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내년에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

인생 한 번이니 마음껏 즐기라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 김난도 교수는 2020년 트렌트의 한 축으로 ‘성장’을 꼽았다.

하지만 김 교수가 말하는 성장은 남들보다 낫기 위한 성장, 승진을 위한 성장이 아니다. 나 자신이 기준이다. 어제보다 업그레이드된 내가 되기를 2020년의 ‘업글인간’은 원한다. 성장은 하되 초점이 나 자신에 있다는 점에서 재미에 의미를 더한 욜로의 새로운 방향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김난도 교수는 한발 앞서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제시한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를 이끄는 김난도 교수가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트렌트코리아’는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교보문고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 서점 예약판매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4일(목) 대표저자 김난도 교수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새로운 10대 키워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2020년 소비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세 축으로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을 꼽았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매년 국내 소비트렌드를 10가지 키워드로 발표해왔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관통했던 키워드의 상당수도 2019 트렌드코리아에서 탄생했다. 세포마켓, 요즘 옛날 뉴트로, 나의 기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나나랜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책 발간 이후 여러 매체에서 책에서 선정한 키워드를 활용하는 것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쥐의 해인 2020년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미국 만화시리즈에 영웅으로 등장하는 마이티마우스(MIGHTY MICE)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재빠르게 돌파구를 찾는다는 의미에서다.

2020트렌트코리아는 예약판매 시작 직후 인터넷서점 예약판매 1위를 달성했다./사진=미래의창 페이스북

부장이 회식의 ‘회’자를 꺼내기도 전에 검도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 먼저 퇴근하겠다고 외친다. 한 유명 커피브랜드 광고의 장면이다. 이렇듯 현대인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여러 가면을 가진 ‘페르소나 소비자’다.

다양한 모습은 SNS 세계에서 실제로 표출된다. 많은 이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여러 계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계정마다 표출하는 특성과 소비 성향도 다르다.

따라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면 고객을 잘게 나누어 그 속에 숨겨진 욕망을 발견해야 한다.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멀티 페르소나’ 소비자의 선호를 따라잡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특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아마존에서는 고객 1명을 0.1명으로 세분화해 전략을 짠다”며 해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세분화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초개인화 기술이 뒷받침되어 가능해졌다. 소비자 성향을 파악해 의류 등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대여하는 초단기 렌탈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종족의 출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취향과 정체성으로 뭉친 집단이 등장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는 2020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종족으로 △업글인간 △페어 플레이어 △오팔세대 △팬슈머를 꼽았다.

△업글인간

업글인간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중하는 인간을 칭한다. “직장에서 과장 승진을 앞둔 시점의 제자가 찾아와 승진 욕심은 없다고 말하더라. 대신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재밌을 것 같다고 하는 데서 이 키워드를 떠올렸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데서 기인한다. 회사가 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는 조직에서 벗어나 나의 능력으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고품질의 콘텐츠라면 지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페어 플레이어

김 교수는 “경쟁 속에서 자라온 밀레니얼과 Z세대는 공정함에 목마르다”고 김 교수는 통찰한다. 경쟁상황에 대한 민감성은 공정함에 대한 요구를 낳았다.

이들은 세상의 중심에서 공정함을 외친다. 비윤리적인 공정과정이나 부도덕한 시장행위는 납득할 수 없다. 반면 업체의 선행을 포착한 누리꾼이 해당 업체를 스스로 홍보하고 판촉에 나서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오팔세대

모든 보석의 색을 담은 보석 오팔처럼 베이비부머 세대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SNS 등 신기술에 능숙하고 자기 표현에 적극적이다. 인구 수적 측면 뿐 아니라 자산 규모와 소비 측면에서도 업계를 뒤흔들 만 한 영향력이 있다. 신개념 음악프로 ‘내일은 미스트롯’의 열풍 또한 이들의 파워를 증명한다. 다시금 빛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주목하라.

△팬슈머

팬심과 덕심으로 뭉친 팬덤 소비자군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일찍이 주목받아왔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 타 업계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지하철역의 전광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팬슈머와의 파트너십은 연예와 마케팅, 정치, 비즈니스 모든 부분에서 필수가 되었다.

이외에도 소유보다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 등이 제시돼있다. 위기의 돌파구가 희미한 시대에 영웅처럼 등장할 ‘마이티마우스’가 되기 원한다면 책에 제시된 통찰을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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