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가치나눔청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눈으로 바라본 생생한 사회적 경제 현장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대학교 졸업반인 소케인(가명)은 사회적기업 DO I DO(두아이두)의 초창기 직원이다. 벌써 4년차인 그의 꿈은 한국어 선생님이다. 두아이두는 2015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설립된 수공예 가죽공방을 운영하는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이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가죽으로 만든 제품들을 판매하는 DO I DO 가죽공방 

캄보디아는 최근 연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학교가 아닌 일터와 길거리로 내몰린다. 2017년 기준 캄보디아의 중학교 수료율은 44.54%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처:외교부) 젊은이들이 고등 교육을 받지 못하고 노동집약적인 일터에 내몰리는 건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일보다 학업권 우선 원칙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데 캄보디아에선 그게 쉽지가 않아요.  파트타임 일자리가 거의 없고 구한다 할지라도 회사가 아이들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죠. 현실적으로 일을 하려면 학교를 그만둬야합니다.” -- 조현민 DO I DO 대표 

 

공방에서 제품을 제작 중인 조현민 두아이두 대표

두아이두는 자율적인 업무환경으로 아이들의 학업권을 보장한다. 아이들은 각자 학교 일정에 맞춰 업무 일정을 조율하며 근무시간을 채운다. 

“아이들이 학사일정 때문에 결근하는 날이 유독 많은 달이 있어요. 기존 근무시간보다 60시간이나 모자랄 때도 있지만 월급을 삭감하진 않아요. 대신 아이들이 시간이 날 때 마다 시간을 조금씩 쪼개 채우도록 합니다.”

현재 두아이두에는 7명의 청년들이 일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공방에서 가죽에 한땀한땀 자수를 놓듯이 자신의 꿈을 만들어 나가는 직원의 모습 

 

고부가가치산업 가죽공예에 눈뜨다.

 

두아이두는 가죽제품을 생산하고 제조 과정에서 남은 가죽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 가방을 비롯해 키링, 여권지갑 등의 각종 액세서리를 제작·판매한다. 

 

외국인들이 주 고객층이며 누구나 좋아하는 가죽으로 제작된 DO I DO 제품들

조대표는 평소에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안입는 청치마나 청바지를 받아 가죽과 콜라보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방으로 재탄생된 어렸을 때 아껴입던 손님의 청치마

그는 현지에서 장애인들을 수공예품 장인으로 키워가는 WAC라는 민간기관을 보고 사업모델의 힌트를 얻었다. 

“ 이들이 한달 내내 힘들게 베틀로 직접 짠 천은 10달러에서 30달러에 팔리는데 인기가 치솟자 4달러 수준의 저렴한 물건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기 시작했어요. 베틀천 수공예품은 설자리를 잃었죠. 그때 한국에선 가죽공방 열풍이 불었고 가죽수공예품은 기계를 쓰지 않아도 돼고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고 비싼 가격에 팔수 있어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프놈펜에는 가죽공방이 없어서 그는 한국에서 일주일간 속성으로 가죽공예를 배우고 부족한 부분은 책을 선생님 삼아 가방·지갑·수첩 등 소품을 만들어가며 디자인 감각을 키워갔다.

 

심플하면서도 DO I DO만의 개성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가죽제품들

 

조대표가 KOICA로부터 사회적개발협력형 초기 사업비 명목으로 지원 받은 1000만 달러는 사업을 안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제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두아이두의 물건을 넣고 싶다는 가게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곳 패션쇼에는 명품 가방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저희한테 제품을 의뢰했어요. 마닐라와 프놈펜 패션쇼에도 저희 제품이 선보이게 됐죠.”

 

가죽으로 제작되어 독특한 이미지를 풍기는 악세서리가 이목을 끈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해


두아이두 작업장에는 웃음소리와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직원들은 긴 책상에 둘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해나간다. 아무도 빨리! 잘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스윗(가명·24)은 손가락이 두 마디 정도 밖에 없다. 신체적 장애로 직장을 얻지 못해 사회와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아야했지만 두아이두는 그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칼을 잡아본 적도 없고 잡을 힘도 없었기에 처음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그에게 “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못할 것이 없다”면서 “남들만큼 잘하지 못해도 또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괜찮으니 멈추지 말고 연습을 계속하라”고 격려했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작은 칼질을 잘 하게 됐고 바느질 또한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많은 분들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어요. 저만해도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이 분명 뒤통수를 칠거다. 물건을 훔쳐간다’는 둥 별별 이야기를 다 들었어요. 전 아이들에게 보스(사장)가 아니라 시스터(자매)로 불려요. 저부터 마음을 여니 아이들이 여기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저 역시 점점 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일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사회적기업으로 국제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파

 

조 대표는 코이카-코트라가 지원하는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GYB)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그는 한국에서 개발도상국 외국 근로자와 이주 여성에 대한 연구를 했고 2014년 사회적기업육성사업의 컨설팅 인턴으로 캄보디아를 첫 방문했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개도국에서 직접 문화로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론과 현실의 차이점을 알게 됐고 사회적기업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캄보디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캄보디아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흥미로왔다. 

“제자 중에 사회적기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한국어 수업이 끝나고도 이들과 사회적기업 모임을 통해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나갔어요.”

그는 “최근 캄보디아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한국 청년들도 많이 찾고 있지만 문화와 언어의 장벽으로 십중팔구의 젊은이들이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언어도 다르고 사업 설명회도 영어로 해야하다보니 쉽지 않아요. 종자돈이나 네트워크 등 비빌 언덕도 없지요. 그동안 5기수에 걸쳐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 사업을 통해 약 60여명이 배출됐지만 그 중에서 창업한 사람은 3기로 나온 저 혼자이고 취업한 사람도 3명뿐입니다. 다른 분들은 다시 다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현민 대표는 두아이두 상점 2층에 ‘코워킹스페이스 D’란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캄보디아에서 개발협력과 사회적기업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공간이다. 캄보디아에는 한국과 달리 강연이나 특강 등 지식의 장을 접할 기회가 적다. 이곳에선 세미나가 개최되고 함께 사회문제와 시대정신에 대해 논하는 시간을 갖는다.  

 

프놈펜 DO I DO 상점 2층에 사회적기업의 보금자리로 마련된 코워킹스페이스 D

 

“제 꿈은 한국청년과 캄보디아 청년 두 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경제를 이야기하고 개발협력을 하는 날이 오는거예요. 아직은 코워킹스페이스D에서 한국 청년과 캄보디아 청년들이 각각 모임을 갖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사진= 캄보디아 프놈펜 정유진 기자(가치나눔청년기자단 2기)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