분리해둔다. 
5) 멸치 육수와 조개 국물에 씻은 냉이를 넣고 2~3분 정도 끓인다. 
6) 바지락, 다진 청양고추, 다진 마늘, 다진 대파를 넣고 조금 더 끓인 후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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