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홀리데이북스

인류 역사에 금관은 언제부터 등장한 걸까? 한국은 세계적으로 금관과 금동관을 많이 만든 나라다. 흔히 신라 금관만 널리 알려져 있는데, 백제나 고구려, 가야는 금관 문화가 없었을까?

저자는 철저한 현장 탐방으로 독자들이 금관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이런 궁금증을 21가지 질문으로 요약해 답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금관의 역사를 밝힌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인 한반도에서 몽골초원과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흑해 연안 러시아와 서아시아 터키를 지나 동유럽 초원지대는 물론, 에게해 그리스를 넘어 지중해 연안 이집트와 이베리아반도의 서쪽 끝 포르투갈까지 23개국 80개 박물관을 찾아 금관의 흔적을 더듬었다.

△흑해 연안 스키타이족 여성이 쓰던 기원전 5세기~4세기의 화려한 금관 △알렉산더의 부친 필리포스 2세 부부 무덤에서 출토한 기원전 4세기의 화려한 금관 △트로이 전쟁에 등장하는 미케네 문명의 기원전 17세기 금관 △이집트 투탕카멘 파라오의 기원전 14세기 금관은 금관에 대한 기존 상식을 무너트린다. 또한, 흑해 연안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출토한 기원전 4500여년 전 소박한 이마 금장식에서 금관의 역사가 출발했다는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다. 인간이 기원전 5000년 전부터 금속과 금을 다루기 시작했으니 금관은 인류가 금속을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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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가지 측면에서 독자들이 더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첫째, 화려한 장식문화의 상징인 금관의 기원을 추적한다. 고구려나 신라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초원은 수렵이나 목축에 의존하며 춥고 척박하다. 중간 전파는 몰라도 세련된 문화를 자체적으로 꽃피울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

둘째, 신라나 고구려 금관이 세계 금관의 중심일까? 금관도 문화이고 문화는 창조와 전파, 재창조의 보편적 과정을 밟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 금관은 시기적으로 발전 단계의 후기에 속한다.

셋째, 그리스 로마 금관은 여성이 더 많이 활용해 권위는 몰라도 권력과는 거리를 둔다. 이 3가지 궁금증을 갖고 스키타이에 주목했다. 몽골초원에까지 영향을 미친 스키타이는 그리스와 문물을 주고받았으니 지중해부터 한국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금관문화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스키타이의 고향 흑해에서 에게해와 지중해 전역으로 금관을 찾아다닌 이유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원전 4500여 년 전부터 중세 서양 금관까지 6000여 년 금관의 역사를 탐방하는 신비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그동안 금관에 대한 연구는 저명한 학자들에 의해 ‘초원지대, 남성, 권력 상징’으로 해석되어 왔다. △한양대 김병모 명예교수의 '금관의 비밀(1998년 푸른 역사, 개정판 2012년 고려문화재연구원)', △상명대 박선희 교수의 '우리 금관의 역사를 밝힌다(2008, 지식산업사)'나 △'고구려 금관의 정치사(2013, 경인문화사)'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김문환)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매일경제 신문기자로 출발, SBS 기자로 재직 중 파리2대학 언론대학원(IFP)에 유학하며 지중해와 에게해, 흑해 주변 역사유적과 유물을 취재해 문명탐방 저술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유적으로 읽는 로마문명(2003)'을 비롯해 5종의 문명탐방 도서와 '취재기사 작성법(2019)' 외 5종의 미디어 관련 저서를 발간했다.

◇금관의 역사=김문환 지음, 홀리데이북스 발행, 430쪽/1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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