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천만 가구 시대에 이르면서 주식 뿐 아니라 간식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만큼 질 좋은 먹거리를 주고 싶은 게 반려인의 마음. ‘동물의 집’은 이들을 위해 국내산 무항생제 닭고기와 오리고기로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만든다.
“무항생제 닭·오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공장형 축산 방식을 피하기 위해서예요. 반려동물의 단백질원이 되기 위해 좁은 곳에 모여 자라는 동물이 많은데, 저희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자란 동물은 사용하지 않아요.”
정경섭 대표는 계속해서 친환경 반려동물 먹거리를 찾는다. 내년부터는 제주도의 자유로운 사육 환경에서 자란 닭을 활용할 계획이다. 그곳에서 헐값으로 팔리는 씨암탉이나 노계를 적정 가격으로 사오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는 “최근에는 곤충으로 만든 간식 등 새로운 대안도 등장하고 있다”며 “사업을 더 안정화시켜서 환경 전반에 이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미션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동물 복지 사업으로 이어진 시민단체 활동
정경섭 대표는 마포에서 오랫동안 지역 운동을 했다. 이탈리아, 스웨덴 등지에 있는 모델을 참고해 2008년 ‘민중의 집’이라는 시민 단체를 만들었다. 지역 협동조합,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단체다. 10년 동안 민중의 집을 운영하며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포 의료사협) 상임이사,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민중의 집은 독립 생활인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미션으로 삼은 조직이다. 사람들이 민중의 집을 플랫폼 삼아 섞이게 하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자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사람을 위한 병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와 마포 의료사협(당시 의료생협)을 개원한 것. 이후 1인 가구를 위한 사업을 꾸준히 하다 보니 1인 가구가 키우는 동물 병원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는 우리동생 설립으로 이어졌다.
동물의 집은 우리동생 설립 후 병원에만 수입을 의지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 병원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과부하에 걸리고 진료비가 높아져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우리동생 내에서 다른 사업을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따로 2015년부터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기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이렇게 동물을 위해 직접 나선 데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원래도 동물을 무척 좋아해서, 20대 때 ‘해방이’라는 강아지를 마당에서 키웠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아서 사랑을 주는 방법을 잘 몰랐고 산책도 많이 못 시켜줬어요. 우리동생을 만들면서 동물 복지에 대해 배웠는데, 당시의 해방이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좋은 동물 병원과 먹거리를 만들어서 해방이에게 해주지 못한 걸 다른 동물들에게 주고 싶었어요.”
현재 동물의 집은 6명의 구성원을 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아이쿱 생활협동조합 브랜드 ‘자연드림’ 200개 매장, ‘두레생협’ 120개 매장 등에 입점했으며, 11월부터는 아름다운 가게 110개 매장에 들어선다. ‘마켓컬리,’ ‘펫프렌즈’ 등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더 나은 동물 삶 위해 구조용품 판매, 보호소 연구도
동물의 집은 간식 외에도 길고양이 구조용품을 수입해 판매한다. 길고양이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포획해서 중성화를 해야 하는데, 정 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기존 포획 틀은 고양이가 오히려 다칠 수도 있는 구조다. 동물의 집은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만질 수 있는 장갑, 길고양이용 물그릇, 동물용 들것 등을 찾아 수입해서 판다. 추후에는 직접 제작해 생산할 계획도 있다.
친환경 동물보호소도 연구 중이다. 해외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동물 보호소를 연구해 국내에도 만드는 게 목표다. 단순히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도 교류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정 대표는 이에 관한 책도 내년 중 발간할 예정이다.
“독일에는 ‘티어하임(Tierheim)’이라는 유명한 동물보호소가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인데, 거기에서 유기동물 입양이나 동물 보호 교육 등이 이뤄집니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동물을 만나는 기회도 마련하고요. 덕분에 안락사 0%를 자랑하죠. 국내에도 비슷한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정 대표 역시 반려인이다. 3년 전 울릉도 유기견 보호소에서 수의사가 동물들로 수술 실습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수의사는 입건되고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유기견 12마리를 구조했다. 정 대표는 그중 갈색 눈동자를 지닌 ‘요다’를 데려와 재작년부터 함께 지내고 있다.
“지속 가능하기 위해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이윤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유기 동물 보호 쪽으로 쓰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소비문화도 정착시키고 싶고요. 그거 아세요? 반려동물이 행복해지면 반려인도 행복해집니다.”
- 아이쿱생협, ICA-AP 생협위원회 리더워크숍 개최
- 서울시 협동조합 협업 성공사례가 궁금하다면?
- [Better] 사랑하는 반려동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물하세요 - 동물의 집
- 최고급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만드는 예비사회적기업 ‘동물의 집’
-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 이야기 ②]유기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람들
- [소셜스토리] 19. 두 바퀴로 세상을 잇다…‘푸른바이크쉐어링’
- [소셜스토리] 20. 꽁치야 물럿거라..전통 과메기 청어가 납신다
- [소셜스토리] 16. “낡은 집 말끔히 고치듯, 자활기업 인식 바꿔볼래요”
- [소셜스토리] 18. "건강을 기부합니다" 비타민 나눔으로 바꾸는 세상
- [소셜스토리] 17. 유기농 영귤로 최초 기록 써가는 ‘한라산 성암영귤농원’
- [소셜스토리] 15. “학이?날아오는?마을, 전통장과?조청도?싣고?날아요.”
- [소셜스토리] 14. "단골만 800명"...한과기업 '㈜예주식품' 불황에도 살아남는 이유
- [소셜스토리] 13.땀냄새방지 티셔츠에 옥수수 양말까지...'더뉴히어로즈'의 도전
- [소셜스토리] 12. 죽이야 음료야? 혼밥러를 위한 마시는 죽
- [소셜스토리] 11. 고장 난 장난감, ‘코끼리공장’에 맡기세요!
- [소셜스토리] 10. “일상에 자연을 걸어두세요”...수직정원 국내 도입한 ‘알로하그린’
- [소셜스토리] 9. 지역주민이 에너지 주인이 되는 똑똑한 방법
- [소셜스토리] 8. 영상에 담는 지역과 삶 ‘스펠크리에이티브’
- [소셜스토리] 7. 깜깜한 암흑카페 “눈이 보여서 감사합니다”
- [소셜스토리] 6. “할매와 이주여성을 주인공으로…칠곡을 더 활기차게”
- [소셜스토리] 5. 출산 전부터 육아까지, ‘베이비플래너’만 따라오세요!
- 11월 11일 11시...부산에 울리는 싸이렌~놀라지 마세요
- 2019 UN청소년환경총회, 16일~17일 서울대에서 열린다
- [소셜스토리] 29. 식물기획사 꿈꾸는 한고연 “고유식물 잠재력 무시하지 마세요!”
- ‘사학 비리’ 맞선 10년간의 투쟁…“우리의 청춘은 헛되지 않았다”
- 두부배달로 주민 안전 확인...국정목표 실천 우수 지자체 '파주시' 등 6곳 선정
- 시민이 가꾼 생활 속 정원문화 '2019 꽃 피는 서울상' 33팀 선정
- 5개 분야 기업가가 뭉쳤다...‘제주본초협동조합’의 힘
- [소셜스토리] 30. "자연 아끼고 해하지 않을 다양한 매개체 고민"
- [소셜스토리] 32. “복사골 김치로 행복을 나눕니다”
- [소셜스토리] 31. 곤충과 사랑에 빠진 청년, 30억원 수출기업으로!
- [소셜스토리] 34. "사람-책 잇는 사업, 행복한 세상 꿈꿉니다"
- [글로벌 깜짝뉴스] 12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찾은 실종 고양이-BBC
- [소셜스토리] 33. 면 생리대로 건강·환경보호·취약계층 비용절감 이뤄
- 아이쿱생협, ‘자연드림 라면’ 7만개 이탈리아 첫 수출
- “동물실험 화장품 이제 그만!”…디어달리아 ‘하트포포 캠페인’ 진행
- 최재천 교수 “생쥐도 하는 공감, 인성교육 보다 본성 지키는 환경 필요”
- 마켓컬리 “사회 기여 ‘지속가능한 상품’ 우선순위 부여”
- 예비 사회적기업 ‘파뮬러스’, 유기 동물 문제 해결 위해 나서
- 파뮬러스, 유기동물 후원 펀딩 하루만에 목표액 326% 달성
- 우리동생, 서울시와 저소득층 반려동물 의료?교육 지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