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군대: 우울한 성소수자의 삽화'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정미소

“나는 군인이 아닙니다. 내 이름은 상문입니다.”

IMF 시기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이상문’에게는 꼬리표 2개가 따라붙는다. ‘동성애자’ 그리고 ‘군 면제자’다. 한국의 보통 남성들처럼 병무청의 부름을 받은 그는 신체검사에서 ‘2급’을 받고 공군 병사로 입대한다. 2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결국 ‘5급’ 재판정을 받고 군대에서 쫓겨난다. 이 과정에서 이상문은 자신의 이름을 잃는다.

신간 ‘내 이름은 군대’는 이상문 작가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군대라는 조직에서 경험한 일에 관한 기록이다. ‘동성애자, 군 면제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나면, 입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군대에서 부당함을 마주할 때의 절망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과 생각들이 담겨 있다.

책은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고백하고 새로운 개인으로 태어나는 일을 응원하기 위해 설립된 도서출판 정미소에서 펴냈다. 2015년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통해 대학이라는 세계에서 나온 김민섭 에디터가 군대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려는 이상문 작가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정미소의 소개 글대로 “군대에 가야하는 당사자에게도, 군대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보내야 할 당신에게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만한 르포”로써 읽어볼 만한 하다.

입영부터 전역까지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담담한 문체로 서술됐다. 입영식 때 배웅 나온 가족들과 헤어지면서 흘린 눈물, 훈련소에서 첫 전화 시간을 받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 등.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어도 조금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성애자이자 관심사병으로 불명예제대를 하기까지 겪은 일들은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작가는 “동성애자는 남성 집단에서 가장 이단자로 몰릴 수 있기에, 남성과 하나가 되기를 원하지만 대다수 남성과 하나가 될 수 없어 오히려 피하고 싶다”고 말한다. 더욱이 ‘군형법 제92조의 6’은 동성애자의 사랑을 처벌하고 혐오하도록 내버려 두기에 성소수자에게 군대란 더욱 가혹한 곳이다.

각자 고유한 존재로서가 아닌, 조직을 움직이는 부속품으로 사는 일을 작가는 “영혼이 뽑혀 귀신이 되는 험난한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군대가 아니더라도 학교, 회사, 모임 등 내 영혼을 버리고 조직의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일이 너무 흔해져 버린 건 아닌지 곱씹게 된다.

아직 그의 삶에서 ‘군대’라는 단어를 뗄 수 없고, 사람들 또한 그를 군대라는 단어로 정의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상문은 본래의 이름을 찾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중이다. 작가의 기록이 여러 독자들의 공감을 모아 견고한 한국의 군대문화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내 이름은 군대=이상문 지음. 정미소 펴냄, 384쪽/ 1만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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