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치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사회적경제기업도 지속가능하려면 '가치' 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이다. 빛나는 가치 만큼 좋은 제품을 위해 발로 뛰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통합 판로지원 플랫폼 e-store 36.5+와 이로운넷이 함께 연속으로 조명한다. 

반려동물 1천만 가구 시대에 이르면서 주식 뿐 아니라 간식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만큼 질 좋은 먹거리를 주고 싶은 게 반려인의 마음. ‘동물의 집’은 이들을 위해 국내산 무항생제 닭고기와 오리고기로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만든다.

동물의 집 제품 3종. 오리순살, 순닭가슴살, 오리목뼈 간식. /사진=동물의 집

“무항생제 닭·오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공장형 축산 방식을 피하기 위해서예요. 반려동물의 단백질원이 되기 위해 좁은 곳에 모여 자라는 동물이 많은데, 저희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자란 동물은 사용하지 않아요.”

정경섭 대표는 계속해서 친환경 반려동물 먹거리를 찾는다. 내년부터는 제주도의 자유로운 사육 환경에서 자란 닭을 활용할 계획이다. 그곳에서 헐값으로 팔리는 씨암탉이나 노계를 적정 가격으로 사오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는 “최근에는 곤충으로 만든 간식 등 새로운 대안도 등장하고 있다”며 “사업을 더 안정화시켜서 환경 전반에 이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미션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동물 복지 사업으로 이어진 시민단체 활동

정경섭 대표는 현재 마포 민중의집 대표, (주)세힘 대표,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 등을 겸한다. /사진=동물의 집

정경섭 대표는 마포에서 오랫동안 지역 운동을 했다. 이탈리아, 스웨덴 등지에 있는 모델을 참고해 2008년 ‘민중의 집’이라는 시민 단체를 만들었다. 지역 협동조합,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단체다. 10년 동안 민중의 집을 운영하며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포 의료사협) 상임이사,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민중의 집은 독립 생활인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미션으로 삼은 조직이다. 사람들이 민중의 집을 플랫폼 삼아 섞이게 하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자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사람을 위한 병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와 마포 의료사협(당시 의료생협)을 개원한 것. 이후 1인 가구를 위한 사업을 꾸준히 하다 보니 1인 가구가 키우는 동물 병원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는 우리동생 설립으로 이어졌다.

동물의 집은 우리동생 설립 후 병원에만 수입을 의지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 병원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과부하에 걸리고 진료비가 높아져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우리동생 내에서 다른 사업을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따로 2015년부터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기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이렇게 동물을 위해 직접 나선 데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원래도 동물을 무척 좋아해서, 20대 때 ‘해방이’라는 강아지를 마당에서 키웠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아서 사랑을 주는 방법을 잘 몰랐고 산책도 많이 못 시켜줬어요. 우리동생을 만들면서 동물 복지에 대해 배웠는데, 당시의 해방이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좋은 동물 병원과 먹거리를 만들어서 해방이에게 해주지 못한 걸 다른 동물들에게 주고 싶었어요.”

현재 동물의 집은 6명의 구성원을 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아이쿱 생활협동조합 브랜드 ‘자연드림’ 200개 매장, ‘두레생협’ 120개 매장 등에 입점했으며, 11월부터는 아름다운 가게 110개 매장에 들어선다. ‘마켓컬리,’ ‘펫프렌즈’ 등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더 나은 동물 삶 위해 구조용품 판매, 보호소 연구도

동물의 집은 간식 외에도 길고양이 구조용품을 수입해 판매한다. 길고양이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포획해서 중성화를 해야 하는데, 정 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기존 포획 틀은 고양이가 오히려 다칠 수도 있는 구조다. 동물의 집은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만질 수 있는 장갑, 길고양이용 물그릇, 동물용 들것 등을 찾아 수입해서 판다. 추후에는 직접 제작해 생산할 계획도 있다.

독일 베를린의 티어하임 동물보호소는 안락사 0%를 자랑하는 친환경 모델이다. /사진=티어하임 동물보호소 웹사이트

친환경 동물보호소도 연구 중이다. 해외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동물 보호소를 연구해 국내에도 만드는 게 목표다. 단순히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도 교류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정 대표는 이에 관한 책도 내년 중 발간할 예정이다.

“독일에는 ‘티어하임(Tierheim)’이라는 유명한 동물보호소가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인데, 거기에서 유기동물 입양이나 동물 보호 교육 등이 이뤄집니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동물을 만나는 기회도 마련하고요. 덕분에 안락사 0%를 자랑하죠. 국내에도 비슷한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정경섭 대표가 키우는 '요다.' /사진=이우기 작가

정 대표 역시 반려인이다. 3년 전 울릉도 유기견 보호소에서 수의사가 동물들로 수술 실습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수의사는 입건되고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유기견 12마리를 구조했다. 정 대표는 그중 갈색 눈동자를 지닌 ‘요다’를 데려와 재작년부터 함께 지내고 있다.

“지속 가능하기 위해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이윤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유기 동물 보호 쪽으로 쓰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소비문화도 정착시키고 싶고요. 그거 아세요? 반려동물이 행복해지면 반려인도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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