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창출은 현대 선진 기업에게 피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 아주 기초적으로는 기업이 활동하며 나타나는 부정적인 효과들을 관리하고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으로부터, 하나의 시민적 의식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능동적이고 기업다운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까지 이미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활동이 사회적경제와의 협력을 통해 시도되는 일이 국내외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어떻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먼저 앞서 언급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논의의 편의를 위해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사회적경제와의 협업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공유가치 창출 전략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진하는 경우입니다. 각각에서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협력이 가는 양상이나 강조점이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분리해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회적 책임 활동입니다. 이 영역도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큰 영역이어서 가장 보편적인 부분만 논의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일반적인 활동은 때때로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에너지를 크게 사용하고, 폐기물이 늘어나는 등의 환경 영향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부분이 당장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지만 탄소배출권 확보 같이 그에 상응하는 반대작용 활동을 수행하거나, 장기적으로는 해당 공정과 상품의 혁신을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나가는 노력이 이에 포함됩니다.

?더불어 기업이 하나의 시민으로서 사회의 지속가능성, 즉 사회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활동도 있습니다. 사회공헌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영역입니다. 기업의 잉여 이익이나 내부 기술 등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헌할 수 있다면 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부나 프로젝트 등을 수행합니다. 이때 사회적 경제 조직은 사회문제를 제공하는 솔루션 조직으로서 매우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서 GE는 인도에 진출하면셔 영아사망율 감소를 위해 인큐베이터를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본래 GE가 선진국에서 판매하는 인큐베이터는 2만 달러에 달했기 때문에 인도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부하고 끝내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실제로 영아사망을 막아낸다는 의미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GE는 연구개발을 통하여 10분의 1 가격인 2천 달러 짜러 맞춤형 인큐베이터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도 역시 인도의 빈곤인구의 소득과 인구를 고려했을 때 쉽게 확산될 수 없었습니다. 이때 한 대안을 발견하게 됩니다. 스탠포드 MBA 학생들이 만든 아이디어 제품에 엠브레이스 인패트 워머(Embrace Infant Warmer)가 있었는데요. 이는 영아 사망이 물론 인큐베이터로도 잘 막아지지만 아이를 넣을 수 있는 포켓 형태의 천에 핫팩을 넣어 사용해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대부분의 영아 사망이 어른들이 맨손으로 아이를 만져 감염되거나 체온이 떨어질 때 체온유지를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엠브레이스의 첫 가격은 190달러 수준으로 다시 10분의 1이었습니다. GE는 본인들의 본래 계획을 포기하고 이 상품을 보급하는데 협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엠브레이스는 그 뒤 크게 확장 및 성장합니다.

?이 사례를 보면 몇 가지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협업이 기업에게 주는 장점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새로운 혁신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큰 기업에서는 시도나 고려 조차가 어려운 영역에서도 끊임없이 사회적 경제 조직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비영리와 달리 한번 마중물 역할을 기업이 하고 나면 스스로 자생하는 조직 속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면 되고 해당 조직과 본질적인 프로젝트의 지속성은 기업에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시장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확장성을 제공하는 솔루션이 많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회적경제의 솔루션은 시장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수요가 충분하다면 복제 및 확산이 가능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기업이 원하는, 혹은 기업이 필요한 수준까지의 확산이 가능합니다.

?두번째 유형은 공유가치창출전략의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 추진되는 경우입니다. 공유가치 창출 전략은 기업의 경영전략 혹은 사업부제전략에 해당하는, 기업에게는 사회공헌이나 사회책임과는 다소 다른 맥락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서 비즈니스 기회나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제적이고 핵심적인 가치창출의 원천으로 동반합니다. 이때에도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협력은 굉장히 효과가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노르웨이의 통신사인 텔레노어가 방글라데시에 진출했을 때 그라민과 협력한 사례가 있습니다. 텔레노어는 노르웨이와 달리 세계 최빈곤 국 중 하나이고 인프라도 매우 열악한 방글라데시의 상황에 기존의 전략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최대의 사회적 기업인 그라민 그룹과 협업을 시도합니다. 그라민에서는 대부분의 글로벌 통신 회사가 방글라데시에서 1억 7천만명의 인구 중 수십만 명 수준인 상대적이 부유층들에만 타겟을 하는 것과 달리, 통신의 본질적인 필요성을 크게 가진 빈곤층에게 다가갈 것을 제안합니다. 그 결과 빌리지폰이라는 마을 단위의 폰서비스가 생깁니다. 그라민폰레이디라고 하는 각 마을에서 가장 폭넓게 활동하는 여성을 선발하고 그 여성에게 휴대전화를 제공하여 마을의 공중전화처럼 시간단위로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게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마을에 사는 빈곤층은 시장의 정보나 일용일자리의 정보를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알게 되어 실제로 소득의 성장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이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그치지 않고 텔레노어와 그라민의 합작 회사인 그라민폰이 6천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여 1위 회사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이렇게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 전략에 사회적경제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됩니다. 그 이유는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기업이 가지는 전문성보다 사회적 경제의 전문성이 나은 경우가 많으면서도, 동시에 사회적경제는 비영리조직과 달리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업과 가치사슬을 연계하거나 협력 형태를 진지하게 구성하는 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일하는 방식, 즉 사회적 가치 창출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은 같지만, 각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가치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라민폰의 사례에서도 텔레노어는 높은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기대했다면 그라민그룹은 더 많은 빈곤층이 통신의 혜택을 누리는 일이 더 궁긍적인 목표였을 것입니다. 이는 서로 배분 받아야 하는 가치에서의 경합도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친구와 내가 모두 치킨을 좋아하지만 나는 기름진 부위를 좋아하고 친구는 기름이 적은 담백한 부위를 좋아해서 서로 행복하게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경우와 같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사회적경제를 연계한 사회공헌 혹은 공유가치창출 모델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서로 다른 두 조직의 협력이기 때문에 주의할 요소들이 있어 몇 가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앞서 논의한 모델은 모두 일방적 호혜와 수혜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동등한 행복을 나누는 파트너십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에게 사회적경제 조직이 일방적인 수혜를 받으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그치는 후원이지 파트너십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두번째는 공동의 목표 설정이 잘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를 얼마만큼이나 창출하려는지 합의가 되어야 추후 목표를 잘 달성했는지, 혹은 다음 해에는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논의가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아직 사회적경제 조직이 대기업이 원하는 것만큼의 규모나 모든 영역에서의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서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대기업 담당자들을 만날 때 “협력하고 싶어도 할만한 조직이 없어요”라고 하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제 대답은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성장시켜 보시죠”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원하여 파트너가 된다면 더 길게 더 깊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는 매년 수십건의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보다도 훨씬 많은 진지한 단계의 사업 협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더 좋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리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 활동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모본이 될 만한 좋은 협력사례가 늘어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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