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개최한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 컨퍼런스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가치로 '지역'을 조명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릉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는 이들을 통해 지역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지역에 기반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연속으로 조명해 본다.
서울시 광진구에서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이끄는 박용수 집행위원장./사진=허란 작가

사회적경제 조직간 ‘연대’와 ‘협력’이 중요한 시대,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단체가 있다. 서울시 광진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이하 광사넷)’이다. 지역문제의 해결 및 대안 제시를 위해 사회적경제 조직간 네트워크 구성이라는 방법을 택해 지난 2014년부터 협동을 실천 중이다. 

친목 도모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2014년 광사넷을 본격 출범했다. 현재 총 52개 회원기업, 종사자 900명, 조합원 2100명에 이르는 큰 모의 조직으로 성장해 지역 내 사회적경제 기업의 공동 사업 개발 및 운영을 주도한다. 박용수 광사넷 집행위원장은 “회원 기업간 상호거래와 연대를 통해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지역 내 경제공동체를 이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돌봄?교육?주거복지’ 분과, 기업들간 협력 통해 사업

광진구에서 태어나 다른 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뒤, 결혼 후 다시 광진에 자리를 잡은 박 집행위원장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컸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빈민운동으로 시작해 자활사업 등을 20년간 이어온 그는 “가난이라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 사업이 외연화하고 규모화해 지금의 광사넷으로 확대됐다”고 이야기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모인 광사넷은 ‘돌봄, 교육, 주거복지’ 등 크게 3개 분과로 구성됐다. 각 분과에 맞는 회원사들이 모여 지역 내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광진구 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저렴한 값에 식사를 제공하는 '열린밥상'./사진=이우기 작가

‘돌봄’ 분과에는 도우누리사회적협동조합(간병 서비스), 사회적기업 복지유니온(노인용 영양식), 인스케어코어(집 청소 및 위생관리) 등이 속해 지역 내 사회적약자를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들을 위해 저렴한 값에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는 ‘열린밥상’이 광사넷이 지원하는 대표적 사업이다.

‘교육’ 분과에서는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국악 교육),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문화예술), 우리마을미디어협동조합(동영상 교육) 등 관련 조직들이 모여 융합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주거복지’ 분과에서는 지역 내 주거취약 계층을 지원하고, 공동체 주택을 세우는 등의 일을 한다. 늘푸른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빌라 2동을 지어 사회적경제 활동가나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광사넷이라는 큰 틀 안에 세부적 분과를 만들어 실질적 협력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며 “앞으로 먹거리를 포함한 신규 아이템으로 분과를 신설해 새로운 사업도 진행해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공동 기금 조성 통한 대출 지원?건물 매입 “상호신뢰 중요해”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회원 기업들이 자본금을 모아 공동매입한 건물. 1층 생협부터 4층 광진주민연대까지 다양한 조직이 입주했다./사진제공=광사넷

이외에도 광사넷은 회원사간 연대를 통해 공동 기금을 조성해 급전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2017년에는 보증금을 함께 모아 공동 입주 건물을 매입하기도 했다. 향후 기금 규모를 늘려 부동산을 추가 매입해 광사넷 회원기업 종사자들이 협동조합 건물에서 일하고, 협동조합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광진구에서 연대와 협력이 잘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박 집행위원장은 “상호 신뢰가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비즈니스라는 목적을 위해 모인 게 아니라 만남과 소통을 통해 사회적자본을 먼저 쌓은 뒤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상호성과 연대성이 높다”며 “기본적으로 협력이 잘 이뤄져서 이해관계나 갈등도 조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에서 광사넷의 연대와 협력 비결에 대해 많이 물으세요. 사회적경제는 상호성과 연대성의 원리로 운영되기 때문에 늘 ‘신뢰’와 ‘관계’를 강조합니다. 먼저 사람 사이 관계망을 만들고 이후 비즈니스의 접점을 넓혀간다면, 지역 내 네트워크가 활성화할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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