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귀화했고 한국말을 쓰며 한국인보다 한국 문화를 더 잘 아는 외국인을 우리 민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처럼 복잡하고도 미묘한 ‘인종 / 민족 / 국민 / 어족’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정의를 내림으로써 역사 공부의 제대로 된 출발점으로 이끈다.

민족의 지형을 알면 오늘의 세계가 보인다

오늘날에도 왜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 문제를 겪고 있는지, 스페인의 카탈루냐주와 중국의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가 분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왜 자치 정부를 세우고 독립하려 하는지, 아랍 세계와 미국 사이에 갈등이 잦은 원인은 무엇인지, 왜 발칸반도를 ‘세계의 화약고’라고 부르는지 등의 국제 이슈를 민족의 형성과정과 연결 짓고 있다.

흑인과 황인, 백인으로 분화된 인류의 민족 형성 과장

현생 인류의 먼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탄생했다. 그들은 수에즈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파생되었는데 유인원의 종류가 여러 종이듯 ‘인류’도 여러 민족으로 분화되었지만,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다.

원래 흑인이었던 호모 사피엔스는 각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따라 서서히 모습이 변해 갔다. 추운 지역의 인류는 추위에 적응하는 동안 얼굴이 평평해지고 두꺼운 눈꺼풀로 안구를 덮었으며 동상을 방지하기 위해 입술이 얇아졌다. 햇빛이 강하지 않은 유럽 지역에서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멜라닌 색소가 필요하지 않아서 피부와 홍채, 모발의 색깔이 옅어졌다. 이렇게 인류는 기후와 풍토에 적응하면서 흑인, 황인, 백인의 모습을 갖추게 되면서 각각의 민족으로 분화되었다.

이들 민족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화합과 병합으로 인한 새로운 민족이 형성되는 것을 역사의 과정으로 서술하고 있다.

세르비아와 코소보에서 일어난 ‘인종 청소’ 역시 민족 간의 대립이 불씨가 된 제1차 세계대전은 발칸반도에서 잉태된 게르만인과 슬라브인의 갈등에서 비롯되었고, 유대인들은 스스로를 ‘독일 국민’으로 여겼으나, 나치는 ‘민족’이라는 혈통 증명서를 내밀며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제2차 세계대전이 대표적이다.

동아시아의 민족 형성과정, 코카서스 지방에서 발원한 인도-유럽 어족의 아리아인이 인도 지역으로 이동하여 선주민인 드라비다인의 지배, 라틴인과 게르만인, 슬라브인이 세 가지 민족적 원류를 이룬 가운데 세력을 다투었던 유럽 등의 역사적 흐름을 혈통과 언어학적 관점으로 조명하였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혈통적 연결고리

2001년 아키히토 천황이 스스로를 백제인의 후손이라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듯, 오늘날의 일본인은 한반도인과 혈통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며, 4세기부터 7세기까지 일본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한반도인이 일본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독자들은 그동안 세계사를 공부하면서도 늘 찜찜하게 밀어두어야 했던 ‘민족’의 형성과 변화과정을 흥미롭게 짚어가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의 흐름을 접목하게 될 것이다.

저자 宇山卓?은 게이오기주쿠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국제 시사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해설하는 시사평론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사』를 비롯하여 다수의 역사책이 한국어로 번역돼 있다.

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宇山卓? 지음/전경아 옮김/(주)센시오 펴냄/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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