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아주 공정한 2주’가 시작된다. 앞으로 14일간 경기도 내 15개 도시에서 ‘2019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이하 포트나잇)이 진행된다. 시민들은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토론회와 강연으로 공정거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체험할 예정이다. 포트나잇은 1997년 영국에서 시작된 공정무역 캠페인이다. 국내에선 2018년 처음 시작했고 올해는 두레생협과 경기도 주식회사가 행사를 주관한다.

25일(금) 하남문화예술회관 아랑홀에서 열린 포트나잇 개막식은 김상호 하남시장 등 여러 경기도 단체장을 비롯한 공직자·공정무역 관계자·시민들의 참여로 성황을 이뤘다. 특히 세계 공정무역운동을 이끄는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의 루이스 헬러 위원장이 페루에서, 공정무역 옹호 사무국(FATO)의 앨리스 시니갈리아(Alice Sinigaglia) 코디네이터가 벨기에서 공정무역 도시 경기도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두레생협과 경기 포트나잇 구상과 기획단계부터 함께한 원미정 경기도의원은 개막선언에서 “경기도가 공정무역과 함께 세계 속 공정도시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개회사를 맡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개인적 소비가 의식적인 공동체 운동으로 나아갈 때다. 공정한 소비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시기적 적절성을 언급했다.

25일 하남문화예술회관 아랑홀에서 '2019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 개막식이 열렸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경기도, 세계 최대 공정무역도시로 거듭나

이날 경기도와 하남시는 공식적으로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고, 부천시는 공정무역도시 재인증을 받았다.

공정무역도시 인증은 세계 공정무역마을운동을 지원하는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5개의 기준에 따라 평가를 진행한 후 지위를 부여한다. 2018년 7월 기준 전 세계 36개국의 2천여개 도시(마을)가 인증을 받았다. 인증도시는 위원회로부터 지속가능한 공정무역마을이 될 수 있도록 지원 받고 세계의 인증도시들과 공정무역이라는 목표 의식을 공유한다.

개막식에 참석한 루이스 헬러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에 두 번째 방문이다. 일취월장한 한국의 공정무역 발전 모습에 감탄했다”며 세계 공정무역 운동에 동참하는 경기도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이대로라면 2021년엔 국제 공정무역 도시 컨퍼런스(IFTTC, International Fair Trade Towns Conference)가 한국에서도 개최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IFTTC는 올해 영국 웨일스에서, 2020년에는 에콰도르에서 개최 예정인 국제 공정무역 컨퍼런스다.

루이스 헬러에게 공정무역도시 인증서를 전달받은 서남권 경기도 소통협치국장은 “공정무역은 경기도가 추구하는 공정한 세상에 가장 근접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도가 한국 공정무역 문화 확산에 앞장설 것이라 다짐했다.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 대표 루이스 헬러가 남미 페루에서부터 하남시를 찾았다. 그가 속한 위원회는 지역사회 역량강화와 저개발국 빈곤퇴치에 기여하는 국제적 커뮤니티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올해 포트나잇 행사를 개최한 하남시도 공정무역도시 인증서를 전달받았다. 하남시 공정무역 협의회가 출범한 지 1년만에 이룬 빠른 쾌거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하남시의 풀뿌리 공동체가 뿌리를 내려주어 맺은 결실”이라며 척박한 공정거래 환경에서 민과 관의 긴밀한 협력을 이룬 관계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하남시 내 활동가를 양성하고 판매처 확보, 홍보활동에 앞장선 하남 공정무역협의회와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이강백 대표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부천시도 공정무역도시 재인증을 받았다. 부천시는 2017년 2월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수상자로 자리한 조효준 부천시 문화경제국장은 “첫 인증 뒤 시민들의 호응과 관심이 재인증의 영광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 하남시, 부천시(위에서부터) 공정무역도시 인증서 전달식이 있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공정무역으로 하나된 경기도

경기도 15개 시· 군 공정무역 추진선언을 위해 경기도에 속한 15개 시(市) 관계자가 같은 무대 위에 섰다.

2019 포트나잇에 참여하는 15개 도시(하남, 화성, 성남, 안산, 평택, 남양주, 수원, 용인, 부천, 안성, 고양, 구리, 안성, 김포, 안양) 관계자다. 지난해 10개 도시 참여에서 15개로 늘었다. 이들은 “사람과 지구를 잇는 공정무역!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공정한 2주!”라는 말로 포트나잇의 시작을 외쳤다.

세계적으로도 공정무역이 뿌리내리는 데 지역사회, 지자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개막식 발표를 맡은 공정무역 옹호 사무국 (FATO, Fair Trade Advocacy Office) 엘리스 시니갈리아(Alice Sinigaglia)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공정무역이 시스템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FATO는 유럽 내 공정무역의 실질적인 확산을 지원하고 국제공정무역기구(WFTO, World Fair Trade Organization)와 더불어 국제적으로도 활동하는 기관이다.

그는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에서 지역당국이 지속가능한 소비 체계를 형성하는 데 책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공정무역활동가-지역조직 간 네트워크를 주선하거나, 공정무역제품으로 공공조달을 한다”며 공정무역 우수도시의 사례를 전했다.

공정무역 옹호 사무국의 엘리스 시니갈리아(Alice Sinigaglia)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발표에서 지방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박재하 사진기자

벨기에의 겐트(Ghent)는 유럽연합 공정무역도시 어워드(EU Cities for Fair and Ethical Trade Award) 첫 수상도시다. 겐트시는 2024년 안으로 공공조달에 있어 공정무역제품 또는 지속가능한 대체재만을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겐트의 주민 92%가 공정무역을 이해하고 있고 43%는 주기적으로 공정무역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국제 공정무역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강백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대표는 “경기도는 새로운 형식의 마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내 다양한 조직이 모여 공정무역 협의체를 만들고 지방정부와 함께 조직적으로 민관거버넌스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며 “해외 사례와 비교해봐도 협력 규모, 체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무역마을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의 공정무역운동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95%의 공정무역마을이 유럽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을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 경기 포트나잇 참여도시 관계자들이 무대 위에서 해당 손모양을 취하고 있다./사진=두레생협, 박재하 사진기자

공정무역을 뜻하는 손가락 심볼(Symbol, 상징)이 있다. 두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연결한 모양으로, 2019 포트나잇 공식 포스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와 소통 가능한 공정무역 언어다.

국내 여러 도시는 물론 해외에서도 함께한 포트나잇 개막식은 미래에 이 손가락 언어가 손가락 하트의 위상을 갖게 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2019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은 15개 참여 도시에서 오는 11월 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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