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미래, 독일에서 배운다


독일 환경단체 분트 사무총장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 강연

2012년 3월 7일 국회와 3월 9일 이화여대에서 우리나라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주관으로 독일 최대 환경단체 ‘분트(BUND)’ 의장이자 뮌헨공대 임학교수인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를 초빙해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독일 경험을 듣는 자리가 있었다. 동국대 박진희 교수가 통역을 맡아 진행한 강연을 독일 탈핵 현장을 보고 온 김광철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가 정리 소개한다.

독일 최대 환경단체 분트의 사무총장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가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핵 없는 미래를 위한 시나리오’ 강연을 했다. 사진은 이화여대에서 열린 심포지움에서.
반핵운동 40년, 독일이 얻는 것

‘분트’는 1975년 창립하여 전국에 회비를 내는 회원 50만 명을 두고 있는 독일 최대 환경단체이다. 독립성을 갖고 운영되며 전국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 학자 700여 명이 자문단을 결성해 지원하고 ‘지구의 벗’ 독일지부이기도 하다. 프라이부르크 반핵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분트가 벌여온 운동의 성과물이다. 1980년대 독일 반핵운동은 정치권을 압박했고 녹색당을 새로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탈핵을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필요하고 정치를 압박하는 연결망이 중요했다. 그린피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분트 같은 환경단체들 노력으로 국민 삼분의 이가 반핵을 지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뒤 탈핵선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프라이부르크는 반핵운동의 중심 도시였다. 이제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을 하는 도시로 바뀌었고, 태양광에너지 중심지가 되었다. 이런 지역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지방 선거에서는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에서 독일 최초로 녹색당 주지사가 탄생했다. 독일 반핵운동은 평화운동으로 40년 동안 이어왔고, 독일 전역에서 일어난 저항운동이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뒤 더욱 강력해져 체르노빌에 가까운 남부 독일의 반핵운동에 더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체르노빌 사고 뒤 독일 재생에너지는 계속 늘어 에너지 총량 가운데 18퍼센트에 이른다. 2011년 3월에는 핵발전소 7기가 정지되었고, 2011년 4월과 10월 사이 독일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은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핵발전 비율인 18퍼센트를 넘어서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뒤 독일인은 핵발전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핵발전소를 반대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와 핵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이런 보도 덕분에 독일인 수십만 명이 반핵시위에 참가할 수 있었다. 2011년 5월 28일, 베를린에서만 12만 명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차 대전 뒤 거리시위로 최대 인파였다. 노동조합과 젊은이들이 대거 참가하여 의미 있는 시위가 되었다.

에너지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2005년 이전까지 독일 재생에너지시장은 완만하게 성장하다가 2005년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면서 급격히 발전했다. 2020년 독일 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40퍼센트를 웃돌 것이다. 재생에너지법의 핵심은 개인이든 단체든 생산한 전기는 무조건 전력회사가 구매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는 기존 송전망을 이용해 내보낸다. 이것은 전력 독점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20년 동안 독일의 발전차액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는 평균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 이것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동력이 되었다. 재생에너지법은 설비투자를 촉진시켜 비용을 낮췄고, 덩달아 전기 값이 싸졌지만 20퍼센트 정도 싸게 팔아도 이윤이 남게 되었다. 전력회사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는 비용은 최종 소비자들이 부담을 하면서 다소 전기 값이 비싸졌지만 결국 그 돈은 재생에너지 생산자들에게 돌아갔다. 독일의 발전차액제도는 현재 60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고 일본도 2011년에 도입했다. 재생에너지법은 일자리도 기존보다 10배나 많이 만들었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가장 효과 있고 효율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분트의 지역 단체들은 태양광 관련 활동 비중이 높다. 현재 독일은 태양광 에너지 생산 세계 1위다. 풍력발전은 북독일 지역에 1만기 정도 분포되어 있다. 남부 독일에 재생에너지시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없거나 낮은 이유는 이 지역이 핵발전에 대해 찬성했던 과거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행위자는 ‘지역 공동체’이다. 독일에는 에너지 자립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공동체들이 많은데, 쉐나우, 폴핀트가 에너지 자립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산업국에서는 ‘비효율 에너지 전환’이 핵심이다. 이론으로는 쓸데없는 에너지를 70~80퍼센트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핵발전소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전기 난방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면서 열손실이 발생하고, 송전하는 과정에서도 새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다. 그 에너지가 있으면 직접 난방열로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이 있다. 건축물에서 열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한다.

독일에서는 8∼10년이면 에너지절약을 위해 투자한 것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관공서 개보수로 20억 유로를 줄일 수 있고, 그 밖에 건축 개보수로 70억 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 전기 절약은 가정, 산업에서 30퍼센트 정도 가능하다. 극소량이지만 독일 전체의 대기전력을 줄이면 핵발전소 2기를 폐쇄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육식보다는 채식하기, 생산시설에서 에너지 덜 쓰기 등과 같이 가정과 산업에서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길이 많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사치스런 것’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일이다. 핵발전소는 핵폐기물 문제도 심각하지만 우라늄광산은 채굴 때부터도 문제다. 동독지역의 우라늄 폐광에서 방사능 유출로 인하여 1만여 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 탈핵은 지금 세계에 퍼지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1만 명이 사망했지만,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그 일대는 죽음의 땅이며, 백러시아에서만 현재 암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18만 명에 이른다. 세계핵포럼과 핵안보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북한 핵개발 문제도 주목해야겠지만 후쿠시마사고를 계기로 핵발전소로 전기를 생산하고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탈핵은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의 효율화를 통하여 탈핵은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탈핵은 새로운 경쟁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탈핵은 ‘독점과 집중’ 세력 대 ‘분권화, 민주주의, 에너지 자립’ 세력 사이의 싸움이다. 탈핵을 위한 우리의 저항은 새로운 신화를 만드는 일이다. 민주 사회에서 투표를 하면 탈핵을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니 확신을 갖고 한국에서도 탈핵을 위한 노력을 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독일처럼, 탈핵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난 2월 14일 탈핵교수모임, 초록교육연대,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들모임, 천주교 창조환경연대 활동가 21명이 9박10일 일정으로 독일을 다녀왔다. 탈핵정책을 앞서 펼치고 있는 하멜른, 빌레펠트, 함부르크 같은 도시를 방문해 지방자치단체 에너지와 환경 담당 책임자나 실무자들을 만났다. 베를린자유대학 핵정책 전문가인 루츠 메츠 교수로부터 핵발전과 탈핵 관련 강의를 듣고, 연방의회를 방문해 독일 녹색당 에너지 정책 담당자로부터 이번 후쿠시마 사고 뒤 독일이 전격 탈핵 선언을 하게 된 배경과 녹색당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들었다.

한편 환경단체 그린피스, 분트를 방문해 그곳에서 하는 일, 독일이 탈핵을 선언할 수 있게 된 시민운동의 배경과 과정도 들었기 때문에 이번 강연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탈핵교수모임과 초록교육연대를 비롯해 21명이 독일 탈핵 현장을 방문했다. 운터베리에 있는 핵발전소(작년에 작동을 멈춤) 인근 브라케 마을 주민인 오토 메이어 씨는 핵발전소로 인해 아들이 로이킨암에 걸려 죽은 뒤 반핵운동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독일에서 만난 핵전문가 루츠 메츠 교수에 따르면 핵발전 산업은 유럽에서는 이미 사양산업이라 한다. 더 이상 다음세대 전문가들도 기르지 않고, 원료인 우라늄도 앞으로 40여 년이면 바닥이 나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재생에너지보다 생산단가가 비싸 경제에도 이롭지 않다. 독일에서도 아직까지 중저준위 핵폐기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준위 핵폐기장 문제는 두고두고 다음 세대들의 짐이 될 것이다. 그 폐기물 관리를 위한 비용과 위험성을 지금 세대의 편리함을 위해 몽땅 떠넘기려는 것은 역사에 씻지 못할 죄를 짓는?것이다.

한국은 일조시간이나 일조량에서 독일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가치와 의지의 문제이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촉진법’을 제정해야 한다. 모두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단열 같은 열효율을 높이며, 가로등도 줄이고, 밤늦게 야간 조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런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한다면 독일처럼 탈핵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alert style="white"] 정리, 사진 제공 김광철: 김광철 님은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로 있고,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에서 활동한다.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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