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문화계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보게 하는 ‘역사’의 반환점이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이를 기념하는 문화?예술 행사들로 가득했다.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평화의 분위기가 생기며 문화 분야에서 남북 간 교류도 눈에 띄었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 문제에 대한 일본 아베 정부의 망언과 망동은 끊이질 않았고, 이에 맞서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하는 문화계의 움직임이 바빴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은 문화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본격화한 ‘페미니즘’ 운동 이후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된 다양한 콘텐츠도 주목받은 한 해였다. 

#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민관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삶을 조명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스틸 이미지./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는 1919년 선조들이 조국의 광복을 부르짖던 역사적 사건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또한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룬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도 딱 100년이 됐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3.1절이 있던 상반기에는 만세운동을 조명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1919유관순’을 비롯해 독립운동가의 생을 다룬 뮤지컬 ‘영웅’ ‘신흥무관학교’ ‘윤동주, 달을 쏘다’ 등이 관객들을 만났다.

정부에서도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꾸려 국가 차원의 사업을 진행했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여성?학생의 항일 운동을 재조명했으며, 이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 제작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등 역사적 의미를 담은 기억의 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하는 등 일에 힘썼다.

# 전시?영화?스포츠 “문화로 남북한 차이 좁혀요” 

'남과 북'을 주제로 열린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9' 개막식 공연을 선보인 '악단광칠'/사진=최범준 기자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남북미 3국 정상이 한반도 판문점에서 만나 역사상 처음 회동이 이뤄졌다. 2018년 남북 정상의 평양회담 이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통일에 대한 염원도 높아졌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는 ‘북한’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돼 남북한 사이의 이해를 높이고, 문화 격차를 좁혀나가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5월 열린 ‘서울 국제핸드메이드 페어 2019’는 올해 주제를 ‘남과 북’으로 정하고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가구, 일상용품, 패션상품 등을 소개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는 시민들이 ‘인간띠 잇기’ 행사를 열며 평화와 화해를 기원했다. 영화계에서는 지난 8월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를 처음 시작해 분단의 현실과 북한의 과거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상영했다. 10월에는 평양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을 위한 남북 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지만, 경기 중계나 공개 없이 선수단 출전만으로 이뤄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일본에 맞선 움직임

위안부 피해자 故김복동 할머니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을 담은 영화 '김복동' 스틸 이미지./사진제공=엣나인필름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는 올해도 받을 수 없었지만,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 활발해졌다. 올해 1월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이제 생존자는 20명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김 할머니의 투쟁을 담은 영화 ‘김복동’을 비롯해 일본계 미국인 감독이 위안부 진실을 파헤친 ‘주전장’, 나눔의 집에 사는 할머니들의 일상을 담은 ‘에움길’ 등이 올해 잇따라 개봉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지난 7월 수출 규제, 백색국가 배제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시작했고, 이에 한국 국민들은 자발적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양국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지난 8월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의류, 맥주, 자동차, 관광 산업 등에서 확산된 불매운동은 문화계까지 퍼지면서 일본 영화, 소설, 음악 등의 국내 발매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흥행이 부진하는 등 영향이 나타났다.

# 김지영부터 동백이까지…‘여성 서사’ 거센 물결

여성의 결혼, 출산 이후 경력단절 등 일상을 담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이미지./사진제공=봄바람영화사

지난해 시작된 ‘미투 운동’으로 본격화한 페미니즘 움직임은 올해 문화 콘텐츠를 통해 드러났다. 5월 개봉한 디즈니 영화 ‘알라딘’은 125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자스민’이 국가를 다스리는 술탄이 되는 변화가 주목받았다.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이 활약했다. 올해 개봉한 ‘캡틴 마블’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 등에서 여전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에서는 5월 개봉한 ‘걸캅스’가 여성 관객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영혼 보내기’ 운동과 더불어 16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월 개봉한 ‘82년생 김지영’ 역시 여성들의 공감을 일으키며 330만 관객을 넘어섰다. 독립영화계에서는 ‘벌새’의 김보라, ‘우리들’의 윤가은 등 여성 감독들이 활약했다.

TV에서도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MBC ‘신입사관 구해령’ 등의 타이틀 롤을 각각 공효진, 신세경이 맡아 활약했다. 특히 ‘동백꽃 필 무렵’은 극 중 등장하는 여러 여성들이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거두는 서사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외에 JTBC ‘스카이캐슬’, SBS ‘시크릿 부티크’,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도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랑받았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