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예산을 생각하면 진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국이 미세먼지로 가득해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 문자를 받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두 달이 넘도록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주말, 지방에서 열린 야외 행사를 촬영차 다녀왔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위한 자리였다. 기업들이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고, 모두 다 함께 잘 살길 바라는 취지에서 열린 행사였다. ‘함께 잘 살자’라는 목적으로 열린 행사지만, 이래저래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주최 측 사정이야 뻔하다. 2020년 관련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행사를 치를 수밖에 없다.  

기관이나 담당 공무원이 게으르고 무능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상황인데, 예산을 잘 썼느냐는 평가에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는 현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10월쯤이 되면 우스갯소리로 들리는 농담 같은 진실. “도로를 세금으로 덮고 있다, 엄하게 페인트칠을 다시 한다.” 

현장에 나와 있던 모든 이들은 마스크를 끼고, 코를 풀어가며 행사를 진행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편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예산 집행과 이에 대한 감사 그리고 예산 책정에 대한 기준이 합리적이라면,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올해 못 치렀기 때문에 내년 행사는 더 풍성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눈치 게임 하듯, 전국 곳곳에서 남은 예산을 털기 위해 행사를 벌이고 있을까. 책정된 예산을 다 썼느냐가 아니라, 어떤 이유로 덜, 더 썼는지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면 국민 세금은 폭죽 날아가듯 흩날리지 않을 텐데. 진짜 방법이 없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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