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신산업 주체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주로 조합원으로 참여해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만 35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에 과학기술의 효율성·경제성을 더해 더 큰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우수사례집>을 통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주목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10곳을 연속 소개한다. 

조선업이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이들이 있다. 부산·경남 지역 조선기자재 전문기업 12개사가 힘을 합친 LNG산업기술협동조합은 미래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해양 LNG 관련 기자재 및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인 LNG를 기반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려 조선 강국의 지위를 되찾고, 더 나아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다. 

LNG산업기술협동조합은 부산·경남 지역 조선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중소기업 12개사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조선업의 새 블루오션 ‘친환경 LNG 연료선’에 주목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술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은 기업이 단번에 세계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는 이것을 ‘성공신화’라고 부른다. ‘신화’라는 말까지 붙여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장기적인 조선 경기 침체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LNG산업기술협동조합(이사장 박상일)이 신화 창조에 나섰다. 부산·경남 지역 조선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중소기업 12개사가 모인 LNG산업기술협동조합은 조선산업의 블루오션이라 불리는 LNG 벙커링선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LNG 연료공급시스템, LNG 저장탱크용 단열시스템을 잇달아 개발하는 기염을 토했다.

2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연료추진선 시장 전망은 밝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규제가 2020년 1월에 시행됨에 따라 친환경 연료인 LNG 시장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표준인증기관인 DNV-GL에 따르면 이 규제에 대응하고자 2025년까지 약 1,900여 척의 LNG 연료추진선박이 건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LNG 엔지니어링 및 기자재 등 관련 설비시장 규모는 71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11월에 2025년까지 140여 척의 LNG 연료추진선박을 중소 조선소에 발주해 조선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NG산업기술협동조합은 일찌감치 이러한 흐름을 간파하고 지난 2015년 2월 조합을 설립했다. 선박용 연료탱크, 펌프, 밸브, 열교환기, 유틸리티 설비, 제어시스템 등의 다양한 조선기자재 전문기업들이 모여 LNG 연료추진선박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LNG 벙커링선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조합원사들은 이미 지난 2013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도한 ‘LNG 해양 플랜트 사업’을 위해 조성된 클러스터에서 합을 맞춘 경험이 있다. 당시 참여했던 35개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이 조합에 합류했고, 이후 5개 기업이 추가로 가입해 현재 12개의 조합원사가 뜻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의 ‘십시일반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 박상일 이사장의 각오다.

“지금까지 국내 조선 산업은 대기업이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LNG선 및 LNG 연료추진선과 LNG 벙커링 선박은 중소기업들도 노려볼만한 시장입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형 선박 외에도 연안 선박 등이 LNG 연료추진선으로 대체되면 앞으로 국내외에서 중소형 LNG 선박 수주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소기업들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합니다.”

중소형 LNG 벙커링선 및 연료공급시스템 국산화 

기자재 기업들이 하나로 뭉친 이유는 이 시장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현재 LNG 연료추진선 시장에서는 독일계 TGE와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사가 기자재를 패키지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품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든 데다 설계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연료공급시스템을 패키지화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각종 기자재 전문기업은 물론이고 기본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업까지 조합의 틀에서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조합원사 모두 각자 전문 분야를 갖고 있는 것이 조합의 강점이자 다른 클러스터나 민간단체와 차별화된 점이라고 박 이사장은 설명한다.

“경쟁사들끼리 모인 클러스터나 동업종으로 이뤄진 조합에서는 자연스럽게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업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역할분담이 명확하기 때문에 매끄러운 운영이 가능합니다.”

명확한 역할분담, 조합원사들을 하나로 묶는 헤드쿼터를 가진 덕분에 조합은 지난 2015년 기술개발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국내 최초로 5K LNG 벙커링선 개발을 완료하고 한국선급으로부터 기본승인(AIP)을 받았다. 연이어 개발한 1.1K LNG 벙커바지선은 LR(영국선급)로부터 기본승인(AIP)을 받는 데 성공했다. 

현재 조합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에 본격 나서고 있다. 최근까지 1년 반 정도 장기간 진행한 인도네시아 기업과의 프로젝트가 연기되는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이어서 지난 2016년 9월에는 LNG 연료추진선박용 연료공급시스템 ‘크라이오팩(CRYOPac)’ 개발을 완료하고 조합원사인 엔케이(NK) 포항공장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크라이오팩은 LNG산업기술협동조합의 엔지니어링을 바탕으로 엔케이의 LNG 연료탱크, 에이치티에프(HTF)의 LNG연료펌프, 광산의 통합형 LNG 열교환기, 코밸의 LNG 밸브, 트렌스가스솔루션의 제어시스템 및 공정설계 수행 등 조합원사들의 기술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조선산업 부활의 밑거름 될 것

2018년에도 조합의 기술개발은 계속됐다.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신소재를 적용한 LNG 탱크용 단열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테스트까지 마쳤다. 그동안 LNG 탱크에 적용되는 단열시스템은 주로 프랑스 GTT사의 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폴리우레탄 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화재에 대한 취약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조합은 신소재를 도입해 화재 취약성을 개선한 것은 물론이고 평균 350㎜ 정도였던 단열판의 두께를 150㎜로 줄여 설치 시 작업자의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또한 전반적인 LNG 탱크 제작기간도 크게 단축했다. 2차 테스트까지 마친 가운데 내년부터 조선사를 대상으로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2015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진행 중인 해양수산부의 R&D 과제 ‘LNG 벙커링 터미널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합은 내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들을 모듈화해 패키지 사업을 사는 것이 조합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LNG 연료추진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에너지 사업을 하겠다는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LNG 연료추진선박을 둘러싼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합원사들 사이에 형성됐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조합은 교육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조합은 작년부터 부산·경남지역 조선 기자재 기업의 R&D 담당자와 사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마땅히 정보를 얻을 곳을 찾지 못했던 기업들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행사로, 이 자리를 통해 LNG 연료공급 시스템과 벙커링 시스템의 최신 기술 동향과 설계 기법 등을 공유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기업들의 호응이 좋아 내년에는 부산테크노파크와 협의하여 세미나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고, 교육을 통해 후방을 지원하고 있는 LNG산업기술협동조합의 조합원사들은 LNG 벙커링 산업을 활성화해 부산신항이 세계적인 청정 물류도시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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