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CSR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적경제기업을 만나 그 시너지가 더해졌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가는 SE-CSR 협력 사례를 소개한다.

1969년 2월 15일. 한국도로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도로공사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7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근간이 된 경부고속도로 서울-부산(428km) 전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2012년도에는 고속도로 4,000km 시대를 열었으며, 2000년 시범운영을 시작한 하이패스는 무정차 톨링 시스템인 ‘스마트톨링’ 시행으로 발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인간과 기술,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사람 중심의 스마트 고속도로’ 시대를 열고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김천 신사옥 전경./사진=한국도로공사

[인터뷰] 이재호 한국도로공사 사업개발처 벤처사업팀 팀장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는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8년 사회적 가치 추진 업무를 수행하던 좋은일자리창출추진단(T/F)내 ‘사회가치팀’을 2019년 ‘사회가치혁신처’로 확대 개편해 사회적 가치 실행력을 강화하는 등 견고한 추진 기반을 마련해왔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의 사회공헌활동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사업개발처 벤처사업팀 이재호 팀장/사진=한국도로공사

사회적경제와 협력으로 사회적 가치 활성화 UP 

“기존에 도로공사가 해온 사회공헌활동인 유자녀 장학사업,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프로그램, 직원 헌혈 등의 사회공헌활동에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협업이 더해진다면 자본과 이익, 재투자의 선순환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과 더불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라 봅니다.”

이재호 도로공사 사업개발처 벤처사업팀장은 한국도로공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비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도로공사와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휴게소에 난립해있던 불법 노점상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도로공사는 휴게소 운영자, 노점상과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 협의를 거쳐 hi-shop 협동조합을 탄생시켰다. 이후 불법노점상이 있던 자리에는 장애인과 여성을 위한 주차시설이 추가 설치되었고, 고객들은  hi-shop에서 구입하는 물건에 대해 카드결재와 품질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hi-shop 점주들은 기부를 통해 나눔과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추풍령 휴게소에 위치한 청년 창업 매장./사진=한국도로공사

2018년부터 시작한 휴게소 내 사회적기업 매장을 입점시키고 지원하는 사업은 도로공사 업의 특성을 잘 살린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 활동이다. 도로공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8년 8월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에 사회적기업을 시범 유치했다, 이후 현재까지 15개 사회적기업이 휴게소에 입점해 영업 중이다. 또한 전국 거점별 휴게소 내 사회적기업의 운영 공간을 별도로 제공하고, 입점 기업에게는 임대료 감면 및 맞춤형 컨설팅 등을 제공하여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 여성, 고령자 등 취약계층 총 49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냈다. 2014년부터는 휴게소에 청년매장 입점 지원사업을 시작해 현재 100여개 청년매장과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 제1호 공유주방인 Night Cafe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제1호 공유주방인 Night Cafe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소셜벤처 창업지원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 

도로공사가 소셜벤처 지원에 나선 것은 2018년이다. 그 해 도로공사는 사회적경제 분야 민간 창업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소셜벤처 관련 창업지원 사업을 발굴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문 창업전문기관이 아니었던 터라 사회적기업을 직접 발굴하기 위한 경연대회를 별도 개최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발굴 경진대회를 검토하던 중 알게 된 곳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었다.

이미 9년째 전국 최대 규모의 소셜벤처 전국 경연대회(이하 경연대회)를 개최해온 진흥원은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가장 전문적인 기관이고, 함께 사업을 해나가기에 좋은 파트너였다. 그렇게 도로공사와 진흥원은 소셜벤처 창업지원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2018년 손을 잡았다. 이 팀장은 “경연대회에서 ‘세상을 바꿀 작은 아이디어’를 발굴·지원하는 사업이 작은 발걸음일지 모르나, 결국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협력의 이유를 밝혔다. 도로공사는 2018년 진흥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경연대회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총 4개 팀(2018년 2팀, 2019년 2팀)을 직접 발굴했다. 

2019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참가한 한국도로공사/사진=한국도로공사

2018년 도로공사 상을 수상한 두 팀에 대해서는 공사가 보유한 인프라를 최대로 활용해 창업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두 팀은 바로 ‘GPS AED’(대표 장세복)팀과 ‘I CAN DO IT’(대표 곽동현)팀이다. 

GPS AED팀은 심정지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GPS기술을 적용한 AED(제세동기)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할 경우 어딘가에 비치된 AED에서 경보음과 환자가 있는 곳까지의 안내지도가 표출되어, AED 인근을 지나는 사람이 AED를 가지고 환자에게 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지난 2월에는 서해안고속도로 매송휴게소(목포방향)에서 ‘GPS AED’ 기술시연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공사에서는 GPS AED 기술 상용화 시 심정지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 CAN DO IT팀은 캔 전용 압축 디자인 쓰레기통으로 자원 재활용을 촉진시키는 친환경 아이템을 개발했다. 

휴게소에 쓰레기통 시범 설치한 I CAN DO IT팀. 캔 전용 압축 디자인 쓰레기통으로 자원 재활용을 촉진시키는 친환경 아이템을 개발했다./사진=한국도로공사

이 팀장은 “두 팀 모두 아직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지만, 이들이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창업 후 2팀의 서비스가 다중이용 시설에 상용 설치가 가능한 기술 및 품질 수준까지 이르면, 시범 설치와 도로공사 기술마켓을 활용한 마케팅, 판로지원도 진행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보유 역량 적극 활용해 사회적경제와 가교 역할  

최근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외부 기관들과 협력 시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이 팀장은 “공공기관이다 보니 협력대상 사회적경제 기업을 선정하는 것도 매우 조심스럽고 공정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어떤 사회적기업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공공기관들의 경우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들로 사업 분야가 중복되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도로공사 사회적 가치 자문단./사진=한국도로공사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도로공사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대기업 간의 가교 역할로서 진흥원 등 중간지원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팀장은 “양측의 다양한 제안으로 새로운 사업들이 발굴될 수도 있고 이러한 네트워킹을 통해 사회적경제는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향후 도로공사는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적극 활용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편익 증진은 물론,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 사회적 가치 선도에 앞장서는 공기업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인터뷰] 한국도로공사와 협력하는 소셜벤처 GPS AED 장세복 대표 

기술로 심 정지 환자 돕는다 

GPS AED 장세복 대표./사진=GPS AED

GPS AED는 심 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8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사회가치상을 수상했다.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인 GPS AED팀의 장세복 대표를 만나봤다. 

GPS AED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주세요. 

▶ GPS AED는 심 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작동 원리는 심 정지 환자 발생 시 주변 사람이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버튼을 누르면 근처 소방서 혹은 반경 500m 내에 설치된 AED(자동 심장충격기)로 심 정지 환자의 위치가 자동 전송됩니다. 또 해당 기계에서 경보음과 함께 AED 전자 지도에 환자 위치 및 경로가 표출됩니다. 특히 AED에 설치된 통화 기능을 이용해 신고자와 통화가 가능해 건물 내에서도 환자의 위치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죠. AED의 위치만 표시해주는 기존 스마트폰 앱에 비해 응급조치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어 기술 상용화가 되면 심 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사업을 구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 민간 구급차를 운영한지 19년차입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콘서트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주 가는데, 언젠가 현장에 나갔다 심 정지 환자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장에 갔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상태였죠. 당시 쓰러진 곳이 대형마트 앞이라 AED가 설치된 곳이었음에도 아무도 AED가 뭔지, 어디 있는지 몰랐어요. 나중에야 경비원 분이 가져왔지만 배터리는 방전 상태였고, 패치도 유통기한이 지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설치되어 있어도 무용지물인 걸 보면서 다른 곳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 심 정지 환자 및 AED 설치 현황은 어떤가요. 

▶ 심 정지 발생에 따른 사망률은 90.1%로 하루 평균 68.6명이 심정지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5.2%를 제외하면 생존율은 4.7%에 불과합니다. 현재 출시된 앱이 있지만 4분의 골든타임이 불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찾아와야 하기에 평균 8~16분이 소요되는데, 그 시간이면 119가 도착하는 시간과 비슷하죠. AED 관리도 허술합니다. AED 설치 장소라 표기된 곳에 가 봐도 없거나 잠겨있는 게 태반이죠. 동네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 설치되어 있어도 직원들이 퇴근 후 문을 닫아버리니 저녁이나 밤에 사용이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AED 보급률이 높은 편임에도 사용 비율도 낮고 심 정지 발생 시 사명률도 높습니다. 

GPS AED./사진=GPS AED

한국도로공사와는 어떤 협력 사업을 진행 중인가요. 

▶ 현재 베타 버전(△사용자용 △설치용 △관제탑용) 3가지 기술 개발은 완료했습니다. 올 2월 명절 때 베타 버전의 기술을 시민들에게 시연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설치해 시연 및 설문조사 등 기술 시연 행사를 한국도로공사의 도움으로 진행했습니다. 이후 상용화가 되면 다양한 지원을 계획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공공·대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들었던 고민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 우리 기술은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거나 핫한 주제는 아닙니다. 의료진들이 이 기술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크게 공감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평생 한번 쓸까하는 것이라 관심도가 아무래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이라는 점에서 정말 중요한 사업이기에 이런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 기술이 빨리 상용화 되어야 합니다. 

향후 계획을 말해주세요. 

▶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큰 개발 비용이 필요합니다.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창업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당장 어려운 이유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이 여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지원 또는 사업개발에 나서주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곳이 있다면 우리 기술을 양도할 생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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