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인심과 열무김치국수>

1.
배추농사는 완전히 실패했다. 
지난해만 해도 그럭저럭 농약 없이 키웠건만 
올해는 좁은가슴잎벌레 성충이 기승을 부렸다. 

텃밭에 갈 때마다 3시간씩 쪼그려 앉아 잡기는 했어도 
벌레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김장철을 앞두고도 배추는 도통 결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올해는 가을장마가 길어진 탓에 배추도 금값이란다. 
올 김장은 내가 기른 배추로 하겠다고 큰소리까지 쳤건만 
체면을 구기는 건 둘째 치고 거금까지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처가 식구들과 우리 집 김장을 하려면 적어도 50~60포기는 있어야 할 텐데 
시장에 나온 배추 한 포기에 5000원 선, 
결국 눈물을 머금고 25만~30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2.
도움의 손길은 이웃에게서 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어르신이 불러 그 집에 놀러갔는데 텃밭 배추가 아주 튼실했다. 
나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흙과 채소를 다루며 사신 분이라 역시 농사의 차원이 달랐다. 

- 어르신, 모두 몇 포기 정도 됩니까?
- 500포기 정도 될 거야. 
- 저, 제가 올해 배추농사를 망쳐서 그런데 50포기 정도 파실 생각 없으세요?
- 팔기는 무슨. 어차피 모두 나눠먹는 밭이야. 그냥 뽑아가.
- 아니, 그래도……
- 아냐,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김장할 건 충분하니까. 아, 무도 있어야지? 무도 한 수레 뽑아가게나. 

그래서 얻은 배추가 50포기, 무가 70여 개다. 얼마 전 약간의 도움을 드리긴 했지만 그 보답이라 하기에도 너무 많은 양이다. 새삼 시골에 내려와 살기로 한 게 참 잘한 일이다 싶다. 

3.
<열무김치국수>
열무김치가 잘 익었다. 진한국물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국수를 말아먹어도 맛있지만 이왕이면 감칠 맛을 더해서. 

4.
<재료> 1인분
국수 한 줌, 열무김치 한 줌, 열무김치 국물 1컵, 생수 1컵, 양념소스(간장 1T, 매실청 1T, 식초 1T, 참기름 조금)

5.
<조리법>
1. 국수를 삶기 시작한다. (국수가 끓어오르면 찬물을 한 그릇 부어 3분 정도 더 끓인다.)
2. 열무김치 국물과 생수에 양념소스를 넣고 잘 섞는다. 
3. 국수를 찬물에 행군 다음 그릇에 담고 만들어 놓은 국물을 붓는다. 
4. 고명으로 열무김치를 얹는다. 삶은 계란을 추가해도 좋다. 
5. 맛에 따라 식초를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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