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살림 프로젝트] ③‘커피’를 매개로 모르던 이웃이 정겨운 친구가 됐어요
[같이살림 프로젝트] ③‘커피’를 매개로 모르던 이웃이 정겨운 친구가 됐어요
  • 이로운넷=양승희 기자
  • 승인 2019.1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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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먹거리 #공유자원 #환경 #건강 #에너지
우리 집, 우리 단지에서 겪고 있는 생활문제!
어떻게 하면 주민의 필요에 맞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서울시는 일상 속에서 시민이 주체적으로 사회적경제를 실현하는 경험을 만들고, 이에 기반한 공동주택 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2019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이하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올해 <같이살림 프로젝트>에서는 서울시 내 11개 자치구 20개 공동주택 주민들이 스스로 생활문제를 찾아내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같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살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년도 사업은 6월 ‘같이살림 피크닉’을 시작으로, 7~9월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주민 워크숍, 10~11월 사회적경제조직과 함께 실행해보는 단지별 사업, 그리고 12월 성과공유회로 마무리됩니다. 이 과정을 따라 매월 세모편지를 통해 아파트 생활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입주 3년차 돈암 코오롱하늘채 “주민들 사이 소통 필요해요”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 주민카페에서 진행된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 박미성 트립티 이사(가운데)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 주민카페에서 진행된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 박미성 트립티 이사(가운데)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구름처럼 도톰하고 쫀쫀한 거품이 카푸치노, 벨벳같이 얇고 부드러운 거품이 카페라테예요.”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돈암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이하 코오롱하늘채) 커뮤니티센터 내 조성된 주민카페에는 달콤한 커피 향이 가득했다. 주민 7명이 바리스타 선생님에게 카푸치노, 카페라테, 카페모카 등 제조 방법을 배워 커피를 내리고 우유 거품을 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직 서툴지만 이들의 손이 닿은 머그잔에는 정성이 더해진 음료가 담겼다.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선정된 코오롱하늘채는 공동주택에 살면서 발생하는 생활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입주 3년 차의 신생 아파트인 이곳은 입주민들 간 공동체 의식이 낮고, 단지 내 유휴 공간이 활용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지난 7~8월 주민 워크숍을 통해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에서 발굴한 의제는 ‘유휴 공간 활용과 주민들 간의 소통’이었다.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와 손을 맞잡은 사회적경제 조직은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해 이주 노동자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트립티’다. 트립티는 커피를 통해 공정무역을 소개하고 창업, 취업 등 직업으로 연계시키는 다양한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해온 바 있다. 박미성 트립티 이사는 “성북구는 지자체 최초로 성신여대 앞에 공정무역센터 ‘페어라운드’를 설립해 공정무역을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자치구로, 그 인연이 이번 같이살림 프로젝트로 이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트립티와 ‘우리동네 바리스타 프로젝트’ 진행

주민들은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스팀밀크를 만들어 카푸치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등 실제 카페에서 판매하는 주요 메뉴를 배웠다.
주민들은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스팀밀크를 만들어 카푸치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등 실제 카페에서 판매하는 주요 메뉴를 배웠다.

단지 내 주민카페 설립 및 운영을 목표로 코오롱하늘채에서 ‘우리동네 바리스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공모를 통해 총 17명의 교육생이 모였는데,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 입주민들이 대다수다. 수강생들은 화·목·토요일 3개 반으로 나뉘어 10~11월 2달간 총 8강에 걸쳐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스팀밀크, 카페메뉴 실습 등 체계적인 커피 교육을 받았다.

​교육에 참여한 주민 이문선 씨는 “카페에서 사서 마시기만 했던 커피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점이 보인다”는 소감을 밝혔다. 문주희 씨는 “예전부터 바리스타에 관심이 많아 혼자 이론 공부를 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직접 실습할 기회까지 얻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이웃을 사귀고 소통하게 된 점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혜순 씨는 “수업하면서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잘 모르던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한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은미 씨도 “커뮤니티센터 공간이 비어있었는데 커피 교육을 받고 주민카페를 열면서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로 소통하며 주민카페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코오롱하늘채 주민들과 박미성 트립티 이사(오른쪽)의 모습.
서로 소통하며 주민카페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코오롱하늘채 주민들과 박미성 트립티 이사(오른쪽)의 모습.

박 이사는 “커피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립티의 목적은 주민들에게 기술을 잘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커피를 통해 코오롱하늘채 입주민들이 서로 교류하며 마음을 나누기를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코오롱하늘채 주민들은 단시간에 서로 하나가 돼서 잘 뭉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의견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곳 입주민들은 단합이 잘 돼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앞으로 주민카페가 더 활성화해 전체 629세대의 중심 역할을 하고, 누군가에게는 꿈을 꾸고 다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주민들이 카페 운영하고, 강사로 나서며 ‘재능 공유’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카페를 운영한 코오롱하늘채 아파트는 주민들에게 직접 가게를 홍보하고, 카페이름을 공모를 받는 등 소통에 나섰다.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카페를 운영한 코오롱하늘채 아파트는 주민들에게 직접 가게를 홍보하고, 카페이름을 공모를 받는 등 소통에 나섰다.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커뮤니티센터 내 주민카페를 조성해 지난 11월 11일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음료 가격은 1500~3000원으로 주민들이 직접 논의해 값을 정했다.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카페를 운영한다. 영업시간에 단지 내 유동인구가 적은 편이지만, 입소문을 통해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다. 오는 12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카페 이름을 공모해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동네 바리스타’ 외에도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소통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이다. 주민 스스로 강사가 되어 입주민을 상대로 ‘원데이 클래스’를 펼친다. 코오롱하늘채 엄마들이 만든 모임 ‘라온하제(즐거운 내일 뜻하는 순우리말)’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자신의 재능을 공유한다. 11월 ‘레몬·자몽청 만들기’ ‘인형 뜨개질 강좌’ ‘북아트 수업’ ‘리코타 치즈 샐러드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북아트 수업을 진행한 이은미 씨는 “원래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고 강사 일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가진 재능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어 뿌듯했다”며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나눌 수 있도록 더 많은 주민을 강사로 모시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근간, 서로 간의 신뢰·호혜에 의한 거래”

엄나영 같이살림 프로젝트 성북 코디네이터(오른쪽)는 "입주민 강사들이 아파트 단지를 넘어 지역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강사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향을 생각 중"이라며 "주민들과 계속적인 논의와 협조를 통해 확장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엄나영 같이살림 프로젝트 성북 코디네이터(오른쪽)는 "입주민 강사들이 아파트 단지를 넘어 지역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강사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향을 생각 중"이라며 "주민들과 계속적인 논의와 협조를 통해 확장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코오롱하늘채 주민카페는 연말까지 운영을 통해 1차년도 사업 평가를 거쳐 지속화를 논의할 계획이다. 트립티는 이번에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향후 다른 아파트에서 강사로 활약하는 방향을 내다봤다. 박 이사는 “수강생들이 주민카페를 좋은 모델로 만들어 지속가능하게 운영하고, 실력을 쌓아 강사로 성장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덕 씨는 “교육에 참여하면서 공정무역이나 사회적기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좋은 의미로 커피를 만들고 판매까지 하니 의미가 깊다”고 이야기했다. 김정임 씨는 “노년에 커피를 만들면서 배움의 보람을 느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아파트 주민이 손님이다 보니,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커피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엄나영 같이살림 프로젝트 성북 코디네이터는 “사회적경제의 근간이 서로 간의 신뢰, 호혜에 의한 거래”라며 “내가 몰랐던 입주민을 알고 신뢰와 호혜를 쌓으며 서로 협동해가는 과정 자체가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엄 코디네이터는 “아직 사회적경제를 낯설어하는 주민이 많은데, ‘사회적경제가 뭡니다’라고 일방적으로 알리기보다 코오롱하늘채 사례처럼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직접 공유하는 기회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오는 12월 16일 서울시청 시민청 B2층 태평홀에서 성과 공유회를 개최한다. 단지별로 올해 진행한 사업의 사례를 발표하고, 서로의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세모편지와 함께 서울지역의 사회적경제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모편지의 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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