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뉴타운 해제 지역, 창신숭인이 5년간 진행됐던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사업'을 마친다. 30일 서울시는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사업이 올 연말 마중물사업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며 창신3동 주민공동이용시설인 '원각사' 개관 후 완료된다고 밝혔다.

창신숭인은 조선 수도 한성의 내사산 중 하나인 낙산 자락에 위치한 성밖 마을로, 물이 맑고 골짜기마다 풍치가 아름다워 조선시대 문신들의 집이나 별장지로 사랑받는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서울에 석조건물을 세우려던 일제에 의해 낙산이 채석장으로 탈바꿈했다. 낙산에서 채취한 석재는 그 질이 탁월해 조선총독부, 옛 서울역 등 당시 석조건물에 사용됐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일 평균 70명의 관람객 수를 자랑한다.

광복 이후 채석장 사용은 중단됐고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상경한 이주민과 피난민이 채석장 일대로 모여들면서 마을을 이뤘다. 낙산을 품은 동대문 바로 옆 동네인 오늘날 ‘창신숭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2007년엔 뉴타운으로 지정돼 아파트 공화국이 될 뻔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지정 해제됐고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됐다. 전면철거 후 새로 짓는 대대적인 변화 대신 차곡차곡 쌓아온 동네의 역사와 이야기, 친숙한 삶의 터전을 주민 스스로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

창신숭인은 우리나라 봉제산업 1번지로 1,100여 개 업체와 3,300여 봉제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2014년 창신동 봉제거리에 들어선 문화공간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지금까지 총 2만5천여 명이 다녀갔다. 서울 패션산업의 든든한 조력자인 봉제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다양한 체험?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봉제 장인과 함께 하는 한복 원데이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창신숭인은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CRC)’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이 공동출자해 2017년 설립한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이다. 백남준 기념관의 마을카페 운영과 도시재생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며 도시재생을 넘어 ‘도시자생’을 이끄는 주역이다. 최근에는 타 도시재생 지역의 주민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의 대대적인 정비와 마을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커뮤니티 시설 확충으로 주민들의 정주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노후 골목길과 계단난간은 정비하고 어두운 골목길엔 CCTV와 비상벨(14개소), 안심이 장치(150개소), 태양광 조명등(200개소) 등을 설치해 범죄예방 환경을 조성했다. 노후 하수도(9.4km) 정비는 2021년까지 완료된다. 방치됐던 동네 산꼭대기에 창의적인 놀이공간 겸 복합문화공간 ‘산마루 놀이터’가 올해 5월 문을 열었고, ‘주민공동이용시설’도 각 동별로 총 4개가 새롭게 생겼다. 청소년 문화시설 겸 공공도서관(주차장 176면 포함)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조성 중이다.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에 위치한 백남준 카페는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한다. /사진=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

이 모든 과정은 주민들이 주도했다. 2013년 뉴타운 해제를 위한 동의서 징구, 2014년 도시재생 선도사업 선정에서부터 사업 전반에 걸쳐 각종 사업에 주민이 주인공이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주민들이 함께 활동하고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진 101개 주민 주제공모사업과 마을배움터에는 1,840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채석장 절개지 상부에는 오는 11월 ‘채석장전망대’가 문을 연다. 당초 접근이 제한됐던 낙산배수지 인근에 시민휴식공간을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고, 지역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도심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깎아내리는 회색빛 절벽 위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아래 펼쳐진 한양도성부터 더 멀리 고층의 스카이라인까지 서울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013년 뉴타운 해제부터 지금까지 창신숭인 도시재생 사업에 힘써 주신 주민들께 감사하다”며, “국내 1호 창신숭인 지역의 도시재생 사례가 서울을 넘어 국내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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