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분야에도 대(大)기업이 있다. 전통적인 대기업처럼 매출이나 규모가 큰 기업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사회변화에 기여하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가는 기업을 말한다. 또 10년 이상 꾸준히 위기를 넘기며 성장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기업이다. 어느 때보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양적 성장이 커지는 요즘, 그 대기업들이 밟아온 10년 이상의 경험과 고민, 그리고 위기를 헤쳐 온 힘의 원천이 질적 도약을 앞둔 사회적경제 영역에 작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규모는 작지만 큰 가치를 만들어가는 강소 사회적기업가들을 본지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다.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사진=이로운넷

“취약계층 여성들은 자활의지가 강합니다. 비숙련 중고령 여성들이 할수 있는 일을 찾던 중 국가, 지역사회 의제와 만나 ‘사람을 돌보는 서비스(돌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돌봄이 주요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이 서비스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돌봄제공기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경제조직 중 1세대에 속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이하 도우누리)는 사람이 태어나 삶을 마감하는 생애 전 과정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대표 돌봄제공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19 직원조합원 워크숍 모습./사진=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도우누리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받은 조직이에요”

도우누리는 사회적 필요와 요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것이 아니라, 광진구 내 고용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통한 자활을 지원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서비스 제공’이 아닌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탄생된 것이다.

출발은 2001년 광진구 지역자활센터에서다. 2005년 노인돌봄, 장애인돌봄이 제도화 되면서 내부에서 지역자활근로, 바우처 사업, 복권사업 등을 돌보는 부서가 따로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도우누리의 전신 ‘늘푸른돌봄센터’다. 이후 2년간 시범적으로 운영되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던 2008년 독립해 창업했다.

창업 초기 늘푸른돌봄센터는 당시 유일하게 시장에 나가는 서비스였던 산모산후관리 서비스로 산후관리사와 신생아를 돌보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201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고, 2013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받아 현재의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가 탄생했다.

전환은 받았지만 법률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 2013년까지는 늘부른돌봄센터와 도우누리 두 개의 법인이 존재했다. “2014년 3월 법인세를 청산하고, 4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인가 받은 뒤 등기하고, 사업장을 설치했죠. 실제로는 2014년부터 운영됐어요. 우리에게 2013년은 애매한 일년이었죠.”

협동조합 전환 초창기 전체직원 140여명중 100여명이 출자했다. 법인을 설립하면서 직원들과 교육과정, 동의받는 과정 등을 논의했고, 이에 동의한 조합원이 출자한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필요해서는 아니었다. 민동세 도우누리 이사장은 “어떻게 보면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직원이 출자했다기 보다는 필요한 요건을 갖춘 뒤 협동조합 운동, 조합원 지위 획득 등을 위해 출자 한 것”이라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늘푸른돌봄센터를 운영 해왔기에 자본은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도 출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조합사업에만 묶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8월 기준 도우누리 조합원수는 701명이다. 그중 69.5%인 487명이 직원 조합원이다. 하지만 조합이 의무는 아니다. 취업규칙에도 조합원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민 이사장은 "1~2년 전부터 조합원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차등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올해 이사회에서 직영사업장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조합원을 채용해야 한다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도우누리가 제공하는 산모 신생아 돌봄 서비스./사진제공=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사회서비스 제공합니다"

도우누리는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민동세 이사장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제공하고, 없다면 개발해서 제공하는 것이 도우누리의 기본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도우누리는 △직접서비스 제공 사업장 운영 △새로운 사회서비스 개발, 기획 △조합원 사업(조합원 교육, 소액대출사업) △정책대응활동 △연대활동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재가서비스·이용시설서비스·사회서비스 등 돌봄사회서비스와 주거복지서비스(광진주거복지센터)·병원간병서비스(재활병동간병사업단_녹색병원)·고용서비스(SH희망돌봄사업단)·영양돌봄서비스(따뜻한밥상) 사회서비스는 도우누리의 주요 사업이다.

돌봄서비스는 도우누리 사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직원이 이용자 집에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서비스는 늘푸른돌봄센터, 서울아가마지, 늘푸른돌봄센터 강서·노원·양천점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용시설서비스는 이용자가 사업장에 와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돌아가는 형태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도우누리는 광진아동청소년발달센터, 꿈맞이어린이집, e편한2단지어린이집, 중랑병설 데이케어센터, 중계병설 데이케어센터를 운영중이다. 중랑노인전문요양원, 중계노인전문요양원 등 2곳의 생활시설서비스도 있다.

이 외에도 사회서비스 중 하나인 주거복지서비스는 주거 임대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주거 위기가정을 위한 긴급임시주택은 물론 녹색병원 재활병동 간병서비스를 한다. 지난해부터는 도우누리가 100%출자해 만든 식당 ‘따뜻한 밥상’에서 65세 노인이나 영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의 식사를 제공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용역으로 진행 예정인 고용서비스는 임대주택에 사는 고용 취약계층을 고용해 돌봄직무교육와 직장내 교육후 시장에 내보내는 사업이다.

도우누리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모습./ 사진제공=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돌봄의 필요성 사회적 책임에 있어”

민동세 이사장에게 도우누리가 타 사회서비스(돌봄) 기관(단체)와 다른점이 무엇인지 묻자 “사회서비스(돌봄)를 바라보는 주체와 지역주민들의 민주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고민이 만나, 국가·사회적 의제인 사회적 책임성을 봤다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민 이사장은 “돌봄은 사회재다. 개개인이 사고 팔 수 없고, 돈이 많으면 구하고 돈이 없으면 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며 “제공 주체가 공공요인을 갖춰야 한다. 도우누리는 공공성 포지셔닝 전략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또 도우누리는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협동조합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사업장으로만 존재 하는게 아니라 결사체, 조합원이 살아 있어야 한다”며 “돌봄은 사람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협동조합 결사조직은 서비스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것이 도우누리의 차별성”이라고 말했다.

도우누리가 제공하는 노인돌봄 사진./ 사진제공=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고민이요? 자원 부족이죠”

사회서비스분야 대표 사회적경제조직으로 꼽히지만, 자원부족에서 오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민동세 이사장은 “재무구조를 보면 매출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들어간다. 프로그램을 하려면 비용(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각 사업장 별로 처우조건(임금과 일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민 이사장은 “재가서비스의 경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조건도 열악하다. 예를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던 노인이 사망하면 해당 노동자는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후에 노동자를 위한 장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는 제도의 방향과 돌봄노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영향을 미친다. 돌봄 노동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각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 노동자에 맞는 노동 환경에 대한 설계도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조직 많아지면 좋죠~”

민동세 이사장은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사회서비스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움직임에 대해 좋은 현상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을 나란히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적기업은 영리와 비영리가 혼재된 성격이기에 사회적협동조합과 시각이 다르다”며 “사회적협동조합은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고 일반기업이 갖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전에 이런 인식을 학습하고 시작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도우누리는 우리 자본으로 협동조합 요양원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소규모 돌봄공간을 설립하겠다는 고민도 있고요. 나아가서는 차기 운영그룹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퇴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민동세 이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로운넷

 

<민동세 이사장이 말하는 강소 사회적기업의 포인트>

1. 필요의 당위가 분명해야

기업이 다루고자 하는 의제와 필요가 명확해야 한다. 기업이 다루고자 하는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찾아야 한다. 이것부터 막히면 할 수 있는게 없다. 사회적 당위를 명료하게 찾고 각인해야 한다.

2. 초기 성장단계기업에서 강하고 존경받는 리더십은 필수조건, 제도와 재정의 지원은 충분조건

초기 성장단계 기업은 강하고 존경받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는 희생할 수 밖에 없다. 강하고 존경받는 리더는 필수다. 더불어 제도와 제정의 지원이 충분해야 한다.

3. 활성화 단계 기업은 중용과 화합의 리더십과 사람이 성장하도록 돕는 자기시스템

어느정도 활성화 된 기업에서 강하고 존경받는 리더십은 오히려 걸림돌이다. 이때는 중용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간관리자를 리더로 양성해야 한다. 사람을 성장하게 도와주는 자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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