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쿱영어교육협동조합(이하 잉쿱)은 ‘차별 없는 꿈, 공정한 교육’을 모토로 설립된 기업이다. 10년 이상 미국에서 살다 온 엄마들과 영어교사 출신 경력단절 여성들이 영어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재능기부를 해오다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2012년 12월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실력 있는 강사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영어교육 기회를 제공해온 잉쿱은 지난해 국내 최초 사회공헌형 학원을 표방한 잉쿱아이학원 1호점을 열었고, 내년에는 청운동에 2호점을 설립할 계획이다. 최근 전국 영어 스피치 컨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친 안미하 잉쿱영어교육협동조합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0월 19일 잉쿱이 주최한 전국 영어 스피치 컨테스트 참가자들.

잉쿱영어교육협동조합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차별 없는 꿈, 공정한 교육’이라는 비전으로 영어교사 출신 경력단절 여성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영어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교육협동조합입니다. 2011년 재능기부로 시작했다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영어교육을 위해 2012년 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벌써 9년차네요.

어떻게 이런 사업 모델을 고민하게 된 건가요?

▶남편 따라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다 2011년 한국에 돌아왔어요. 의미 있는 일을 찾다 재능기부로 영어교육을 하며 그룹홈에서 처음 아이들을 만났죠. 기초영어를 모르는 건 둘째치고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상처가 생각보다 컸어요. 재능기부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귀국한 엄마들과 잉쿱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초기에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한다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아이가 자라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영어를 몰라서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한 것 같아요.

영어교육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가 궁금하네요.

▶그동안 잉쿱이 영어 무료 교육을 제공한 아이가 500여명(누적)에 이르러요. 그 중 300여명은 꾸준히 가르치고 있고요. 주로 지역 아동센터와 가정 밖 아이들이 생활하는 그룹홈을 찾아가 가르치는데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많아요. A, B, C도 모르던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조금씩 자신감도 가지게 되고, 무엇보다 우리 강사들의 따뜻한 애정으로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무는 것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한 아이는 처음에 선생님에게 욕을 하며 가르쳐줘도 무조건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고 했는데 나중에는 외국인과 길에서 마주쳤을 때 수업시간에 배운게 떠올랐다며 좋아했죠. 지난 6년 간 수백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해보니 옆에서 조금만 도와줘도 학교 교육을 따라가고 실력이 확 느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영어교육은 강사들의 전문성도 중요할 듯해요.

▶그렇죠. 잉쿱 강사분들은 해외에서 오래 지낸 경험이 있거나 국내에서 영어교육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함께하고 있어요.(안미하 이사장은 15년 간 미국에 체류하며 시니어아카데미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교육을 맡았고 한국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김영정 이사도 국내에서 교육학을, 영국에서 관광학을 각각 전공하고 영어교육회사에서 강사를 거쳐 지국장까지 역임한 교육 전문가다.) 1년에 한 번 영어강사 육성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강사 양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잉쿱의 경영진 또한 베테랑 강사들로만 구성되어 있고요.

지난해 중랑구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 사회공헌형 학원 '잉쿱아이학원'.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안미하 이사장

지난해 국내 최초 사회공헌형 학원을 표방하며 잉쿱아이학원을 열었는데요. 어떤 곳인가요?

▶실력 있는 강사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기존 사설학원의 시스템을 탈피하는 공익학원 모델을 고민했고 1호점이 지난해 4월 중랑구에 생겼어요. 일반 학원은 원장이 수익금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지만, 잉쿱아이학원은 협동조합에 맞게 따로 원장을 두지 않고, 수익금을 엄마 강사들의 안정적인 고용과 저소득층 무료 교육, 법인의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 마련에 재분배하고 있습니다. 잉쿱아이학원의 가장 큰 차별성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에요. 영어, 국어, 수학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일반 학원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원 문턱을 넘기 힘든 학생들에게는 공짜 강의를 해주는 거죠.

?2호점 계획도 있는 건가요?

▶내년 여름을 목표로 청운동에 2호점을 준비 중입니다. 1호점이 보습학원 성격이라면, 2호점은 성인부터 아동까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영어클래스를 제공하는 학원이에요. 직장인 비즈니스 클래스, 아이들 영어교육, 음악을 영어로 가르치는 예술클래스 등을 운영할 예정이에요. 역시나 수익금의 일부는 어려운 아이들의 무료 영어교육을 위해 사용할거고요. 잉쿱아이학원이 잘 되어서 우리 사회가 책임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요.

잉쿱이 주최한 전국 영어 스피치 컨테스트

최근 전국 영어 스피치 컨테스트도 개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업적이고 비교육적인 영어대회를 지양하고, 수익금을 돌봄이 필요한 곳, 영어 강사 파견에 사용하자는 취지로 지난 10월 19일에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에 잉쿱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도 참여했는데요, 공정한 룰 속에서 4명이나 당선되었어요. 교육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최근 새로운 펀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동안 잉쿱을 통해 교육 받은 아이들이 중학교로 진학을 하며 교육을 제공할 기회가 없었는데, 펀드를 통해 경기, 인천지역의 잉쿱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해졌어요. 지속적인 교육이 답이기에 끝까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또한 12월 첫주, 둘째주 월요일, 수요일에 강사 양성 아카데미를 계획하고 있어요.

잉쿱에서는 강사 양성 아카데미를 통해 강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10년 후 잉쿱은 어떤 모습일까요?

▶잉쿱을 10년 가까이 운영하다 보니 각 지방에서 엄마 강사들을 양성해 지역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잉쿱이 강사를 파견할 수 있는 게 서울, 경기지역으로 한정 되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지방에서도 연락이 많이 옵니다. 아쉽지만 우리 여력으로는 전국을 돌며 강사 양성을 해주기엔 한계가 있어요. 그럼에도 의지가 있는 분들이 제2, 제3의 잉쿱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할 계획이에요. 잉쿱이 가진 모든 노하우를 다 드리고, 각 지역에 엄마강사들이 양성된다면, 잉쿱이 가진 미션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10년 후에는 전국에 여러 모습의 잉쿱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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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잉쿱영어교육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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