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과 SK이노베이션이 함께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선정팀들./사진=함께일하는재단

인구 3만 명 정도의 증평군은 충북의 중앙부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이다. 증평군을 검색하면 ‘가볼 만한 곳’으로 소비되는 휴양지가 대부분이다. 관광지라는 타이틀을 제거한다면 증평군의 성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2019 증평군 사회적경제 활성화 아이디어 경연대회’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됐다. 경연대회는 증평군이 SK이노베이션, 함께일하는재단과 협력 하에 지역에 맞는 사회적경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증평군의 사회적경제 영역을 확장하고자 올해 진행된 'SK이노베이션과 함께하는 증평군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업'의 일환이다. 경연대회를 통해서는 총 4개팀이 선정되어 740만원의 상금을 지원 받았으며, 5월부터는 후속지원으로 사업 실행 지원금과 맞춤형 멘토링, 공통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창업팀, 컨설턴트 등 사업관계자들이 참석한 역량강화 워크샵도 진행했다. 경연대회에서 수상해 다양한 지원을 통해 창업 및 육성의 발판을 마련한 △스스로 △메이에르 △공백 △늘자연푸드 4개 기업이 어떻게 증평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자 하는지 살펴봤다. 

#1. 사업 확장성을 인정받은 '㈜스스로'

박상은 대표와 증평군 증평읍 창동리 주민들이 함께 강원도 정선의 주민공동체활동 견학 후 우리 마을은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토론하는 모습. 이날 회의를 통해 마을을 스스로 가꾸고 정비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실제 마을의 흉물인 간이 건물을 철거하고 매월 마을 청소를 주민 스스로 하게 되었다./사진=㈜스스로

경연대회에서 창업부문 대상을 받은 ㈜스스로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됐다. 방법은 공동체 회복을 통한 커뮤니티 활동과 자기성찰이다. 박상은 대표는 대학을 졸업 후 내려온 고향에서 “낭만적인 농촌의 모습은 동화책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농 간의 문화적 격차, 농촌공동체 소멸, 고령화로 인한 젊은 인력 부족 등은 농촌의 산재한 문제였다. 특히 정부의 공적자금 예산 규모는 커졌지만, 실제 마을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주민의 문제해결능력은 크게 성장하지 못한 현실과 마주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마을공동체가 경제적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기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창업 후 증평지역 공동체 워크숍과 증평 지역개발사업의 주민교육 등을 진행하여 증평군 주민을 직접 만났다. 그 후 ‘2019년 증평군 사회적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변화의 시초를 마련했다. 

매주 마을회의에 참여하는 박 대표는 “지역 주민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어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마을리더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코치하고 동행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사업의 성과를 전했다. 
스스로의 목적은 증평군이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만들어갈 증평군의 다양한 커뮤니티는 사회적경제의 ‘확장성’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외면받는 로컬푸드로 건강한 반려동물 사료 제조하는 '메이에르' 

전미화 대표와 그의 반려견 두두, 전 대표는 반려견의 건강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사진=메이에르

메이에르 전미화 대표는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키우는 반려견이 시중의 사료나 간식을 먹으면 탈이 나는 것을 보고, 건강한 식자재로 만든 반려동물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농부였던 전미화 대표는 반려동물을 위한 농사를 직접 짓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맛과 영양분은 같지만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로컬푸드를 접하면서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

“맛과 건강은 똑같지만, 생김새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판로를 찾지 못하는 농산물을 활용해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한 식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메이에르는 로컬푸드를 이용해 만든 수제 간식 ‘순진한간식’ 시리즈와 반려견 영양제 ‘헬씨 펫 파우더’ 그리고 수제 사료 ‘그린빌’을 상품화했다. 또한 반려동물 문화 개선을 위한 반려동물 문화제 폴짝, 반려동물 액티비티 와풀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 전미화 대표의 도전은 수많은 반려동물의 건강 식문화와 지역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3. 농촌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공백 

이호경 대표는 자신이 직접 인테리어 하는 사진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사진=(주)공백

농촌에 사람들이 떠나면서 빈집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관리되지 않는 집은 허물어지고 잡초가 자라 마을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호경 공백 대표는 이런 빈집을 이용해 공동화되어가는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는 아이디어를 경연대회에 발표했다.   

“경연대회 아이디어 부분에 도전해 선정되면서 창업을 구체화하게 됐다. 대회 후 워크숍 등에 참여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아직 창업초기 단계라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이 대표가 직접 인테리어 하는 과정을 SNS에 업로드하면서 주변에서 임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기 시작했다.

공백의 로고는 집이다. 하나의 집이 아니라 여러 채가 모여 있다. 이는 하나의 공간을 변화 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늘려, 도시 전체를 변화시켜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호경 대표는 이 로고처럼 빈집을 통해 주민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화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꿈꾸고 있다.

#4. 현장의 고민에서 시작된 '늘자연푸드'

늘자연푸드의 시작은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영양분이 풍부하지만, 상품화를 위해 잘려 나가는 부츠의 밑동이 아까워서, 인삼 공장이 철이 아니면 쉬고 있어서 고민하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고민이 자연스럽게 증평군 농가 소득의 동력이 되면서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이루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이종주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하면서 느낀 감정을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면서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대표에게 사회적기업은 혁신과 변화보다 먼저 “함께 일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것”이다.

현재 늘자연푸드는 부추로 건강음료를 만들어 1차 시음을 진행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지역경제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부추로 만든 건강음료로 1차 시음을 진행 중인 늘자연푸드./사진=함께일하는재단

작은 소도시의 반란은 이제 막 싹을 틔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지역과 이웃을 함께 성장시키려는 ‘착한’ 아이디어가 증평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단순하게 말하면 동업이라고 생각한다. 동업이 가능해지려면 공동체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증평군에서 ‘스스로’의 활동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 공동체와 사회적기업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는 모범을 만들고 싶다.” - 박상은 스스로 대표

 

* 증평군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업은 SK이노베이션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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