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잠들기 어려운 날들이 며칠이나 이어질 때면 잠시나마 그 일들을 잊고 그냥 자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흔히 술을 먹고는 합니다. 수면제를 먹기에는 뭔가 두려움이 앞서고, 반면 가장 익숙하고 구하기도 쉬운 술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술이 주는 위안과 진정의 효과로 실제로 잠이 들었던 경험은 ‘술이 우리를 더 쉽게 잠 들도록 도와주고, 밤새 더 깊게 자도록 도와준다’고 하는 선입견을 가지게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 술을 먹고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날이면 비록 많은 시간을 잤어도 도무지 개운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알코올과 수면의 관계를 떠올릴 때 우리가 흔히 겪는 이런 상반된 경험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잠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적어도 밤술은 피하자!’, 그리고 ‘절대로 잠을 자기 위한 목적으로 술을 먹지는 말자!’/사진=한국저작권위원회

알코올은 우리의 뇌를 잠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꺼트리는 것이다.

알코올은 우리 뇌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서 전기활동을 억제합니다. 뇌가 더 억제가 된다면 왜 술을 먹었을 때 기분이 더 들뜨거나 더 사교적이 되고, 평소에는 하지 않을 말과 행동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냐고요? 그것은 알코올의 작용효과가 뇌의 부위마다 시간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은 먼저 충동을 조절하고 행동을 자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이라는 부위를 억제하는데, 이로 인해 우리는 평소보다 자제력이 약해지고 긴장이 풀린 상태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 알코올이 더 들어오게 되면 뇌의 다른 영역들에서도 진정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몽롱해지고 쉽게 의식을 잃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 알코올이 하는 역할은 엄밀히 말하면 정상적인 잠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꺼트려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면(sleep)상태가 아니라 진정(sedation)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알코올은 잠이 들고 나서의 우리의 수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알코올은 잠을 조각나게 한다.

알코올 자체는 깊은 수면 단계를 줄이고 수면 구조를 파편화(Fragmentation)시킵니다. 물론 술에 취해 잠이 든 직후의 얼마간의 짧은 시간 동안은 깊은 수면 단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알코올이 들어간 뇌의 뇌파 상태는 정상적인 수면에서의 뇌파와 같지 않고 얕은 마취 상태와 비슷한 상태를 보입니다. 더욱이 알코올이 분해가 되면서 일종의 금단증상으로 인해 오히려 우리의 뇌는 각성 상태가 되어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뇌는 깊은 잠을 쭉 이어서 자는 것이 아니라 얕은 잠을 자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잠깐씩 깨어났던 것을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실제로는 잘게 조각난 형태의 잠을 자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몸과 뇌가 회복할 수 있는 깊은 잠을 충분히 잔 것이 아니기에 다음 날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알코올은 악몽이 늘어나게 할 수 있다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와 대사되는 과정에서 알데히드라는 물질이 부산물로 나오게 되는데, 이 알데히드는 우리 뇌에서 꿈꾸는 수면 단계인 렘수면(REM-sleep) 단계를 억제합니다. 이렇게 알코올로 인해 하룻밤 전체의 수면 중 전반부에 차단됐던 렘수면은 후반부에 이르러 마치 눌린 용수철이 다시 튀어 오르듯 렘수면 반동(REM-sleep rebound)현상이라는 것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우리는 감정적인 꿈이나 악몽을 더 많이 꾸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알코올과 수면의 관계와 관련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요? 네. 안타깝게도 이리 보고 저리 보더라도 술은 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는 결론입니다. 적어도 잠들기 2시간 전에 먹는 알코올이 수면을 방해할 것은 확실합니다. 보통 28그램의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약 1시간 30분이 걸리며 그 뒤로도 약한 금단증상이 2~4시간 지속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녁식사에 와인을 한 잔 곁들이는 정도가 그나마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지금 잠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적어도 밤술은 피하자!’, 그리고 ‘절대로 잠을 자기 위한 목적으로 술을 먹지는 말자!’로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주의가 필요한 것은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먹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밤 술을 찾게 될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술을 먹지 않고는 잠들지 못하는 경험이 지속될수록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해지다 결국 알코올 중독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알코올이 신체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잠을 자기 위한 술은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입니다. 차라리 단기로라도 수면제를 먹는 것이 나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보다도 더 나은 비약물적인 치료법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 다음에는 잠을 자기 위한 수면제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수 있겠지요. 혹은 이미 수면제나 안정제 등을 먹고 있는 중에 술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다음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Ebrahim IO et al., Alcohol Clin Exp Res. 2013 Apr;37(4):539-49

Colrain IM et al., Handb Clin Neurol. 2014;125:415-31.

Richard Berry, Sleep Medicine Pearls(Third Edition). Elsevier Saunders, Philadelphia, PA, 2015

매슈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수면과 꿈의 과학』, 열린책들, 2019.

그렉 D. 제이콥스, 『하버드 불면증 수업』, 예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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