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CSR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적경제기업을 만나 그 시너지가 더해졌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가는 SE-CSR 협력 사례를 소개한다.

1984년 식재 공급 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급식, 외식, 식재?식품 사업 등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기준 매출액 1조 7800억원, 종사자 9500명으로 업계 리더 자리를 지켜왔다. 전국 9개 생산시설, 14개 물류센터가 기반이 되는 제조·유통 인프라와 30여 년간 쌓아온 식품 분야의 노하우는 아워홈의 강점으로 손꼽힌다.

정인찬 아워홈 경북 식재파트 파트장의 모습./사진제공=아워홈

아워홈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나눔과 상생’이라는 가치 아래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 2007년 사내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창단한 ‘아워홈 봉사단’을 통해 소외계층, 농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월에는 경상북도와 업무협약 체결을 맺고, 지역 내 사회적경제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기로 했다.

아워홈의 CSR, 기부?후원→ 사회문제 해결 주체 지원

과거 대기업의 사회공헌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기부와 후원’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요구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복지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확대 중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는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LG그룹에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셜캠퍼스’ ‘소셜펀드’ 등 성장 지원 유형의 연대 사업을 시행했다. LG그룹 계열인 아워홈은 식품 분야 사회적경제 기업에 시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환경 조성을 위한 기술 자문 파트너 역할을 맡기로 했다.

지난해 2월 경북도청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아워홈 김길수 대표이사(좌)와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우)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아워홈

아워홈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봤다. 잉여 자원을 활용하고,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비즈니스를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가치를 추구한다는 강점이 있었다. 정인찬 파트장은 “지역에 많은 협력사들이 있지만 기업의 CSR과 연결해 착한 생산자가 만드는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이들 제품의 우선구매를 통해 지역과 상생하는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아워홈은 경상북도와 업무협약을 맺어 사회적경제 육성 및 활성화를 본격화했다. 민간 당사자 조직인 ‘경상북도사회적기업종합상사(이하 경북종합상사)’와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추진 목적?과제를 협의하고, 본사 및 경북도의 세부사업 검토를 통해 대표 간 협약을 맺었다. 아워홈은 ▲사회적기업 생산품 및 농산물 구매 ▲사회적경제 유통 직거래 매장 설치 ▲유통·물류 시스템과 수·발주 시스템 기술전수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 ▲프랜차이즈 사회적기업 육성 및 시장 경쟁력 제고 ▲청년 창업지원 및 현장 컨설팅, 기술자문 등을 지원한다.

물류 시스템?시장 구매력 통한 사회적경제 기업 육성

아워홈은 경북종합상사를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의 물류적 어려움을 인식하게 됐다. 정 파트장은 “식품 전문기업인 아워홈이 물류 시스템과 시장 구매력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기업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한다면, 이들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식품 업종 창업의 대한 현장 컨설팅과 원재료 및 가격경쟁력 확보를 지원한다. 초기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매출 규모에 비해 무리하게 시설 확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안정적 매출을 확보할 때까지 1차 농산물 생산에 집중하도록 한다. 가공식품의 경우 아워홈의 강점인 제조공장과 연계해 PB 상품 등을 개발하도록 이끈다.

특히 경북도는 농산물의 주 생산지로 생산?가공업 분야의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고, 아워홈은 이들의 육성을 돕기로 했다. 요식업 분야의 청년 창업을 장려하고, 사회적경제의 공동?연대사업의 기술 지원을 통해 다양한 소셜벤처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경북도 역시 청년 유입과 창업 환경 조성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 7월 원자력환경공단에서 진행한 아워홈의 사회적경제 상품기획전 품평회 행사 사진./사진제공=아워홈

아워홈에서 개별 단위를 넘어 지역 단위로 사회적경제를 지원한 협력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북도에는 품질 좋은 농산물과 상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있었지만, 식품 공급사의 등록 요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재무, 신용평가, 식품 제조 요건 등에 대한 인식이나 체계적 경영 관리 측면에서도 일부 한계가 드러났다. 

정 파트장은 “단시간 내 과시적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이들과 함께하며, 기업과 상품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장 수요에 대한 신규상품 개발, 식품 분야 관리 교육, 현장 실습, 전문가 현장 코칭 등 기술지원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전국 여러 사회적경제 기업에서도 이번 협약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아워홈은 식품 전문성을 활용해 1차 농산물의 생산 및 판로확대를 통한 생산기지화, 커피?요식업의 소셜 프랜차이즈 확대를 위한 지원 플랫폼 개발 등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육성 모델을 구축해간다는 목표다. 정 파트장은 “지역경제 보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사회적경제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아워홈과 협력하는 경상북도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 이원찬 사업단장

?사회적기업 돕는 사회적기업, 지역경제 활성화 이끈다

이원찬 경상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 사업단장의 모습./사진제공=경북종합상사

도내 125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조합원으로 함께하는 경상북도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이하 경북종합상사)은 2015년 설립된 전국 최초의 조직이다. 사회적기업의 교류?협력?정착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을 목표로 한 경북종합상사를 만나보자.

-경북종합상사는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가요?

▶경북종합상사는 영세성, 수익성, 전문성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자립 기반을 확보하도록 지원합니다.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이죠. 시장 선도 및 신시장 개척을 위해 종합상사만의 지원체계를 만들고, 판로 개척 및 판매 촉진, 경영지원, 조직화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합니다.

-경북종합상사를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8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 관련 정책과 제도 등을 통해 양적 확대가 이뤄졌지만, 사회적기업들은 시장 진출과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5년 경상북도사회적기업협의회를 중심으로 종합상사 형태의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도내 86개 사회적기업들이 출자금 약 1억 4000만원을 모아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했어요. 이후 2016년 지역형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2017년 고용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지역 내 사회적경제 홍보관을 열어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린다./사진제공=경북종합상사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 미션을 위해 어떤 사업을 수행했나요?

▶경영지원 분야에서는 온?오프라인 유통시장 진입을 위한 상품기획전, 입점 및 협력사 등록지원, 공동마케팅을 위한 상품안내서 제작, 업종별 공동사업 발굴 등을 진행했습니다. 판로지원 분야에서는 사회적경제 우선구매 정책 설명회, 청년상사맨 육성을 통한 부서별 찾아가는 설명회, 명절 및 상시 특판전,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사회적가치 연대를 위한 협약, 사회적경제 홍보판매장 10개소 조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현 시점 경북종합상사의 조합원 수와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2015년 86개소 사회적기업 조합원에서 2019년 현재 125개소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정조합원, 마을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은 후원자 조합원입니다. 2018년 기준 중계 및 직접 매출은 11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올해는 지방 이전 공기업과 다수의 대기업의 사회적가치 연대 및 사회적경제 우선구매의 판로지원 사업에 따라 상품중계 및 물품, 용역 등을 통해 매출 200억원 달성을 예상합니다.

-‘아워홈’과 협약을 통해 추진하는 사업을 소개해주세요.

▶식품 대기업인 아워홈과 연계해 도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품구매, 계약재배, 협력사 등록, 물류 및 유통지원 등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단체급식 및 구내식당 운영 도시락 제조, 커피 및 휴게 음식업을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아워홈을 통해 식자재를 구매(연간 15억 목표)합니다. 아워홈은 사회적경제 기업을 협력사로 발굴하고, 1차 농산물 등 원재료 구매(연간 100억원 목표)를 지원해 기존의 물류 한계로 연계하지 못한 사업들에 중간 역할을 합니다.

경북종합상사는 청년상사맨 육성을 통해 '부서별 찾아가는 설명회'를 여는 등 사회적경제 교육 및 홍보에 힘쓴다./사진제공=경북종합상사

-대기업과 사회적기업의 협력을 통해 생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경북종합상사는 아워홈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상품 진단, 가격 경쟁력 확보, 품질 개선, 유통전략 수립, 광범위한 판로 확대 등 기회를 얻었습니다. 현재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고민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사회적경제와 대기업의 협력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장경쟁력 확보가 더 어려워지는 시점,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연대가 필연적입니다. 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업의 목적과 범위를 설정하고, 사회적경제가 운영의 중심이 되고 대기업의 사회적가치 활동이 보완하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경북종합상사의 활동 계획과 목표를 이야기해주세요.

▶지역마다 고유한 자원과 인적?물적 특성이 있는데, 이들의 장점과 개성을 반영한 사회적경제 간 특화사업 및 공동 브랜드를 육성하고 싶습니다. 지역 단위의 사회적경제가 중소기업을 넘어 중견기업까지 성장해 유럽의 협동조합처럼 원재료와 상품 간의 연계,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 창출 등을 실현하며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기를 바라고요. 앞으로 전국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상사 모델과 연대하고,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의 사회적가치 기반 협력 사업을 발굴해 다수의 사회적경제가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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