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의 해외 진출에는 판매 시장 확대를 위한 수출, 그리고 해외 지역에서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난 11월 2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3차 CSR 협력 활성화 포럼’에서 박경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자원연계팀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의 해외 진출 유형을 이렇게 2가지로 나눴다.

CSR 협력 활성화 포럼은 기업 활동 전반에 사회 가치 창출을 지원하고, 사회적경제와 만남의 장을 마련해 상호 협력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자리다. 3차 포럼은 지난 2월과 8월에 이어 올해 마지막으로 진행돼, 국내 사회적경제기업의 해외 진출을 주제로 세웠다.

이날 행사에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CSR 담당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뒤편에는 해외에 진출한 사회적경제기업 6곳(▲제리백, ▲루미르, ▲히든앤코, ▲동구밭, ▲문경미소, ▲비알인포텍)의 상품을 전시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뒤편에 전시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제품.

사회적경제기업 해외 진출, 개발도상국 자생력에 기여

KOTRA가 내놓은 사회적경제기업 해외 진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의향을 가진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있지만, 내수에 집중된 제품 특성이나 자금·인력난 탓에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수출에 성공하는 선례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박 팀장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규모가 정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미국·일본·중국·태국에 비누를 수출하는 ‘동구밭,’ 베트남에 CCTV를 수출하는 ‘비알인포텍’ 등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전문 통합지원기관인 진흥원뿐 아니라 KOICA, KOTRA, 인천국제공항, 한국전력 등 타 공공기관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진흥원은 올해 KOTRA와 함께 사회적경제기업 해외 진출 지원 사업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으며, 한국전력은 2017년부터 중간지원조직인 열매나눔재단과 함께 해외 판로개척 사업을 한다.

26일 제3차 CSR 협력 활성화 포럼은 사회적경제기업 해외 진출을 주제로 다뤘다.

해외에서의 사회적 목적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도 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공기핸디크래프트,’ ‘히든테이스트,’ ‘K.O.A’ 등은 공정무역, 공정여행 등을 주제로 사업을 이어가며 현지인들의 자생력 향상에 기여한다. ‘루미르,’ ‘제리백’ 등은 기술로 해외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 박 팀장은 “ODA(공적개발원조) 효과성,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BoP(Bottom Of the Pyramid)의 교차점에 사회적경제가 있다”며 “이전의 기부나 무상 원조보다 근원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발도상국이 자생할 수 있는 역량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 전반에서도 사회적경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 글로벌 혁신창조센터(MaGIC),’ ‘싱가폴 사회적기업센터(raiSE)’ ‘태국 사회적기업협회(SE Thailand)’ 등 아시아 각국에 사회적기업 기관들이 분포해있다. 박 팀장은 “한국의 사회적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도록 이들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 기술로 해외 사회 문제 해결해요!”

이날 기술로 타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tAB’와 ‘메이데이(MEIDAY)’ 대표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두 기업은 올해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입상해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적정기술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이들에게 공공기관·대기업 관계자들도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tAB 오환종 대표가 참가자에게 라디스 작동법을 설명하는 중이다.

자가발전 자외선램프 정수기 개발업체 tAB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오환종 대표가 설립한 기업으로, 수인성 질병에 노출된 지역이 대상이다. tAB는 태양광 배터리를 사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수기 ‘라디스(LADIS, LAmp water DISinfection)’를 만든다. 페트병과 라디스를 연결한 뒤 안에 물을 따르고 램프를 켜면, 2~3분 안에 깨끗한 물로 변한다. 한국환경수도연구원에서 확인받은 바에 따르면, 이 기계로 대장균을 100% 제거할 수 있고, 기생충을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 대표는 라디스가 흙탕물을 거르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개발도상국이라도,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흙탕물 자체를 먹는 사람은 소수”라며 “살균 처리되지 않은 투명한 물을 마시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라디스는 투명한 물 속 불순물을 거르기 위해 나온 제품이다. 현재 tAB은 UN을 통해 라디스를 개발도상국으로 납품한다.

메이데이 박민석 대표.

메이데이는 세계 낙후된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박민석 대표를 중심으로 모였다. 의료 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17년 동남아시아 국가를 방문했을 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온습도가 높아 약을 오래 보관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했다”고 사업 시작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동료들과 처음 만든 건 ‘KEEP-CAP.’ 진공 약병 뚜껑이다. 약병 안쪽에 약을 넣고 뚜껑을 3번 누르면, 내부가 진공 상태가 돼 약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현재 3년째 진행 중인 메이데이의 사업. 최근에는 한 층 더 발전한 모델인 전자동 진공 키트 ‘VAKI(Vacuum-Kit)’를 제작 중이다. 양약뿐 아니라 한약재까지 대용량 보관할 수 있게 만든다. 현재 1차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며, 사업 대상 국가는 베트남으로 선정해 올 6월 현지 병원 관계자들과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베트남 외교부·보건부와 협력해 12월에도 현지 병원을 테스트 베드(test bed)로 모델을 적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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