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업이 임팩트 펀드와 연결되기 원한다면 투자자에게 어떻게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지 실질적 고민을 해야 한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사회적기업 중 우수한 사업제안 능력을 가진 기업을 선정하는 투자 제안(IR, Investor Relations) 경연대회 ‘2019 사회적경제 IR오디션 및 크라우드펀딩 시상식’이 지난 14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와 비플러스가 기획했다.

행사는 사회적경제조직이 사업모델을 소개(피칭)하고 평가(코칭)받는 IR오디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최되었으며 국내 대표 임팩트VC(Venture Capitalist)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주최측에선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오은경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 과장이 참석했다. 같은 날 크라우드 펀딩 성과 우수 기업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 임팩트 VC란?

‘임팩트 벤처 캐피탈(Impact Venture Capital)’로 사회적기업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인 수익·긍정적인 사회 가치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사회적 가치(임팩트)를 함께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수익을 목표로 유망한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일반 벤처 캐피탈과 차이가 있다.

투자사는 대외적인 활동이 비교적 조심스러운데다 임팩트 투자사의 경우 소규모라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렵다. 이날 행사엔 △크레비스파트너스 김재현 대표 △D3쥬빌리 심현재 심사역 △SOPOONG 한상엽 대표를 비롯해 옐로우독, 임팩트스퀘어, 한국사회투자 관계자 등 9명의 임팩트 분야 VC·액셀러레이터가 참석했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사회적기업가들이 임팩트 투자사에 직접 PR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비플러스와 오마이컴퍼니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10월 중 진행한 모집에서 선정돼 IR교육을 거친 6개 기업 △(주)녹색친구들 △(주)우시산 △(주)엘그라운드 △(주)상상우리 △(주)엘에스테크놀로지 △빌드(주)가 이날 발표를 맡았다.

14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에서 ‘2019 사회적경제 IR오디션 및 크라우드펀딩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그간 모의투자 오디션 방식이었던 이 행사는 사회적기업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실제 투자자를 초청해 IR 오디션 형식으로 변경해 진행했다. 김 원장은 “실제 임팩트투자사 VC를 초청해 선정자들에게는 임팩트투자사에 사업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투자사에겐 사회적경제 영역의 숨은 진주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 투자를 위한 마중물로 대규모 모태펀드 조성을 약속하는 등 자금이 풍부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사회적경제기업이 임팩트 펀드와 연계를 위해선 투자자에게 사업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실질적 고민을 해야 한다. 오늘 심사가 ‘원포인트 레슨’ 같은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오디션에 앞서 대표 임팩트 투자사 대표 및 관계자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도 가졌다. 간단한 회사소개와 질문이었음에도 투자자에 신뢰를 주기 위해 제안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등 핵심적인 정보가 오갔다. 다음은 ‘임팩트VC에 물어봐’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임팩트 VC에 물어봐' 코너서 임팩트 투자 전문가들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좌측부터 진행을 맡은 김상환 오마이컴퍼니 팀장, D3쥬빌리파트너스 심현재 심사역, 크레비스파트너스 김재현 대표, SOPOONG 한상엽 대표.

 

[임팩트 VC에 물어봐]

△SOPOONG 한상엽 대표(한) △크레비스파트너스 김재현 대표(김) △D3쥬빌리파트너스 심현재 심사역(심)

Q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 2008년 설립해 (투자의 초기단계인) 프리시드(preseed)단계에 투자한다. 액셀러레이팅도 진행하며 밀착해서 팀을 육성하기도 한다. 그간 50여개사에 투자해왔다. SOPOONG의 투자 철학에 대한 고민결과 3가지를 꼽았는데 △사회문제해결은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가이기에 독립성을 보장한다. △기업가가 사업을 결심한 배경도 중요하게 본다 △소셜벤처는 사회문제를 고려하기에 이해관계자가 많아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

▶김: 2004년 설립해 소셜벤처라는 개념을 2005년에 받아들였다. 2007년 회사의 투자에 이 개념을 접목시켜 임팩트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사회주택 투자부터 수십억 매출의 회사까지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심: 2011년도 설립해 작년 초 창업투자회사로 인가받았다. 정관에 ‘국내외 임팩트투자’ 명시하는 등 임팩트투자를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임팩트, 비주얼 혁신, 기업가정신이라는 세 가지 덕목의 교차점에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본다.

Q 임팩트투자 자금은 커지는 반면 임팩트 섹터(투자 대상)가 부진하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 자본 혹은 플레이어가 시장을 리드한다는 두가지 관점이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어느 게 먼저라서 문제라기보다는, 둘 중 하나가 시장을 주도한다면 수요-공급 균형이 맞춰지듯이 둘의 균형이 맞춰질 거라 생각한다. 또한 자금이 많아보이더라도 기업은 성장단계마다 다른 성격의 자금이 필요하고 투자사 또한 집중하는 영역이 다르다. 이 관점에서 국내 투자 생태계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는지 묻는다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Q 임팩트는 수익률 뿐만 아니라 사회적가치도 고려해야 하는데, 어려운 점 있다면?

▶심: 최근 사업계획서 검토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 투자한 지 오래되지 않아 긴 성장단계를 본 건 아니지만 초기투자 이후 1년반쯤 지나면서 후속투자 위해 IR을 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면 몇 기업이 초기투자 때 강조했던 임팩트 측면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보이기도 한다. 사업 초기와는 달리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한 수익성 강화를 노리기 때문일 것. 이에 내부적으로 이런 경우는 임팩트투자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인지, 혹은 우리의 기준에 변경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

Q 사회적기업 혹은 소셜벤처에 임팩트투자를 위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라 전한다면?

▶한: 먼저 사회적기업 인증에 대한 철학이 기업 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세가지를 준비하라 말하고 싶다. 먼저 △임팩트머니를 알아야 한다. 투자사에서 임팩트만 강조하더라도 회수가능성을 주로 보는 곳이 많다. 임팩트머니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임팩트의 확장 가능성을 설명해야 한다. 어떤 임팩트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저희의 모든 활동이 임팩트에요“라는 식의 설명은 곤란하다. 다른 동종기업을 두고 왜 자기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기가 필요하다.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본다. 임팩트를 세상이 모른다. 이건 임팩트 투자사도 마찬가지라 본다. 어떻게 사회에 기여했는지 커뮤니케이션을 못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알릴 것인지 설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어 6곳의 발표기업의 IR오디션이 진행됐다. 기업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녹색친구들-정부 매입부지 장기임대 후 건물을 신축 또는 개보수해 시세의 80%이하로 임대하는 공동 출자형 임대 주택 운영

(주)우시산-고래 및 바다 생물들을 위협하는 플라스틱을 걷어내고 재활용의 가치를 담은 상품 개발 및 제작

(주)엘그라운드-지역 특산물 산지직송 온라인 판매 및 식자재 배송 서비스 ‘밥상의 품격’ 브랜드 운용

(주)상상우리-중장년의 경험과 지혜가 사회혁신의 자원이 되도록 하는 중장년 교육?취업?재취업 프로그램 및 플랫폼 운영

(주)엘에스테크놀로지-오존산화 고도정수처리 기술을 개발하여 라오스 등 저개발국가 식수 공급 사업 운영

빌드(주)-시흥 월곶을 거점으로 공실 공간을 활용해 지역 공간 재구성 및 지역 자원 연결 활성화

발표를 듣고 난 투자사 한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을 많이 방문하지만 오늘 발표기업들은 모두 처음 보는 곳들이라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참여기업이 사회 문제를 찾을 때 국내 구석구석 잘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울산의 고래라는 특징을 살린 ‘우시산’의 경우 지역색을 살린 색다른 기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일반적인 사회적기업 모델이다. 지역적 입지를 특화시켜 정체성을 확립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아직 초기단계이기에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고용노동부의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는 웃음 섞인 제안을 행사장에 참석한 오은경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 과장에 전하기도 했다.

발표 직후 심사위원들의 현장 심사를 통해 선정된 상위 3개의 기업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상 및 상금이 주어졌다. 대상에는 ㈜엘에스테크놀로지가, 최우수상에는 △(주)상상우리 △빌드(주)가 선정됐다.

오존을 활용한 정수처리기술로 "모두가 물문제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엘에스테크놀로지가 대상을 수상했다.

노승원 엘에스테크놀로지 대표의 발표에는 투자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요소에 대한 힌트가 있었다. 먼저 예상 성과 수치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우리의 기술로 폐수처리에 사용되는 사회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엘에스테크놀로지의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절감할 수 있는 '녹색성과'를 단위별 정확한 수치로 제시했다.

또한 해당사업의 대외적 흐름도 분석했다. 노 대표는 “2차산업의 경우 4차산업에 비해 변화가 더디지만 확실한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수처리 비용을 이윤으로 바꾸고, 세분화된 산업군을 하나로 모으는 컨버전스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고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과 6개 발표기업 대표자, 임팩트투자 전문가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같은 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오마이컴퍼니·비플러스와 진행한 크라우드펀딩 우수 성과자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진흥원이 주관하는 사회적기업 특화 크라우드펀딩은 올해 5월에서 10월까지 진행됐고 106개 기업이 참여해 총 17억여원의 자금을 조성했다.

박경정 진흥원 자원연계팀 팀장은 결과보고에서 “2018년 대출형 펀딩 유형을 추가하는 등 펀딩 방식을 다각화했고 올해는 직접적으로 임팩트 투자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며 “2020년에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IR역량강화 프로그램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우수기업 수상팀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수상은 최우수상에 △주식회사 월곡영화골 △(주)친환경식품 △㈜키스트, 우수상에 △㈜우시산 △㈜동네정미소 △㈜안테나, 장려상에 △나무를심은사람 △㈜소품 △학생독립만세 △㈜한마음에프앤씨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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