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핵심은 지역, 지역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사회적경제’가 지역에 스며들며 주민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린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이 겪는 사회 문제에서 출발해 해결에 나서고, 이는 지역 내 고용창출로 이어져 가장 작은 단위의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린 맞춤형 모델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현장을 찾는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에 이어 두 번째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꾸는 수원시의 사회적경제를 5회에 걸쳐 들여다봤다.

신도시 소외되는 노인문제, 함께 풀어가는 기업들  

“어르신들이 작은 것 하나에도 좋아해주고 고맙다고 하시니까. 저희도 덩달아 기분 좋고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어졌어요.”

수원지역 교육기업인 ㈜더즐거운교육 최지영 대표의 말이다. 더즐거운교육은 지난 4월부터 수원 광교에 새로 지어진 공공실버주택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이곳에 입주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미술·디자인 체험활동을 10회에 걸쳐 진행했다. 창의적 드로잉, 꽃을 활용한 미술, 자수공예, 협동디자인 등 미술·디자인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높이고 서로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고자 마련한 자리다. 새로 입주해 서로 대면대면하던 노인들이 더즐거운교육 수업에 참여하면서 얘기도 나누고 웃음을 찾아갔다. 

지난 10월 더즐거운교육이 '나를 발견하는 미술활동'을 주제로 실버주택 입주 어르신들과 미술수업을 하고 있다./사진=더즐거운교육

 

“이곳에 입주한 분들이 대부분 독거어르신들인데 여기서 수업 받으면서 서로 안부도 챙기게 되고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한 듯해서 뿌듯합니다.”

더즐거운교육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용 교구를 개발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최근 광교 공공실버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 대표는 “한 건물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옆에서 지켜보니 어르신들을 위한 놀이문화나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즐거운교육은 공공실버주택 1층 상가에 같이 입주해있던 동료기업들과 의기투합해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사회적경제 협업모델사업화 지원사업(이하 협업사업)’에 참여했다. 지난 4월의 일이다. 유한회사 초록쉼표, 꽃맘센터협동조합, 더즐거운교육 3개 기업이 함께한 사업은 ‘광교실버행복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다. 실버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공동체를 강화하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도 높이겠다는 의도로 진행된 사업이다. 
   
더즐거운교육과 함께 머리를 맞댄 유한회사 초록쉼표는 원예활동을 기반으로 힐링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초록쉼표는 지난 6월 25일 실버주택 1층에 초록쉼표 카페를 개소했다. 초록쉼표 카페는 지역 노인들이 도심 속에서 손쉽게 생명 가꾸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카페다. 윤소라 초록쉼표 대표는 “실버 공공실버주택에 입주한 노인들은 입주와 동시에 이미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카페를 방문할 수 있을까?'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셔도 될까?' 등과 같이 본인의 처지를 스스로 비하하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초록쉼표는 노인 등 주민들이 편하게 카페에 들러 쉴 수 있도록 이번 협업사업을 통해 카페에서 ‘그린힐링콘서트’를 진행했다. 

초록쉼표가 '시니어를 위한 음악과 원예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한 그린힐링콘서트./사진=초록쉼표

협업사업에 함께 한 또 다른 기업인 꽃맘센터협동조합은 키트를 활용한 리사이클 교육으로 ‘꼼지락 공방’을 열었다. 방향제·드림 캐쳐·커피 스크럽·EM세제 등을 만들며 노인들과 교감했다. 

세 기업은 10월까지 협업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11월에 진행한 협업사업을 통해 공유했다. 최 대표는 세 기업이 같이 해결해가는 과정이 재밌었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주변에 있는 복지관들과도 소통하며 향후로는 지역의 복지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어르신 등 지역주민들이 행복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사회적경제기업에도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회적경제기업들 도시재생사업 내 경제주체 육성에도 발 벗고 나서 

수원 곳곳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에도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주체로 나서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저층주거지의 노후주택을 정비하고, 공용주차장 등 생활인프라 공급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주택이나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재건축과는 다르다. 이번 정부에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과 지역 주도로 마을을 바꾸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원에도 행궁동, 경기도청 주변, 매산동 3곳이 기존에 도지재생지역으로 선정되었으며, 최근 연무동과 세류2동도 선정되어 총 5곳에서 사업이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기간 동안 물리적 환경개선을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도시재생사업의 효과가 지속성을 갖도록 유지·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재생 추진지역에서 지속적인 마을관리를 위해 주민이 조합원이 되어 직접 마을을 유지·관리하는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주목 받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위해서는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이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비사회적기업 1015컴퍼니가 도시재생 마을주민 대상으로 진행한 약과 과정./사진=수원시지속가능한도시재단

수원은 지속가능한도시를 만들기 위해 융·복합 사업을 펼치는 재단을 중심으로 이러한 협력이 활발하다. 2016년 도시재생지로 선정되어 사업을 시작한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지는 사회적경제기업과 함께 호흡을 맞춰 내년이면 사업이 종료된다. 행궁동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갈수 있도록 꾸준한 학습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지역의 선배 사회적기업들이 강사로 나서 주민교육 및 멘토링을 도왔다. 지역 자활기업인 휴먼컨스는 주거환경관리사 과정을, 지역에서 빵을 만드는 예비사회적기업 1015컴퍼니는 약과만들기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그 외에도 집수리교육, 바리스타 교육 등 주민 스스로가 마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물신양면으로 지원했다. 

수원의 또 다른 도시재생지인 경기도청 주변 현장지원센터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진행하는 도시재생대학과 공유경제 설명회를 제공해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고등동 거점 공간 내 마을공유부엌을 운영하는 '고등동 큰 집 식탁'이다. 고등동 큰집 식탁은 지역시장의 식재료를 이용하고 지역의 경력단절여성, 자원봉사자, 퇴직자들이 참여해 운영하겠다는 아이디어로, 2019년 경기도청 주변 공유경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주최측에서는 마을공유부엌 선진지 답사를 통해 내년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세희 경기도청현장지원센터 대리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함께하는 도시재생대학 수강 후 학습프로그램인 공유경제 설명회에 참여하며 주민들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참여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고등동 큰 집 식탁' 아이디어로 주민들이 논의하는 모습./사진=경기도청 주변 현장지원센터

안상욱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은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는 한 그릇”이라며 “도시재생을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나서고,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강사로 나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야 사회적경제 주체 역량도 커지고, 도시재생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