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함께일하는재단은 글로벌링크스이니셔티브 상임이사 팡리를 만나 중국의 사회적기업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글로벌링크스이니셔티브는 전세계적으로 사회통합과 시민사회 강화를 위한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노력을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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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뵙고 거의 2년만이네요. 그 당시 중국은 아직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나, 신흥 부호의 등장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시민사회의 확대 필요, 사회적 지원 부족 등의 문제로 사회적기업의 성장은 필연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2년 6개월이 넘은 지금, 중국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팡리: 중국에서는 현재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사회적기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광범위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국 사회적기업의 주요 미션이지요. 중앙정부가 사회적기업 관련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기업에 사무 공간을 제공해 주거나,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드는 등 지역 차원의 사회적기업 지원에 대한 고려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사례로, 2010년 상하이엑스포 바로 옆에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소셜 이노베이션 파크’가 개장되었어요. 상하이시의 지원으로 1~2년까지 장소와 전기세 등의 공과금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사회적기업을 입주시킵니다. 현재는 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지닌 소셜벤처들이 많이 입주해 있어요. 또한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회적기업 워크숍, 예를 들면 장애 아동과 함께 비누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프로그램 등을 열어 사람들에게 사회적기업을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어떤 모습인가요? 또, 중국에서 사회적기업을 7년간 지원해 오면서 팡리 이사님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은 무엇인가요?

팡리: 비록 2년 전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기업은 생소한 단어입니다.

저희 글로벌링크스이니셔티브와 같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중간 조직이나 중국 사회적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공통된 의견은 ‘중국이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혁신’은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꼭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이제까지 비즈니스 모델이나 자선사업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복지관이 ‘복지관은 장애인을 위한 보수적인 자선사업만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는 활동을 한다면, 그것 역시 혁신이 될 수 있으며, 그 복지관은 ‘소셜 이노베이터(사회혁신가)’인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은 사실 시작과 끝이 없지요. 혁신이 혁신의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곳, 그곳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패턴을 깨는 것이 혁신이고,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곳이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왔던 말이긴 한데, 구체적인 상이 떠오르지 않네요. 중국의 사회적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혁신을 실천하고 있는지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팡리: 현재 중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 ‘래빗킹(Rabbit King)’ 이야기를 잠시 해 드리겠습니다. 래빗킹의 CEO인 렌슈핑은 가난 때문에 13살에 학교를 자퇴하고, 1980년 부모님이 준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토끼 두 마리를 사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점차 규모가 커져서 1980년 말에는 토끼장 1600개가 넘는 대규모 토끼 사육 사업이 되었습니다. 그는 1990년부터 시작한 토끼사육훈련학교를 통해 중국 농부들은 물론 전 세계의 농부들이 토끼 농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하여 토끼 사육에 전문성을 기르게 하는 동시에, 취약 지역 거주민, 장기 실업자, 그 밖에 다른 소외 계층들에게 무료로 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 수익으로 400여명을 교육시킬 수 있는 6개의 가게가 딸린 1700㎡ 규모의 건물을 지었습니다. 이외에도 자신의 토끼 사업 경험을 토대로 『토끼 사육에 대한 백 가지 질문』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광우병의 확산과 더불어 식품 안전, 건강, 환경보호를 염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친환경 식품가공회사를 설립하고 2500만 위안을 투자하여, 3만 농촌 가구가 토끼, 염소, 비둘기 사육을 통해 이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30년 가까이 단순히 토끼를 길러서 파는 것 외에, 중국 사회에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토끼사육훈련학교, 토끼고기 식품제조회사, 토끼털 가공회사, 래빗킹 빈곤구제연구센터를 차례로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렌슈핑의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기업가는 반드시 교육 수준이 높거나 똑똑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무언가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렌슈핑과 같이 사회를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기업가적인 마인드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가 수십만 마리 토끼가 된 30여 년 동안, 래빗킹의 사회적기업 활동이 눈에 그려집니다. 래빗킹과 같은 중국의 사회적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며, 이와 같은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팡리: 앞서 말씀 드렸듯이, 상하이시가 사회적기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정도로 지난 2~3년간 중국에서 사회적기업 인지도는 상당히 높아진 편입니다. 사람들은 사회적기업이 정부가 풀어내지 못하는 문제들을 쓱쓱 풀어낼 것이라고 생각하며,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관심과 열정에 비해 현재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거나 운영하면서 사회적 효과를 내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적기업을 위한 어떠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나 속도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사회의 시민 의식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시민사회의 역사가 짧으며, 성숙한 시민 의식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훌륭한 사회적기업가가 나타나도, 그 한 사람의 열정만으로 사회적인 파급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한계 속에서 중국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 각 부문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맞는 단계별 지원을 제공하고, 특히 창업 단계를 지나 확장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에게는 전국 차원의 사회적기업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그 비즈니스를 전파하는 데 집중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NGO 차원에서는 각각의 NGO가 개별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시민 의식 교육을 통해 시민사회 기반을 육성하고, 정부에 사회적기업 관련한 정책을 공동 제안하면서 정부 교섭 능력을 배양하며, 민간 자원을 연계하여 지역 단위에서 보다 많은 비즈니스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집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중국 사회적기업의 배경 및 발전 상황은 한국과 다르지만,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비슷한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양국의 사회적기업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팡리: 글로벌링크스이니셔티브는 본래 영국에 본부를 둔 단체로, 중국 사회적기업 역량 강화를 위해 2004년부터 영국-중국 사회적기업 교환 프로그램을 아홉 차례 운영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은, 교류를 위한 교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교류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고, 관계가 깊어지면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되었을 때, 진정한 교류의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한 쪽이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관계가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협력의 좋은 예시로, 유기농업을 하는 한국과 중국의 사회적기업은 농업 전문성 및 관련 사업 분야만의 경영 능력을 교환하면서 교류를 시작하고, 향후 사업 제휴까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링크스이니셔티브는 이러한 업종별 협력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본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적기업과도 이러한 협력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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