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정부안을 발표하는 장병규 위원장./사진제공=4차 산업혁명위원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플랫폼 노동자, 출퇴근 없는 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 형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 근무제 일괄 적용’ 등 기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는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은 지난해 11월 4차위 2기 출범 이후 민간위원 중심으로 13개 작업반을 구성해 약 9개월간 100여 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여 마련한 것이다. 지난 10월 8일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10일 4차위 전체회의 심의·의결 후 보완을 거쳐 이날 공개됐다.

“VUCA 시대, 정교한 계획보다 현명한 시행착오 필요”

이날 열린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는 선도국과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 관계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행사에는 스위스, 호주, 이스라엘, 스웨덴, 핀란드,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 국가에서 참여했다./사진제공=4차 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컨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권고안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은 단기적으로 ‘인공지능(AI)’의 등장, 중장기적으로 빅데이터, 증강현실 등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사회 전반의 변혁을 의미한다. 4차위는  4차 산업혁명을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설명했는데 ‘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의 앞 글자를 따서 ‘부카(VUCA) 시대’라고도 부른다. 

장 위원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정부 주도의 미래 예측과 정교한 계획보다는 끊임없는 도전과 현명한 시행착오를 통한 혁신이 보다 효과적이다”라고 내다보며 “변화와 혁신의 주체인 민간을 조력하는 정부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 권고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산업 변화로 ‘인재’ 중요성↑…2030년 내다본 중장기 관점

25일 열린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4차산업 혁명 시대 경쟁의 핵심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에서 데이터, 인재, 스마트자본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전석병 작가

4차위는 앞서 통하던 경쟁의 규칙이 바뀌고, 글로벌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예를 들어 시청자들이 ‘KBS’ 같은 지상파보다 ‘유튜브’ 같은 다국적 기업의 동영상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면서 기존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당장 인공지능에 따른 업무 대체보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입에 따른 일자리 상실을 염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4차위는 무엇보다 ‘인재의 육성’을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향후 시대에 통하는 ‘인재’는 전통적 노동자와 달리 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으며 차별화한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네이버’에 다니던 인재가 미국의 ‘구글’로 이직해도 거의 동일한 개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날 오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장 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은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오는 2030년을 내다보고 우리 사회 필요한 내용을 합의한 내용을 담았다”며 “10년이라는 세월이 긴 것 같지만, 급격한 사회변화 속도와 합의 과정의 시간 등을 보면 금방 눈앞에 다가올 미래다”라고 이야기했다.

“주 52시간제 등 경직된 법 적용 탈피하고 혁신 가속해야”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명희 사회제도혁신위원회 위원장), 고진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4차위 위원장, 이상용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전석병 작가

4차위는 ▲사회혁신 ▲산업혁신 ▲지능화 혁신 기반이라는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눠 권고안을 구성했다. 

▲사회혁신 분야에서는 △노동(주 52시간제 일률적 적용 등 경직된 법 적용에서 탈피해 다양한 노동형태 포용하는 제도 개선) △교육(대학의 재정 및 의사결정의 자율권 강화 통한 혁신 인재 성장 기반 마련) △사회보장(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는 안전망 구축) 등을 권고했다. 

특히 장 위원장은 주 52시간제에 대해 “현 법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담겼지만,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계약직?임시직을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나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 등을 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는 미국의 ‘실리콘밸리형 인재’ 같은 자유로운 업무 형태도 포괄하지 못한다. 인재들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장 위원장은 "선도국과 격차가 크지 않는 지금, 한국사회가 빠르게 대응한다면 새 시대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전석병 작가

▲산업혁신 분야에서는 지능화 혁신으로 경제효과가 큰 5개(△바이오헬스 △제조 △금융 △스마트시티 △모빌리티?물류)와 지능화로 개선이 가능한 기존 산업 1개(△농수산식품) 등 총 6개 분야의 산업별 맞춤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지능화 혁신 기반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데이터 △사이버보안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 등 ‘기술-데이터-창업 생태계’의 혁신을 가속해야 함을 담아냈다.

장 위원장은 “한국은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으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지난 영광을 가져다준 성공 전략은 과감히 떨쳐내고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된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은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확인할 수 있다. 권고안은 총 180장 분량이며, 이를 요약한 10장짜리 권고문으로도 정리됐다. 글로벌 선도 국가들과 협력하기 위해 영문 버전으로도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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