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11시 을지로 서울일자리센터에서 ‘2020 청년출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사진=박재하 기자

서울시가 청년문제 양대 이슈인 ‘구직’ ‘주거’ 이슈 해결을 위해 3년간 총 4300억원 예산을 투입한다. 월 50만원의 구직비용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수당(3300억원)’과 1인가구에 월 10만원의 임대료를 최대 10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1000억원)’이 핵심이다.

시는 23일 오전 11시 을지로 서울일자리센터에서 ‘2020 청년출발 지원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하기로 했다”며 “어려운 재정임에도 2020년 청년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청년 당사자들의 민간 거버넌스인 ‘서울청년시민회의’를 통해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토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채택했다. 시는 지난 3월 ‘청년자치정부’를 출범해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청년들이 정책을 스스로 기획하고 예산 편성하는 ‘청년자율예산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은 "2020년 청년정책 예산이 총 497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사진=박재하 기자

서울청년시민회의에서 제안한 총 83개 사업 중 67개 사업이 채택돼 총 4977억원 예산이 지원된다. 이는 2017년 1806억원, 2018년 2170억원, 2019년 3618억원에 비해 크게 향상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청년들의 목소리가 컸던 ‘청년수당 규모화’와 ‘청년월세지원’이 핵심 정책으로 반영됐다.

먼저 구직 청년들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은 2020년부터 3년간 3300억원을 투입해 총 10만명을 지원한다. 소득 등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들의 구직비용은 월 평균 약 50만원이다. 김영경 청년청장은 “청년수당을 통해 구직비용을 보전해 시간과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청년수당은 지난 2016년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한 제도로, 도입 당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20~30대 중 취업, 창업, 창작활동 등 ‘자기일’을 찾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47.1%에 달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증명됐다. 중앙 정부에서도 청년수당을 베치마킹한 ‘청년구직활동지원’ 사업을 시행해 내년 전국 확대를 계획 중이다.

‘청년들이 수당을 유흥비 등 엉뚱한 데 쓰는 일을 어떻게 방지할 건가’라는 비판에 대해 박 시장은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는 청년을 믿는다”며 “불신에 기초한 행정은 그것을 감시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쓸 수밖에 없다. 무한한 신뢰를 주는 대신, 신뢰가 어그러졌을 때 영원히 퇴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청장은 “청년들을 향한 믿음을 전제하지만, 청년수당은 철저히 관리가 잘 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은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청년 누구나 받을 수 있어 보편적 복지에 해당한다"며 "적어도 구직활동 기간에는 '기본소득' 성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박재하 기자

둘째로 독립생활을 시작한 1인가구를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은 만 19~39세 1인가구 중 중위소득 120% 이하인 이들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한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월세를 지원해 부담을 덜고, 독립의 기회를 넓힌다. 내년 5000명을 시작으로 2021~2022년에는 각 2만명씩 년간 총 4만 5000명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오는 12월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해 자산, 소득, 학력, 직업의 대물림으로 대두된 문제를 논의하고 대안을 만든다. 청년 당사자부터 청소년, 중장년, 노년 등 전 세대를 아우르고, 각 분야의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범사회적 논의의 장을 꾸린다.

박 시장은 “오늘날 한국사회 청년들은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해 불평등이 시작된다”며 “각자의 시간에 도착을 하더라도 출발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라며 이번 정책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물론 있지만, 일단 시민들이 살기 편안해야 과감한 도전, 혁신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서울시가 임의로 선정한 정책이 아닌, 청년 당사자들이 가장 절박하고 절실하다고 생각한 분야를 직접 정책으로 내놓은 것이기에 포퓰리즘이 아닌 리얼리즘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기열 서울시의회 부의장(오른쪽)은 "청년들이 꿈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며 "청년 예산만큼은 1원도 삭감하지 않도록 의회에 권유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박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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