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 목표). 2030년까지 인류가 공동으로 달성해야 할 발전 목표를 뜻한다. 17개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돼있으며, 2015년 9월 UN 총회에서 정한 의제의 핵심이다.

2014년 UNCTAD(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SDGs 달성을 위해 필요한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재원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2조5000억~3조 달러 정도 부족하다. 공적개발원조(ODA) 위주의 전통적 *개발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제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합금융(Blended Financ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개발재원: 공여국의 공적개발원조(ODA), 민간 자선재단 기금 등 개발 목적으로 개도국으로 유입되는 공공·민간재원

기존 개발재원을 촉매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면, 규모의 경제로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이미지=OECD

혼합금융을 단순히 정의하자면 ‘민간 재원과 공공 재원의 혼합’이다. 시장 비효율성과 투자 위험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민간 투자자들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닌데, 공공 재원이 밑바탕이 돼서 적정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아직 한국 사회에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작년 2월 주 오이시디 대한민국 대표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개발재원을 활용한 혼합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지원수단 확대를 모색 중인 초기 단계다.

국제사회는 SDGs 달성을 위한 민간재원의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를 실행할 방안으로 혼합금융이 떠오른다. /이미지=OECD

[인터뷰] 세계를 무대로 혼합금융 실현하는 ‘컨버전스’

컨버전스의 홍보담당자인 시지아 이(왼쪽)과 아디티 굽타 디자인 펀딩 프로그램 매니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임팩트 투자 컨퍼런스 ‘SOCAP(Social Capital Markets)’ 현장에서 만난 시지아 이(Sijia Yi0와 Adhiti Gupta(아디티 굽타)는 혼합금융을 촉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컨버전스(Convergence)’ 구성원들이다. 컨버전스는 2016년 설립된 협의체로, 개발도상국 민간부문 투자를 목적으로 혼합금융 자료 수집·분석과 사업 정보 공유 등 맡는다. 이들에게 혼합금융의 의미와 컨버전스의 역할을 물었다.


Q. 혼합금융의 의미를 설명해주세요.

A. 간단히 말하자면 공적 재원과 자선 재원을 혼합한 자금을 활용하는 겁니다. 보통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 투자자들은 신재생 에너지, 임팩트 본드(Impact Bond),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등에 투자하지 않잖아요? 각종 재단이나 정부에서 온 돈을 들여 투자 위험을 줄여 놓는다면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쉽겠죠.

Q. 혼합금융과 임팩트 투자는 같은 건가요?

A. 같은 분야에 있지만, 다른 층위의 개념이죠. 임팩트 투자는 궁극적으로 ‘임팩트’를 원하는 투자자가 하는 투자 철학·접근법인데, 혼합금융은 재원을 혼합하는 방식이에요. 혼합금융 모델에 재원을 조달하는 주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달라도 됩니다. 예를 들어 공공·자선·민간 3가지 분야에서 재원을 모았다고 했을 때, 공공·자선 분야의 주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임팩트인데, 민간 투자자는 임팩트에 전혀 관심이 없을 수 있죠. 물론, 혼합금융에서 임팩트 투자자들은 큰 역할을 합니다.

Q. 컨버전스가 혼합금융 촉진을 위해 하는 일은 뭔가요?

A.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SDGs 달성을 위해 개도국에 민간 투자를 동원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3가지로 추려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공공 부문 + 자선 활동가 + 민간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마련
: 혼합금융을 실현하고 싶지만,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컨버전스는 회원제를 통해 이들의 교류를 이끌어요. 현재 200명이 넘는 회원을 두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리셉션과 저녁 식사 행사 등을 진행해 오프라인으로도 교류할 시간을 마련합니다. 혼합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회원들에게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② 혼합금융 관련 DB 구축
: 혼합금융의 역사는 깊지만, 아직 표준화된 시스템이 없어요. 수집된 자료나 연구가 부족하죠. 저희는 과거에 진행된 혼합금융 사례들을 모아서 벤치마킹할 점, 비교할 점 등을 찾아요. 현재 500개가 넘는 사례들에 대한 DB(Data Base)가 있습니다.

업데이트된 자료로 매년 보고서를 발간할 뿐만 아니라, 개별 사례 연구(case study)도 진행합니다. 한 가지 사례를 깊게 파서 재원 조달 주체들이 어떻게 모였는지, 펀딩을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지금은 해당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요. 회원들은 연간 보고서 이외에도 개별 사례에 대한 정보를 모두 열람할 수 있습니다.

③ 디자인 펀딩(Design Funding) 프로그램
: 민간 재원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는 혁신적 혼합금융 수단에 증여(grants)를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다양한 주체의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모델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디자인하는데 많은 품이 들어요. 저희는 이들이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증여를 주는 거죠. 올해 7월을 기준으로, 그동안 총 620만 달러의 증여를 통해 4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동원했습니다.


혼합금융 모델 실현하고 싶다면 주목!

컨버전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Convergence

최근 컨버전스는 2가지 자금 창구(Design Funding Window)를 마련했다. 혼합금융 모델 구성에 촉매 자본으로써 증여를 제공하고, 민간 투자를 이끌려는 목적을 가진다.

첫째는 이달 11일에 개시한 ‘Asia Natural Capital Design Funding Window’다. 홍콩의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가족 단위 자산운용사)인 ‘RS 그룹’과 협력해 만들었다. RS 그룹은 컨버전스의 회원사 중 하나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중점을 두고 투자한다. Asia Natural Capital Design Funding Window는 총 300만 달러 규모로, 아시아의 천연자본을 보호하기 위한 혼합금융 모델을 대상으로 한다. 컨버전스 내부 자료에 의하면 2016~2018년 사이 전 세계 혼합금융 사업의 31%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질 정도로 아시아는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개별 증여 액수는 5만~50만 달러 사이. 혁신적인 혼합금융 모델을 지원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등 아시아 지역 내 환경보호과 관련된 모델을 실현해 SDGs 달성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12일 호주 정부와 함께 내놓은 ‘Indo-Pacific Design Funding Window’다. 340만 호주달러 규모로, 컨버전스는 호주 정부와 3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호주 정부가 지원에 참여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수월해진다.

Indo-Pacific Design Funding Window가 구체적으로 주목하는 혼합금융 모델은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인프라 개발,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 ▲중소기업 금융, ▲성 평등 등 4가지 부문이다. 3년 동안 5~8개 모델에 증여를 수여할 예정이다. 개별 증여 액수는 최대 49만 호주달러에 육박한다. 첫 번째 단계로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인프라 개발에 집중한다.

아시아 지역의 천연자원 보호,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인프라 개발에 관해 혼합금융 모델을 실현하고 싶은 조직은 현재 컨버전스 홈페이지에서 각 프로그램에 신청할 수 있다. 모델의 타당성 조사 자금 지원이나 개념 증명을 위한 자금 지원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모델 구조와 금융 수단에 관한 질문지를 먼저 제출한 후, 컨버전스 측과 연락한 후, 이메일로 모델 제안서를 보내야 한다. 컨버전스는 모델의 확장성, 전시효과, 부가성, 임팩트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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