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 맞선 10년간의 투쟁…“우리의 청춘은 헛되지 않았다”
‘사학 비리’ 맞선 10년간의 투쟁…“우리의 청춘은 헛되지 않았다”
  • 이로운넷=양승희 기자
  • 승인 2019.11.1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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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졸업’ 11월 7일 개봉, 2009년부터 꾸준히 기록 남겨
김문기 등 상지대 비리 세력 복귀에 맞선 구성원들 사연 조명해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상…“나의 세계 지키려는 모두의 이야기”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우리 학교는 사학비리 종합선물 세트다.”

학교를 장악하려는 사학재단에 맞서 10년간 싸운 청춘들의 시간이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지난 7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졸업’은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이 사학재단과 이사장의 비리를 막고,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연대와 투쟁한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09년 상지대 재학생이었던 박주환 감독은 학교 운영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돼 퇴출당한 김문기 전 이사장이 복귀한다는 소식을 듣고 카메라를 들었다. 당시 ‘김문기 씨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교내에 천막을 치고 농성 투쟁을 이끈 학생, 교수, 교직원들의 사연을 1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이후 학교 문제에 자신의 역할이 더 이상 없을 거라 생각하던 박 감독은 2010년 우연히 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된다. 그 영상에는 ‘승현’이라는 학생이 절박한 목소리로 김문기 씨 측근들의 학교 복귀에 반대하다가 울면서 끌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저 친구는 저러고 있는데, 나는 뭐하고 있지?’라며 부끄러워진 박 감독은 그렇게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구성원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2014년 옛 재단 이사회는 학교를 재장악했고, 김문기 전 이사장은 총장으로 취임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학교를 상대로 한 싸움은 무려 10년이나 이어진다. 10분 남짓 단편은 그렇게 10년의 세월을 거쳐 114분짜리 장편으로 탈바꿈한다.

박주환 감독을 비롯해 2010년 예술체육대학 학생회장, 2011년 부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한 이승현 씨, 2014년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총장 사퇴를 요구하다 무기정학을 당한 윤명식 씨, 총학생회 활동으로 2015년 무기정학을 당한 상태로 총학생회장 활동을 한 전종완 씨 등의 이야기가 조명됐다. 이후 상지대는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던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하면서 2017년 정상화 기틀을 마련하고, 2018년 처음 직선제를 통해 현 총장을 선출했다고 한다.

정식 개봉 전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장편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학교라는 사회 한 켠의 작은 공동체에서 겪었던 시간은 그렇게 한국사회를 관통해온 시간으로 확장된다. 절망 속에서도 연대와 신뢰를 잃지 않는 서로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우리가 모두 그러했듯이”라는 평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이외에도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에서 도란도란 관객상, 너도나도 어깨동무상 등 2관왕을 차지했으며, ‘제18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등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달 7일 개봉 이후에는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서툴고 치기 어린 행보를 이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는 중이다.

‘졸업’은 투쟁의 이유와 과정보다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참여한 이들이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이어갔는지에 집중했다. 박 감독은 “투쟁을 하며 징계를 받거나 졸업을 못하는 등 현실적 문제를 마주한 친구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그 순간에는 절실했지만, 돌이켜보면 허무함이 덮쳐오기도 했다”며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우리의 청춘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 미디어나무,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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