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은 불만의 계절이라 불릴 만큼 성난 시민들의 함성이 지구를 가로질러 넘쳐나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 볼리비아에서도 격화된 시위는 비단 남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홍콩, 레바논,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계속 되고 있다. 부정의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가을은 이러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희망을 제시하는 때이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임팩트투자자들과 소셜벤처들이 주로 모이는 소캡(SOCAP)이 열리는 10월 21일 주간에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는 사회적기업월드포럼(Social Enterprise World Forum(SEWF), 이하 월드포럼) 2019가 개최되어 1,5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였다. 참가자 70% 이상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가라는 것이 특징인 월드포럼은 기업가정신과 사회투자 분야의 선도적인 국제 포럼으로, 2008년부터 시작되어 사회적기업들의 국제적 네트워크와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젊고 역동적인 사회적기업 운동의 광범위한 촉진”이라는 주제를 내건 2019년 월드포럼은 이번이 12번째 포럼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처음으로 주최한 행사였다. 에티오피아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열렸기에 많은 참가자들이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속가능개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심도 깊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번 포럼에 한국에서는 2014년 서울대회를 주최하였던 함께일하는재단 관계자들은 물론, 함깨일하는재단이 지원하는 스마일투게더프로그램(STP)에 참여하는 기업들, 특히 젊은 사회적기업가들이 많이 참여하였다. 소셜벤처로서 아프리카에서 활약하는, 르완다의 키자미테이블, 그리고 우간다의 제리백의 대표와 직원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내년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할리팩스에서 개최되는 2020월드포럼에서 연사로 나서도 좋을 만한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가들이다. 

김재구 함께일하는재단 이사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한 2019 사회적기업월드포럼에 참석했다. 사진은 한국에서 포럼에 참석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들.

특히 이번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협력해 사회적기업가, 지원기관 등 한국 참가자들을 선발하고 월드포럼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공공기관들의 참여로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속가능개발(SDG)에 대하여 관심이 깊어지고, 나아가 월드포럼은 물론 사회적경제계와 협력 및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의 월드포럼 참가자들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깊고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였다. 그동안 한국은 사회적경제가 굉장히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고, 법과 제도 정비가 잘 되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의 생태계 발전을 위한 노력, 특히 소셜벤처의 활약상, 그리고 사회적 금융의 정비와 임팩트 투자 활성화에 대하여 소개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의 사회적기업 숫자는 55,000개로 영국문화원 조사에 보고되었는데, 이는 한국의 인증기준과는 달리 협동조합과 비영리법인, 나아가 영리기업들도 특히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관들은 모두 사회적기업으로 세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노벨평화상도 받은 에티오피아 총리가 경제개발을 위해서도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에 대하여 강조하며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럼 참가기업 중 Whiz Kids Workshop이라는 사회적기업은 개발도상국의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특히 유치원 수준에서 비용효율적인 방법인 대중 매체를 통해 학습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불평등해소를 위해 선한기술을 사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Fikirte Addis는 에티오피아 패션 디자이너로서, 전통 직물을 사용한 의류 제작을 하고 있었다. Vitabite Nutrition는 에티오피아의 5세 미만 아동의 영양과 관련된 개선과 기존 행동변화를 목표로 요리책을 발간하고 있다. 출생 이후 1,000일 간 유아에게 중용한 영양 균형과 임산부, 수유모를 위한 영양식 레시피를 SNS를 활용하여 도시와 시골 지역에 공유하고, 훈련을 제공한다. 

함께일하는재단은 이들 포럼 참가기업들 외에 별도로 섭외한. 에티오피아 내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팅,투자지원기관 등도 방문하였다. RENEW는 에티오피아의 영향력 있는 투자 기업으로 IAN(The Impact Angel Network - 아프리카 투자 전 담 북미 최대 엔젤 네트워크)을 관리하고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전문 투자자문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Reach For Change Ethiopia는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지역 사회의 기업가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단체로,기업가 정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고자 아디스아바바 및 주요 지역 총 100명의 사회적 기업가에게 지원금을 제공하고,엑셀러레이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blueMoon은 업력이 오래된 곳은 아니나, 에티오피아 최초의 농업 기반 청년 기업가를 인큐베이팅하기위해 설립된 이니셔티브로,15세-29세의 뛰어난 청년 창업가를 발굴,육성하고자 하는 젊고 역동적인 기관이었다. 농업 가치사슬과 제품 제조 전반에 걸친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1년에 2회 헤커톤을 개최하여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재 한국의 사회적경제 현황은 탁월한 인재 유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약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금융의 정비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 증대로 시장기능을 활용한 혁신과 스케일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공공조달시장을 비롯하여 소비자들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아 유효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계의 혁신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때에 2019월드포럼을 보면서 세계를 향한 사회혁신의 물결이 지속되고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내년 2020월드포럼에는 함께일하는재단 등 민간기관 및 기업, 그리고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한국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길 바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사회적기업가들도 연사로 나서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구 (재)함께일하는재단 이사(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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