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7억 원 기업자금 조달..‘정 브라더스’의 프로보노 스토리
총 7억 원 기업자금 조달..‘정 브라더스’의 프로보노 스토리
  • 이로운넷=정유빈 인턴 기자
  • 승인 2019.11.0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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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출신 대표와 식품업계 30년 베테랑 프로보노
사회적경제 기업 공동작업장+스마트팜 아이디어로 7억원 기업자금 조달
장애인 직원 삶에 동기부여하는 일자리 제공하는 한국의 '레벤스 힐페'가 목표

“프로보노는 제게 망망대해에서 만난 내비게이션이었습니다.” (나무를심은사람 정재욱 대표)

“장애인의 사회활동, 아예 몰랐을 뻔한 분야를 알게 되어 오히려 고맙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태영 프로보노)
 

예비사회적기업 ㈜나무를심은사람의 정재욱 대표와 정태영 프로보노의 대화 내용이다. 이들의 대화 속에 고마움이 오간다.

㈜나무를심은사람은 ‘여기당’이라는 수제잼 브랜드를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이다. 졸업 이후 일자리 고민을 가진 장애학생과 그들의 부모, 고등학교 특수교사와 특수교육실무사가 함께 대구 지역의 과수산업을 기반으로 수제잼을 만든다. 맛은 물론 손바닥보다 작은 ‘미니미’ 사이즈에 감각적인 라벨 디자인까지 더해져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잼 기타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무를심은사람은 정 프로보노와 함께 사업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원으로부터 6억원의 기업자금 조달을 이루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보증기금에서도 힘을 보탰다. 신보 측에서 연락이 와 자금 1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이 자금으로 장애인이 수월하게 근무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고, 2021년까지는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팜(smart farm)으로 만들어 장애학생에 직업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장애인교육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아 인근 특수학교와 산학협력을 맺는 게 목표다.

나무를심은사람의 대표 상품인 수제잼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잼 기타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나무를심은사람의 대표 상품인 수제잼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잼 기타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프로보노(probono)란 자신의 전문성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사람 혹은 일을 뜻한다.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 된 프로보노 활동은 꾸준히 프로보노 활동이 성장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긴 정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사회가치 창출의 성과와 임팩트가 중요해지면서 프로보노는 효율적인 사회적가치 창출의 방법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존의 자원과 필요롤 연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프로보노와 조직은 주로 일대일 매칭으로 긴밀한 관계형성이 가능한 만큼 다양한 사례가 만들어진다. 두 주체가 맺는 관계의 깊이와 영향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나무를심은사람의 경우 정태영 프로보노가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활동을 진행했다. “활동은 11월에 끝나지만 같이 시작한 만큼 성과가 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정태영 프로보노와 그를 “고문님”이라 부르는 둘은 ‘정 브라더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관계였다.
 

“아이들에게 더 큰 성취감을 주는 일이 필요해” 창업한 특수교사

정재욱 대표는 경상북도 경산의 특수교사였다. 특수교사였던 정 대표의 눈에는 직무지도 차 방문한 제자들의 작업현장이 아쉽기만 했다. 반복작업은 지루해보이고 작업장의 안전문제 등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발당장애인의 경우 반복적인 작업에서 큰 능력을 발휘하지만 정 대표는 “아이들에게 더 큰 성취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정 대표는 장애학생들의 학부모, 다른 특수교사와 함께 2014년 장애인 교육프로그램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수제잼을 만드는데 과일 수확에서부터 제품을 만들어 용기에 담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이 높아지는 걸 확인해 보람있었지만 여러 지원사업을 알아보던 도중 다음과 같은 질문에 부딪혔다.

“장애인을 채용하겠다고 시작한 조직이 많은데, 차별점이 무엇인가요?”

정재욱 대표는 특수교사 출신으로 장앤인에게 안정적 일자리 뿐 아니라 삶 전반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창업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정재욱 대표는 특수교사 출신으로 장앤인에게 안정적 일자리 뿐 아니라 삶 전반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창업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는 오스트리아의 레벤스힐페(Lebenshilfe)를 접하고 사업 모토로 삼았다. 레벤스힐페는 오스트리아의 장애인 고용 작업장으로 일자리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직원들의 삶에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장애인 직원의 부모와 사회복지사가 함께 운영하며 직무는 직원이 체험기간을 가진 뒤 스스로 선택한다. 2주간의 직업체험 이후 원하는 직무가 없으면 새로운 일감을 만들기도 한다. 일보다 직원이 먼저인 셈이다.

한국의 레벤스힐페가 되기 위해 정 대표는 하루 4시간, 주 20시간 근무 원칙을 세웠다. 또한 사회복지사로 팀장을 구성해 여가를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애가 있는 직원의 삶 전반을 함께하는 계획도 세웠다. 그렇게 2017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7기에 참여하면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2017년과 2018년 연속 사회적기업 특화 크라우드펀딩 2위를 달성하는 등 수상실적과 업력을 쌓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대형 백화점에 납품하다 시설미비로 납품중지 요청을 받게 된 거다. 작업장이 별도 건물로 분리되지 않았던 점이 문제였다.

정태영 프로보노는 식품업계 30년 종사하고 오랜 해외근무 경험으로 수출입에도 능통하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정태영 프로보노는 식품업계 30년 종사하고 오랜 해외근무 경험으로 수출입에도 능통하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사회적가치 만점기업, 프로보노와 함께 경영도 만점으로

정태영 프로보노는 30년동안 식품업계에 몸담았다. 소스, 스프 등을 제작하는 식품가공업이었다. 그중 20년은 미얀마에서 근무해 국가 수출입 업무에도 능통했다. 은퇴 이후 사회활동을 고민하다 사회적경제를 접해 성공회대 사회적경제 리더과정에서 2년간 공부한 뒤 지난 6월 프로보노 활동을 시작했다.

나무를심은사람이 대구에 위치에 거리상 부담이 됐지만 식품업에는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 정 대표를 찾았다. 정태영 프로보노는 그의 진정성과 사업 포부에 감동했다. 그렇게 프로보노 활동을 시작했지만 전문가인 그의 눈엔 현실적 어려움이 적나라했다. “사회적가치는 만점인데, 경영은 꼴지였다”며 정태영 프로보노는 당시를 회상했다.

정 프로보노가 가진 사업적 전문성에 사회적경제 영역을 더하니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으로 매출분석을 거쳐 제품을 손봤다. 잼은 재구매가 더디다고 판단해 120g 사이즈로 제품 크기를 조정했다. 그렇게 하면 사회적경제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업체나 카페에 납품하기도 용이했다. 

하지만 잼을 만들어 기부하던 걸 지속하기 위해 700g짜리 용기를 따로 제작했다. ‘정 브라더스’의 협력은 이런 방식이었다. 정 대표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있다면 정 프로보노는 사업적 수완을 낼 방안을 찾아냈다. 이외에도 제품 생산에 공정무역 원료를 이용해 국제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 인증인 비콥(B Corporation) 인증도 노리고 있다. 

나무를심은사람들의 대표 상품인 프리미엄 수제잼. 작은 용기와 재료 본연의 풍미가 높은 맛으로 인기가 좋아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베스트'에 꼽히기도 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나무를심은사람들의 대표 상품인 프리미엄 수제잼. 작은 용기와 재료 본연의 풍미가 높은 맛으로 인기가 좋아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베스트'에 꼽히기도 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위기상황을 성장의 발판으로, 위기 극복 위한 아이디어로 7억원 사업자금 마련해내다

정 대표가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백화점 납품 중지라는 위기상황이었다. 이에 ‘정 브라더스’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작업장이었다. 공장 이전은 제품 신뢰도와도 직결돼있고 보다 많은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를 공장에 반영할 방법을 구상하다 ‘공동사업장’과 ‘스마트팜’을 떠올렸다.

공동사업장은 전라북도 완주군의 사례를 참고했다. 완주군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안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개념을 지역에 정착시킨 사례로 알려져있다. 중간유통업자 없이 공동판매장을 통해 지역 농민들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완주군은 최근 ‘완주군 로컬푸드 가공센터’를 설립해 지역농민이 함께 이용하는 작업장을 만들었다. 독자적 작업장 운영 여건이 안되는 농민들이 함께 이용하며 2차생산물을 만들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성공회대에서 사회적경제를 배우면서 완주군의 사례를 접한 정 프로보노는 다른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함께 이용하는 공동사업장을 구상했다. 스마트팜(smart farm)을 적용해 인근 특수학교 학생들이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최신 농업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일부러 사무실도 2020년 개교 예정인 대구시 장애인특성화고등학교 인근에 설립했다.

‘정 브라더스’는 위의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들고 중소벤처기업진흥원을 찾았다. 심사를 거쳐 6억 원의 시설작업 자금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금년도 지원은 마감돼 2020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공장 설립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내년 한 해동안 공장설립, 식품안전성 인증 등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나무를심은사람의 정재욱 대표와 정태영 프로보노(왼쪽부터)가 24일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식품대전 나무를심은사람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주)나무를심은사람의 정재욱 대표와 정태영 프로보노(왼쪽부터)가 24일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식품대전 나무를심은사람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이들의 사업 계획은 그 이후까지 빼곡하다. 잼을 프리미엄화해 브랜딩을 진행하는 한편 실질적 수완을 만들기 위한 사업적 모색도 하고 있다. 정 프로보노는 전문성을 살려 사업 확장을 고민하고, 정 대표는 계속해서 인근 특수학교 관계자와 컨택하며 한국의 ‘레벤스 힐페’가 되려는 ㈜나무를심은사람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공식적인 프로보노 활동은 6개월로 끝난다. 하지만 그간 만들어진 새로운 관계가 더 오래 함께하는 미래를 계획하게 만들었다.

“프로보노 공식 활동은 11월에 끝나지만 같이 시작했으니 성과가 날 때까지 함께 할 겁니다. 진흥원에서 교통비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데, 내가 알아서 대구로 가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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