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상한 상식이 전 세계에 ‘이상한 나라의 경제’를 구축했다. 이상한 상식은 결국 이 이상한 경제 체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상한 나라 안에 있을 때는 그 나라가 얼마나 이상한지 깨닫지 못한다. 숲 밖으로 잠깐 나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내려다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alert]

사회적 경제

원래 경제는 시장만의 것이 아니다. 국가가 모두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를 찾아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국가도 시장도 아닌 영역, 즉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경제를 사회적 경제라고 부른다. 여기서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유엔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 유엔 홈페이지 캡처

사회적 경제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커뮤니티 비즈니스처럼 경제 주체들이 이윤 극대화 이외의 다른 동기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제 영역을 말한다.?탐욕 대신 이타심, 상호성, 협동, 사회적 목적, 명예와 헌신 같은 동기가 이 사회적 경제를 움직인다. 사회적 경제는 특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생활 경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코튼 박사는 지역에 자치적으로 구축된 ‘생활 경제’에서 월스트리트 중심의 ‘가짜 부’를 대체할 ‘진짜 부’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전 하버드대 교수이자 <신경제의 아젠다>의 저자인 그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 신뢰를 바탕으로 실물을 거래하는 지역 생활 경제에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실제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월스트리트 중심으로 만들어낸 가치는 거품에 의지하고 있으며 언제든 날아가버릴 수 있는 가짜 가치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

무엇보다도?영리 대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경제와 지역의 생활 경제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글로벌 경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윤 극대화 논리에 따라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 영역에 속한 대기업의 경제가 사회적 경제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경제는 이타심과 협동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할 경제다. 글로벌 경제의 원리인 탐욕을 기반으로 운영되면, 생활 경제 안에서도 99%는 1%의 경기를 구경하는 관중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래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




HERI 리뷰 24호, '투명한 경영이 세상을 바꾼다' 지속가능한경영보고서 발간 10년 표지 사진, ⓒ 한겨레 이정희 기자

그래서?글로벌 경제에 속한 대기업들의 사회책임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사회책임 경영이라고 해서, 어려운 이들에게 돈을 더 내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책임의 핵심은 사회적 경제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사회적 경제 영역과 적절히 협력하며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영역 조정, 거래 행태 개선, 지배 구조 개선 등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또 대기업들은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 협동조합 같은 곳이 더 활성화해 사회적 경제가 살아나도록 자원 제공 및 공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물론?시민의 자발적 역할도 중추적이다.?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 물건을 사는, 깨어 있는 소비자와 투자자가 기업을 변화시킨다. 이들을 깨우는 게 바로 시민사회의 소임이다. 시민사회가 직접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명 중심 기업 역시 기업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

이를 도울 수 있는 곳이 예를 들면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시민의 돈을 모아 운용한다. 그리고 한 세대가 지난 뒤, 가입자가 노년이 됐을 때 돈을 돌려주는 게 사명이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라면 경제 자체가 30년 동안 온전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 위기와 환경 위기는 언제 깊은 칼날이 되어 우리 미래를 덮칠지 모른다. 이런 점은 감안한다면,?국민연금은 전면적인 사회적책임투자에 나서야 한다.?사회적책임 경영을 제대로 하는 대기업에만 투자해야 한다. 또 많은 사회적기업에 투자해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맞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광역시든 도든 시군구든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을 유치하고 대형 국채사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최고의 업적인 것처럼 자랑했다. 이제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지역에 자리 잡도록 돕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기업가들이 사회적 경제를 일으키려면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신뢰, 즉 사회적 자본이다.?주민들이 자녀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함께 시간과 돈을 모아 도서관을 만드는 동네라면, 그 마을에는 새로운 경제를 일으킬 사회적 자본이 있는 것이다. 동네 주민이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을 대형 마트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마을이라면, 그 마을에는 사회적 경제가 들어설 여지가 있다. 그런 마을이 많은 나라라면, 글로벌 경제에서 잘나가는 기업을 여럿 보유하면서도 행복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튼튼한 마을 공동체가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된다는 이야기다.

선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상한 공식은 이제 깨져야 한다. 경쟁하면 이기고 협력하면 진다는 이상한 경제는 넘어서야 한다. 선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제, 그게 바로 이상한 나라를 탈출하는 법이다.

관련 글[헤리리뷰 24호] 투명한 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사회적 경제의 숨은 히어로들]‘수능 상위 0.01%’부터 산동네 활동가까지 매료된 그것!, 이로운닷넷

(*편집자주 : 그동안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칼럼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문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어크로스 펴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