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은 40부터도 아니요. 40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고 다 살만 하다.”      - 피천득 ‘송년’

인생은 어떤 나이를 불문하고 그때에 적합한 즐거움, 슬픔, 괴로움이 있다. ‘노인’이라고 해서 생이 정지된 것이 아니며, 나이에 맞는 일을 하며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간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드는 한국의 사회설계에 대한 제안서다. 

3선 국회의원인 민병두가 작가로 나서 “건강하고 경제활동이 가능한 노년층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04년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장을 거쳐 17대 국회에 등원한 민 의원은 19~20대 총선에서 당선돼 경제 민주화, 양극화 해소, 혁신 성장 등에 관한 다양한 법률을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저자는 올해 ‘초고령사회 대비 포럼, 리스타트 KOREA’를 3회 개최하며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 책에서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은퇴’ ‘고령자 일자리 마련’ ‘3층 연금의 재설계’ 등 노후 재정 준비와 행복 추구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 표지 이미지./사진제공=비타베아타

한국은 2065년에 전체 인구의 46.1%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고령화 사회에 이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성장 잠재력은 약화하고 부의 양극화는 심해지며 정부의 재정 부담은 증가한다. 고령화는 “단순히 인구 구성의 변화가 아닌, 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과제”인 셈이다.

책에서 제시한 핵심 단어는 은퇴 이후 행복한 노년을 위한 인생 설계라는 뜻의 ‘웰리타이어링(Well-Retiring)’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잘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웰빙(Well-Being)’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제는 웰빙을 넘어 노년기까지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웰리타이어링’을 고려해 개인, 사회, 국가가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자는 것이다.

웰리타이어링의 핵심 전략은 ‘점진적?단계적 은퇴’다. 대기업 은퇴 연령이 40대까지 내려온 요즘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으며, 은퇴 개념에 대한 재정의도 필요한 때다. 아울러 10대와 20대가 다르듯 60대, 70대, 80대는 처한 상황이나 건강도 차이가 나는데, ‘노인’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뭉뚱그릴 수 없게 됐다.

저자는 노년층 각 단계에 맞는 단계적 은퇴를 위해 ‘미디잡(midi-job)’ ‘미니잡(mini-job)’을 마련하라고 주장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 ‘사회적경제의 창출과 활성화’를 들며 시니어들이 일하는 ‘에버영코리아’ ‘참살이’ 등 사회적기업을 예로 들었다.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은퇴 이후 소속감과 존재감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준다는 의견이다.

이밖에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저축으로 구성된 ‘3층 연금’을 준비하라 △요양원이 아닌 지역의 마을로 이주해 함께 늙어가다 생을 마감하는 ‘생애활동마을’을 설계하라 △건강과 인간관계 리모델링을 통한 ‘행복’을 추구하라 등 전략도 함께 덧붙였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시작됐고,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민 의원은 “노년층의 활동적 시간을 연장해 ‘액티브 시니어’ 시기가 길어야 한다”며 “은퇴(Retire)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를 갈아끼고(Re-tire) 새출발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민병두 지음. 비타베아타 펴냄, 38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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