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신산업 주체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주로 조합원으로 참여해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만 35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에 과학기술의 효율성·경제성을 더해 더 큰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우수사례집>을 통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주목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10곳을 연속 소개한다.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은 40년 조경 역사와 궤적을 뛰어넘어 새로운 녹색환경을 제안하기 위해 모인 국내 1호 조경 분야 협동조합이다. 설계, 시공, 자재생산 등 조경 각 분야 굴지의 전문기업으로 구성된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은 녹색복지와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춰 조경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래 조경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트렌드와 아이템을 제안함으로써 조경산업의 위상과 가치를 높이고 있다.

녹색복지 시대를 이끌 국내 1호 조경 협동조합

서울 양재동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이사장 황용득)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올해 조합이 야심차게 개발한 벽면 녹화제품, 이른바 ‘수직 정원(vertical garden)’이 설치되어 있다. 시제품 단계를 넘어 본격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제품은 조합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녹색 예술가, 집단의 시작’을 모토로 하는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은 설계, 시공, 자재생산 각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조경사업자 8개사가 힘을 합친 조경 분야 국내 1호 협동조합이다.

황용득 이사장은 건설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각 분야 전문기업들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협동조합에서 찾았다.

“작은 기업은 발전 가능성에 분명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정한 방법으로 올곧게 성장하면 큰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기업문화를 협동조합을 통해 실현해 확산하고 싶습니다.”

황 이사장은 2015년부터 조경사업자들의 여러 모임을 통해 뜻을 함께해줄 사업자들을 찾았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1년 넘게 논의한 끝에 2017년 3월에 8개사가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각 분야 굴지의 조경전문가들이 굳이 협동조합이라는 틀 아래 뭉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황 이사장은 조합의 지향점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제품과 서비스의 제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조경이 단지 아름다운 시설과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조경은 시설물이기는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야 합니다. 지금의 시대적 가치는 안전과 환경입니다. 조경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사회와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녹색복지의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도시 방재기능과 지구환경 문제에 주목

그 첫 작품이 올해 잇달아 선보인 방재시설이다.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은 올해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사업화 지원사업’에 참여해 도시방재시설 ‘우리마을 안심지킴이’를 개발한 데 이어 화재와 지진 시에 유용하게 사용될 재난대비 시설물을 속속 선보였다.

오벨리스크형 방재시설인 ‘우리마을 안심지킴이’는 화재 발생 시에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이나 고지대 등의 안전 취약 지역에 설치할 수 있는 재난대비 시설물이다. 평상시에는 마을 입구 등에 설치해 경관시설로 활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제품 안에 수납된 소방설비를 이용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 지역 주민의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LH공사로부터 화성동탄지구 방재공원에 시범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뢰가 들어와 제품 공급을 위한 상담 중이다. 곧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으로 황 이사장은 기대했다.

이외에도 평소에는 휴게시설로 사용하다가 재해가 발생하면 단시간에 텐트를 설치해 임시거처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파고라 시설물, 재해 발생 시에 의자 하단에 수납된 화덕장비를 분리해 음식물 조리가 가능한 다목적 벤치, 위급 상황에서 변기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스툴의자도 8개 조합원사의 협동과 융합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황 이사장은 개별 기업이었다면 제품 개발과 제조에 도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계 분야 일을 오래 해오면서 필요한 자재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조를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조합 내에 시설물 제작회사가 있었기에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제품 개발과 제조를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이죠.”

조합원사 중 설계분야 전문기업인 동인조경마당과 외연, 라인조경설계사무소와 랜데코GEI가 제품 설계를 맡고, 제작사인 에넥스트가 제품 제조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해 지금까지 총 19개의 제품을 개발했다.

그래서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은 함께 모여 있는 것을 지향한다. 조합원사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대부분이 각자의 사무실을 유지한 채 조합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은 현재 제조시설과 공간 문제로 합류하지 못한 3개 조합원사를 제외한 5개 조합원사가 양재동 사무실에 모여 있다. 각 기업의 업무 공유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공동 프로젝트나 공모전 준비, 제품 개발을 진행할 때에는 공동 작업을 한다.

조경기술에 시대적인 소명을 담다

제품 개발을 완료한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은 조합원사 각자의 기존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제품 판매를 위한 영업 활동에 본격 돌입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벽면 녹화 수직 정원 개발을 완료하고 막바지 테스트 작업에 한창이다. 녹지공간 확보는 시대적인 소명이라는 것이 황 이사장의 설명이다.

“도시열섬현상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지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지상에 녹지 공간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벽면을 이용한 입체적 녹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인공 녹화형 패널인 수직공원은 모듈형으로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유지보수가 간편한 것이 장점이다. 우선은 버스정류장과 흡연부스 적용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응용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굵직굵직한 성과를 보여준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의 다음 행보는 놀랍게도 조경 분야 플랫폼의 오픈이다. 설계, 시공, 자재 등 조경 전 분야의 모든 정보를 망라할 수 있는 ‘조경 포털’을 표방한 인터넷사이트를 올해 안에 오픈할 계획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원하는 서비스 기업을 찾기 위해 일일이 기업의 홈페이지를 방문할 필요 없이 간단한 키워드 검색으로 원하는 기업을 찾을 수 있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조경 사업자 입장에서는 영업과 홍보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의 조합원사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각자의 한계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개별 기업이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프로젝트나 공모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고객사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각자의 한계 돌파는 결국 조경 사업의 한계 돌파로 이어질 것이다.

그 힘으로 시대적인 사명을 조경기술에 담아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해 나가겠다는 것이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의 새로운 실험이자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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