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먹거리 #공유자원 #환경 #건강 #에너지
우리 집, 우리 단지에서 겪고 있는 생활문제!
어떻게 하면 주민의 필요에 맞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서울시는 일상 속에서 시민이 주체적으로 사회적경제를 실현하는 경험을 만들고, 이에 기반한 공동주택 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2019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이하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올해 <같이살림 프로젝트>에서는 서울시 내 11개 자치구 20개 공동주택 주민들이 스스로 생활문제를 찾아내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같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살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년도 사업은 6월 ‘같이살림 피크닉’을 시작으로, 7~9월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주민 워크숍, 10~11월 사회적경제조직과 함께 실행해보는 단지별 사업, 그리고 12월 성과공유회로 마무리됩니다. 이 과정을 따라 매월 세모편지를 통해 아파트 생활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유휴공간을 기반으로 아파트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성북구 D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사진제공=엄나영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코디네이터

"생활문제는 어떻게 사회적경제와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마을배움터'와 '안전한 아파트 단지'는 누구나 원해요. 그렇지만 과연 <같이살림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을까요?"

"'주민소통공간'은 누군가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지난 7월과 8월, 성북구 D 아파트에서는 여러 아파트 생활문제를 놓고 주민들의 치열한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같이살림 프로젝트> 워크숍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우리 아파트의 장점·단점과 함께 '행복한,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가볍게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을배움터, 주민소통공간, 아이돌봄, 안전한 아파트 단지 등 아파트 주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활이슈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공공성·지속가능성·적정성이라는 기준이 생기자 논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개인만이 아닌 더 많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주민들이 지속가능하게 참여할 수 있는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등 활발한 숙의공론 끝에 결정된 상위의제는 3가지는 무엇 선정됐을까요? 

우리의 진짜 '필요'를 알고, 우리의 '방향'을 결정하다

공동주택에서 '일상 속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하고 실현하는 '2019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최근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인 공동주택에서 ‘일상 속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하고 실현하는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는 바로 <2019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로 공동주택에서 살면서 발생하는 생활문제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 내 자원을 모아 지속가능하고 창의적인 방식, 즉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5월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서울시 공모를 통해 사업에 참여할 공동주택 단지를 선정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총 11개 자치구(노원, 강북, 성북, 동대문, 강동, 송파, 마포, 영등포, 양천, 구로, 관악)와 지역지원기관, 20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됐니다.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6월 '같이살림 피크닉'? 주민 설명회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주민들은 지금 단지별 주민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북구 D 아파트, 바리스타 교육받고 카페도 직접 운영해요

주민들이 직접 토론을 거쳐 의제를 설정했다./사진제공=엄나영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코디네이터

성북구 D 아파트는 입주 3년 차인 신생 아파트입니다.  단지 내에는 공용 커뮤니티 공간이 있었지만 운영 주체가 따로 없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30, 4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모인 아파트 자생단체 주민들은 자유롭게 드나들고 머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주민들은 이 유휴공간을 기반으로 아파트 생활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같이살림> 주민 워크숍. 기존 모임 주민외에도 <같이살림>에 관심을 가지고 워크숍에 모인 주민들은 앞에서 밝힌 것처럼 치열한 논의를 거치며 3가지 상위의제를 선정했습니다. '마을배움터, 건강한 먹거리, 주민소통공간'입니다.

?주민들은 워크숍에서 미처 참여하지 못한 단지 주민들의 의견도 알아보기 위해 관리사무소와 피트니스 센터 앞에 공감 투표 게시판도 마련해 보았습니다. 또한 상위의제별로 프로젝트 주요 대상과 운영 주체, 실행 아이디어, 프로젝트 실행 후 기대하는 모습에 관해 이야기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정말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실제로 단지 주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의제의 실현가능성·효과성·적절성을 확인하고 변화를 상상했습니다. 

그 결과,  D 아파트 주민들은 최종적으로 프로젝트 방향을 '주민 카페 운영'으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의제 설정 과정을 통해 커피 전문 사회적기업 트립티와 매칭된 아파트 주민들. 앞으로 D 아파트에서는 트립티의 전문적인 컨설팅을 통해 단지 내 30, 40대 경력보유여성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재능있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클래스 등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주민소통공간을 활성화하며 단지 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실험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워크숍을 통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업 방향이 주민들의 생각을 반영하며 윤곽이 뚜렷해진 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이 나온 점에 대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주민소통공간’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도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주민들 서로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엄나영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코디네이터


노원구 H 아파트, 방치된 유휴공간을 마을공방?놀이터?텃밭으로

노원구 H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공동주택 생활문제 의제를 끌어내는 모습./사진제공=이현정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 코디네이터

"이 아파트에 17년 살았는데 이렇게 주민들이 모여본 자리가 두 번째에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이런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노원구 H 아파트 주민

1995년에 지어진 노원구의 H 아파트는 주민들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없어 늘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문제의식에서인지, 지난 7월에 진행된 <같이살림 프로젝트> 워크숍에서는 방치된 놀이터 환경을 개선해 어린이뿐만 아니라 여러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후 첫번째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들이 주변 이웃 주민들의 의견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공공성·지속가능성·적정성을 기준삼아 투표한 결과, '주민소통 및 모임 활성화, 야외 주민공간 활성화, 안전한 아파트'가 H 아파트의 상위의제로 선정됐습니다. 

?이어진 워크숍에서는 누가 주체가 되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실현하여, 결국 어떤 모습을 이뤄낼 수 있을지 등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방안을 모색해보았습니다. 방치되어 있던 자투리 공간을 놀이터와 텃밭으로 탈바꿈하여 함께 만나기 위한 프로그램을 열자는 의견, 주민들이 참여하고 교류하는 사회적경제 마을장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은 3가지 의제가 연결됐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H아파트는 '주민들이 자주 만나 소통하고,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내용을 과제로 설정했다./사진제공=이현정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 코디네이터

'주민들이 더 자주 만나 소통하고, 안전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과제로 야외 주민공간을 활성화하자'며 변화를 상상하게 되고 기대감을 키워볼 수 있게 된 H 아파트 주민들. 앞으로 주민들은 '주민이 직접 만드는 놀이터와 텃밭' 이라는 주제로 협동조합 마을공방 사이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 스스로 야외공간을 디자인하고, 직접 목공교실에 참여해 야외공간에 놓일 기구들을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의제를 선정하고, 그 의제 실현을 위해 직접 움직인다는 점이 사회적경제 방식과 연관됩니다.그리고 그 과정을 민주적인 결정으로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주민 워크숍을 열면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담았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과정을 같이 만들어가면서 최종 의제를 선정했습니다." -이현정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 코디네이터

시작은 워크숍으로 깊게, 프로젝트 실행은 다같이 즐겁게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공동주택 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목표다./사진제공=이현정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 코디네이터

흔히 사회적경제는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시장 경제에서 이윤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두었던 것과 달리,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안전망 회복 등 사회적 가치·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조금 더 시민들의 일상 곁으로 다가가 공동주택 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같이살림 프로젝트>. 참여하는 20개 단지별로 규모, 건축 연도, 공동 커뮤니티 시설 유무, 입주민의 연령대, 공동체 기반은 다양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민들이 어떤 환경과 경험 속에서 문제를 발굴하는지에 따라 사업 속도와 방향 또한 가지각색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부터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지역지원기관, 자치구가 모두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아 실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 공동주택 기반 사회적경제 사업 모델인 만큼 기대와 우려도 컸던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순항 중입니다. 주민들은 돌봄, 주민소통, 먹거리, 환경 등 일상 속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소비자-투자자-창업가 등 주체로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동주택 생활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델을 고민하고 실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파트라는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주민소통, 협업, 커뮤니티 활성화, 지속가능성 그리고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긍정적인 신호탄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앞으로 3년간 계속될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누가, 무슨 사회적경제 방식을 통해, 결국 어떤식으로 일상 속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기대해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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