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BOOK촌] 제도권 정당의 독점? "반역은 옳다"
[이로운 BOOK촌] 제도권 정당의 독점? "반역은 옳다"
  • 이로운넷=고우용 시니어 기자
  • 승인 2019.11.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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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은 옳다'...노(老)철학자 바디우가 '68년 5월 혁명'을 다시 말하는 이유
다수 지식인의 의회민주주의 투항, 신자유주의 복종으로 이어지는 현실 비판

그것이 설령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일지라도, 어둠 속에서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야 말로 어둠 너머의 희미한 빛으로 그 이념을 다시 건져 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노력이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가로지를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역은 옳다!” 저자는 이 책의 글을 마무리한다.

 

노(老)철학자 바디우는 지금 왜 68년 5월 혁명을 말하는가.

혁명을 기념하는 수많은 책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혁명에 참가한 자신(혹은 자신들의 세대)의 기억을 추켜세우거나, 노철학자의 향수에 빠진 책은 결코 아니다. 바디우는 68년 5월 혁명에 대한 “상투적인 전망들… 매도와 향수로서의 기념을 틀림없이 강화하게 될 전망들과 단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1968년 당시 시대의 영웅이었다가 지금은 평범한 정치인이 된 콘-벤디트(Daniel Cohn-Bendit)와 같은 저명한 과거의 68세대가 이제는 ‘68혁명’이라는 단어에서 혁명성을 애써 제거해 기념품으로만 간직하려는 것을 비판한다. 바디우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상기시키고, 그 사건이 어떤 효과를 만들어냈는지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현재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68년 5월 혁명을 바라보는 어떤 관점은 엄청난 규모의 시위와 파업, 거리의 민주주의라는 신화와 더불어 혼란과 무정부 상태, 무분별한 성적 일탈과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폄하는 이 혁명의 모호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객관적인 시대적 상황이 요구한 새로운 방향의 혁명이었다. 문제는 이 혁명이 보여준 새로운 방향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느냐에 있다. 시대의 맥락에 이 혁명을 위치 짓고, 그 시대를 벗어나는 독특성, 혁명의 새로운 방향을 통해 제시되는 그 독특성에 주목할 때, 68년 5월 혁명의 위치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고 그것이 21세기의 오늘에 비추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확언할 수 있을 것이다.

68년 5월 혁명은 ‘전위 없는 혁명’이었다. 이 혁명은 각각의 영역에서 자발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발생하고 진행됐다. 68년 5월 혁명은 몇 가지 서로 다른 혁명들의 동시적 전개로 이루어진 것이다. 자본주의의 억압적 정치는 삶을 통제하고, 안전 담론을 확산시키며, 모든 인구를 단지 ‘자원’으로 관리하고 통제한다. 이러한 체제 아래 존재하는 자유란 단지 1차원적인 자유일 뿐이다. 오늘날의 의회 민주주의 정치는 모든 인구를 이러한 단순하고 한심한 삶에 머무르게 한다. 고령의 철학자 바디우가 여전히 혁명적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68년 5월 혁명을 다시 평가하며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정치라고 바디우는 말한다. 프랑스의 경우 바디우와 랑시에르를 비롯한 소수의 지식인들이 68혁명의 유산을 지켜내고 발전시키려 노력했을 뿐,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의회-민주주의에 투항해 제도권 좌파의 사상가가 되거나 국가 의존적 개혁주의로 나아갔다.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상당수의 한국 지식인들은 의회 민주주의 안에서의 개량을 유일하게 가능한 것으로 승인했고, 그것이 떠받들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철저히 복종했다.

이 책은 2016년 촛불혁명의 성과도 제도권 정당이 독점하려는 상황 속에서, 바디우의 외침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진정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즉 지구 곳곳에서 방황하고 고통받는 엄청난 수의 노동자와 빈민 대중과 결합할 때 다시 한 번 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역은 옳다!”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치 활동가이다. 젊은 시절에는 사르트르주의자였으며 이후 루이 알튀세르의 제자가 되어 그의 작업에 참여하다가 1968년 5월 혁명 이후 확고한 마오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1970년대 내내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했다. 2002년 국제프랑스현대철학연구센터를 창설했다. 현재는 스위스 자스페에 위치한 유럽 대학원의 르네 데카르트 석좌교수로 있다. ‘주체의 이론’외 다수의 책이 한국어로 번역됐다.

 

 

 

 

 

반역은 옳다 : 알랭 바디우 지음, 서용순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12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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