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와 아가씨를 구별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다.

목욕탕에서 수건을 몸에 두르면 아가씨/ 머리에 두르면 아줌마
파마할 때 예쁘게 해 달라고 하면 아가씨/ 오래 가게 해 달라고 하면 아줌마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꼬면 아가씨/ 한쪽 다리 접어 앉으면 아줌마
모임에서 서로 ‘언니 언니’하면 아가씨/ ‘형님 형님’하면 아줌마
운전할 때 선글라스 끼면 아가씨/ 희장갑에 창 모자 쓰면 아줌마
하이힐 신고도 뛸 수 있으면 아가씨/ 운동화 신고도 못 뛰면 아줌마
재미있지만 왠지 씁쓸하다. 이 시대의 아줌마는 힘과 억척스러움의 대명사다. 아이들 앞에서 한없이 강해지고, 강인한 생활력으로 무서움마저 자아내는 아줌마는 우리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어려운 여건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면서 키워진 억척스러움이 아닐까. 호된 시집살이를 견디고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가계를 꾸리고 자녀교육까지 번듯하게 시키는 과정에서 강인함으로 단련 되었을 것이다.

사진출처: flickr, by Matthijs Gall
일하는 아줌마들도 할 말이 많다. 낮에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과 전쟁,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또다시 집안일을 해야 하는 아줌마. 가방을 던져 자리를 사수해야 할 만큼 아줌마의 일상은 고단하다. 그러나 아줌마의 고달픔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가 하면 다른 처지의 아줌마도 있다. 프랑스 세계언어 사전에 실린 아줌마의 정의가 재미있다. Ajumma : 아줌마 - 집에서 살림하는 40대이상의 여자로 자녀를 다 키운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 높는 구매력을 가진 한국 특유의 집단이라고 정의 했다고 한다. 남편 출근하고, 아이 학교 보내고 여유롭게 콘서트를 즐긴다. 대게는 아침드라마를 줄줄 꿰고 여성잡지, 헬스, 미용실 수다로 권태를 달랜다. 이러한 이들을 보고 “아줌마”의 정의가 내려진 것 같다.

중요한 건 빈부나 학력에 상관없이 아줌마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모질게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중년의 아줌마들은 생애의 중간 결산의 시간을 맞는 다는 것이다. 똥 기저귀 갈아 주고, 엎어서 키운 아이들이 독립을 하거나, 떠나갈 준비를 할 것이다. 남편은 조직에서 요직에 배치되어 경제적 기반을 닦았을 것이고, 이쯤 되면, 사오정이니 오육도니 하는 분위기에 어느 날 갑자기 정리해고, 명퇴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무룩해진 남편의 얼굴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중년이 될수록 남편도 아내도 함께 늙어가게 된다.

중년의 시기는 안개 자욱한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모호한 시기이다. 특히 아줌마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육아의 책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고, 경제적인 기반도 어느 정도 세워진 시기인데, 정작 아줌마의 내일은 선명하지 않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도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회의한다고 한다. 미처 준비하지도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닥치는 그 허무함에 당황하게 된다. 아줌마에겐 제2의 사춘기다.

심리학자인 칼 융은 중년기를 ‘인생의 정오’이며, 40대 전후가 인생의 탈바꿈을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전환기라고 했다. "사람은 자신의 가슴 속을 들여다 볼 때 비로소 시야가 트이게 된다. 바깥을 보면 꿈을 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깨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년이 되면 다시금 성장과 도약을 위해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 그 동안 향했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성찰과 변화를 통해 자기발견을 해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이막의 시작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없이 맞이 하는 중년의 삶은 허무하다.

여름에 벼를 심었다면 가을을 맞아서 보리나 밀로 바꾸어 한해에 두 번 수확을 하는 이모작처럼, 그간의 인생은 자식과 남편, 가족을 위해서 헌신한 삶이었다면, 이후의 남은 삶은 나를 위한 삶으로 다시 사는 것이다.

어려웁게 들리지만, 새로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것은 쉽고 즐겁다. 중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춘기를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취미 생활을 가져 보는 것이 첫 단계이다. 마흔이나 쉰을 넘긴 나이에 밴드를 결성하여도 좋다. 댄스 스포츠, 에어로빅이 재미있다면 취미로 만들어라. 음식 만들기에 흥미가 있다면, 쿠키 만들기, 떡케익 만들기를 시도해 보다도 좋다.

탁구치기가 취미였던 이가 문화센터 탁구교실에서 주 2,3회 강습을 해주는 강사로 활동한 경우를 보았다. 목각가구 만들기 취미를 가진 분이 DIY 가구 만들기 세트를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 만들기가 취미인 분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쌓인 레시피를 책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소득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즐겁고 신나는 일에 약간의 소득까지 벌 수 있다면, 다가올 노후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다.

아줌마에게 나이듦이 단순히 몸이 노쇠하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서글픈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적으로 설 곳을 찾아서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내고 아직은 능력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 확인을 하는 과정이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아줌마의 즐거운 인생은 이제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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