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를 서울혁신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사진=김선우 기자

프로젝트 수 2500개, 누적 펀딩 금액 80억 원 돌파. 2012년 출범 이후 올해 8년 차에 접어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대표 성진경)가 이뤄낸 주요 성과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사회적경제 조직을 위한 펀딩에 집중한 오마이컴퍼니는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경제 기업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데 집중한 오마이컴퍼니는 향후 ‘개인’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신이 원하는 가치 있는 일을 실현하려는 이들을 위해 시민 자본을 모아 응원을 더하기 위해서다. 

“보다 많은 사람들, 사회적경제 기업에 관심 갖는 플랫폼 되길”

2012년 창업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성 대표는 “당시에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개념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소셜펀딩’ 형태로 시작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경제 기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며 사업을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와디즈’ ‘텀블벅’ ‘오마이컴퍼니’ 등 국내 주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2010년대 초반 생겨나기 시작했다. 앞서 대형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성 대표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의 진정한 역할’을 고민하며 10년 만에 사표를 냈다. 퇴직 후 아르바이트로 번역 일을 하던 도중 우연히 접한 유네스코 개최 포럼 관련 문서에서 처음 크라우드펀딩을 접했다.

창업 초기 모습. 크라우드펀딩 아이디어를 얻은 성 대표는 육성사업 창업팀 1기로 선정돼 사업을 시작했다./사진제공=오마이컴퍼니

해당 포럼 주제가 ‘문화 분야에서 어떻게 펀딩을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성 대표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크라우드펀딩을 연결한다면 의미와 재미 두 가지 모두 있을 거라 확신했다. 2011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육성사업 창업팀을 모집했고, 1기로 선발된 오마이컴퍼니는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듬해 5월 플랫폼을 개설하고, 9월 법인을 설립했다. 

오마이컴퍼니는 ‘우리 사회를 이롭게 하는 프로젝트와 시민 자본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증권형?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회혁신을 실현한다. 성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을 목표로 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경제 기업에 소비자나 투자자로 참여할 때, 이들 기업이 우리 사회에 보다 튼튼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오마이컴퍼니의 활동은 한국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금융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에요.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창업 초기에만 해도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은행에서 투자를 받거나 자금을 조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었거든요.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오마이컴퍼니가 좋은 채널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지층 확보?레퍼런스 구성?목표액 확대’…성 대표가 전하는 팁

오마이컴퍼니는 ‘우리 사회를 이롭게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특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미션을 가진 초기 사회적경제 기업들에는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자본이 더욱 필요하다. 아직 크라우드펀딩을 시도조차 못한 창업가들에게 성 대표는 3가지 조언을 전했다.

첫째는 ‘열성 지지층 확보’다. 성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사실 돈을 모은 일이 아닌, 사람을 모으는 작업”이라며 “우리 회사가 하고자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지지해줄 ‘팬층’을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레퍼런스 구성’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얼마의 자금이 모였고, 목표 금액의 몇 %를 달성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곳에서 회사를 소개할 좋은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목표 금액 늘리기’다. “처음부터 큰 금액을 모으겠다는 생각보다는 여러 번의 펀딩을 통해 목표치를 확대해가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대표는 인상 깊은 펀딩으로 '세월호 기억팔찌 캠페인'과 '달리도 섬 생활 프로젝트' 등을 꼽았다./사진제공=오마이컴퍼니

지난 8년간 진행한 수천 건의 크라우드펀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성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내용의 ‘기억 팔찌 캠페인’을 꼽았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약 130만 건의 팔찌가 제작돼 시민들에게 전해졌다. 매년 4월이 되면 오마이컴퍼니로 ‘기억 팔찌를 제작하자’는 문의가 들어온다.

‘청년’ 관련 프로젝트도 인상적인 펀딩으로 꼽았다. 청년들이 제주에 가서 2주간 일손도 돕고 여행도 하는 ‘청년 제주 워킹홀리데이’, 목포의 섬 달리도에서 1주일간 살며 직접 밥을 해먹고 지역 주민들을 돕는 프로그램 등을 직접 기획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2020년 ‘개인’으로 확장…“크라우드펀딩 커지면 시민 주권도 확장”

성 대표는 "현재 기업 중심인 크라우드펀딩을 개인으로 확장해 꿈꾸는 일을 실천해볼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 싶다"는 계획응 밝혔다./사진=김선우 기자

2019년에는 지방에 있는 로컬 창업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도록 제주, 강원, 충남,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설명회를 열고, 관련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일에 주력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나 창업 팀들은 수도권에 비해 크라우드펀딩을 접할 기회가 낮아 오마이컴퍼니에서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내년에는 크게 2가지로 주요 사업 방향을 잡았다. 먼저 누구나 쉽게 프로젝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깃털 펀딩’이다.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어렵지 않게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자 의미를 담았다. 또 하나는 2030 청년들의 비빌 언덕이 돼보자는 뜻의 ‘청년언덕 펀딩’이다. 청년들이 직접 자신의 비전을 소개하고, 그 꿈을 지지하는 투자자들을 모아 창업을 한 뒤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 속에 크라우드펀딩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성 대표는 “지금까지는 투자자는 간접적 방식으로, 우리가 돈을 은행에 맡기면 심사를 통해 기업에 배분해 주는 구조였다”며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하면서 시민들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기업에 투자하거나 후원하고, 그 기업에서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도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결국 시민들의 주권이 더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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