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과제로 만난 팀원부터 군대 동기였던 팀원까지. 2019 소셜벤처 경연대회 대학생부문 대상 수상팀 ‘포롱’은 아주 대학생다운 방식으로 뭉쳤고, 대학생답게 에너지 넘친다.

“저희는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이들은 불과 5개월만에 시장조사와 제품개발을 거쳐 이번 대회 대상을 비롯한 여러 수상실적을, 이번 달 초엔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이노버스’라는 이름으로 본격 사업가로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창의적인(innovative) 집단(us)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노버스 팀은 2019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대학생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크고작은 수상실적이 12개에 이른다./사진=이노버스 공식 홈페이지.

이노버스는 ‘캡틴빈’이라는 쓰레기통을 개발했다. 수정작업을 거쳐 최근 3번째 버전이 양산화 단계에 있다. 캡틴빈은 잔여물 배출구와 폐기물 세척기가 설치된 대용량의 쓰레기통으로, 공공장소에 설치해 쓰레기 배출 전 세척률을 높인다. 또한 IoT기술을 접목시켜 폐기물의 양을 데이터화한다. 이는 지역별로 많이 수거되는 재활용품에 따라 쓰레기통을 맞춤 제작하거나, 최종 수거 차량의 동선을 효과적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해 쓰레기처리에 드는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지구환경이 망가지는 걸 직접 목격한 1세대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어느 환경학자의 말을 접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취업을 주로 고민하는 4학년이 되고 나서 “바로 취업을 한다고 마냥 행복하지는 않더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환경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 아이디어를 붙잡아보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현 이노버스의 팀원이자 죽마고우 관계였던 김지수 씨와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앞으로 3년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사업 해보자” 입을 모았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은 총 5명의 팀원이 함께한다. 장 대표는 이제 “제가 꾸는 꿈이 팀원들의 꿈이 될 수 있도록 심어주는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리고 어려웠습니다”라며 리더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수상을 비롯한 성과를 내고 대학과 지자체 등이 ‘캡틴빈’을 찾기 시작하자 한때 “죽어도 휴학은 하지 않겠다”던 팀원도 고민 끝에 1년간 휴학 후 사업에 몰두하는 시간을 갖기로 다짐했다.

쓰레기 내부세척은 재활용률에 영향을 미쳐 환경문제와 연관이 깊다. '캡틴빈'에는 세척 기능과 잔여물 수거통이 탑재돼있다./사진=이노버스 공식 홈페이지.

 

시민들이 '캡틴빈'을 사용해보고 있다./사진=이노버스 공식 홈페이지.

팀원 대부분이 공대생이라는 팀 이노버스의 움직임은 간결하고, 확실하고, 빠르다. 이노버스 팀이 추구하는 가치 또한 △Simple △Best △Smart로, 사회문제를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 생각하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 방식으로 사업준비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10개가 넘는 상을 받고, 이미 제품 설치 협의가 완료된 곳도 있다. 5개월간의 여정 또한 문제발견, 원인분석, 니즈파악, 실행의 단계를 명료하게 밟아나갔다.

“한국에는 135개의 쓰레기 산이 있어요. 그런데도 일본 등의 국가로부터 돈을 주고 폐플라스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장진혁 대표와 팀원은 재활용업체와 재활용품 수거 업체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일본산 폐기물은 분류가 잘 되어있고, 내부세척이 잘 되어있어 재활용에 용이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쓰레기 내부세척은 재활용률에 영향을 미쳐 환경문제와 연관이 깊다. 세척이 잘 되어있으면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는 쓰레기의 양이 줄고, 재활용에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또한 환경미화원 등 관련 직종 종사자의 근로여건과도 직결돼 재활용업체의 존속을 결정하기도 한다. “수거업체에 가봤는데 냄새가 심각했습니다. 이런 근무 여건은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재활용업체가 사라지는 데에 이르기도 한다고 해요”라며 이 문제는 곧 크게 대두될 사회적 문제라고 그는 전했다.

문제를 파악했으니, 이제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나섰다. 공공장소가 문제였다. “아파트 등에서의 쓰레기 세척률은 양호합니다. 공공장소에서는 그러지 못해 5%도 채 재활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공공장소에서 올바른 분리수거를 유도할 수 있는 쓰레기통을 개발했다. 쓰레기통의 기본 구조는 환경부에서 제시한 4가지 분리배출 원칙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캡틴빈'은 공공장소에 설치돼 4가지 분리배출 원칙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사진=이노버스 공식 홈페이지.

제품의 세부적인 요소는 직접 발로 뛰면서 필요를 파악해 보완했다. “대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저희는 재활용 전문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폐기물 관련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는 문제와 해결하고픈 문제에 대해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노버스 팀은 각자 2곳의 지자체를 방문해 하루에 총 10군데가 넘는 지역 관계자를 만나는 등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다녀보니 그들의 필요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이 다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인천대학교와 협의가 완료돼 3대 시범 설치를 앞두고 있고 내년 1분기 4개의 대학과 협약을 맺을 수 있도록 협의하고, 은평구 등 지자체와도 논의하고 있다. 지금은 시범사업에서 사용자의 좋은 반응을 얻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저 혼자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는데, 좋은 팀원을 만나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그리고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조촐한 축하파티를 하는 게 요즘 가장 좋은 순간이에요.”라는 장 대표의 말에선 이노버스 팀의 돈독함이 드러났다. 5개월 간 달리기를 마친 후 내년 초 ‘캡틴빈’ 첫 출시를 앞둔 장 대표는 “처음에는 무리하게 스케일업하기보다 안전하게” 사업을 꾸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특유의 명료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성장할 이노버스 팀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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